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김이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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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시련과 고통을 지나가게 만든다.


  당신도 세상을 살다 보면 힘든 고비를 숱하게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을 펼쳐보십시오. 이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을 떠올려보십시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도 마음에 새겨두십시오. 이제 곧 당신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 선택으로 인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당신도 잘해낼 수 있습니다. 매순간 삶과 마음은 한 뼘씩 자라날 것입니다. 인생은 점점 깊어질 것이며 넘어질수록 쉽게 일어나는 법을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비 개인 하늘 위로 무지개가 뜨듯 시련 뒤에는 더 큰 행복이 찾아올 것입니다.

- <서문> 中


  당신의 인생에서 어느 순간이 '고비'였나요? 라는 질문에 대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도 '고비'가 지나가면서 그것을 잊었을 가능성이 많아서다. 결과론적으로 '고비'라는 것은 지나가면 '고비'가 아닌상태가 되는 것이 많다. 마치 연인과의 싸움에서 시간이 지나면 왜 싸웠는지도 모르는 그런 상태와도 같다. 필자의 기억에 '고비'라고 기억되는 것은 2번 정도 있다. 중3 시절, 그리고 20살. 중3은 여느 사춘기 청소년들처럼 방황을 하던 시절이었고, 20살은 실패를 의도치 않게 많이 맛본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러한 기억 역시 '고비'라고 말하기 부끄럽다. 그렇게 나의 인생에서 '고비'는 지나갔다.


  "세상은 우리 모두를 파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그 폐허 속에서 더욱 강하게 성장한다."

- 미국 작가 헤밍웨이.


  살아가면서 고비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까. 방송에서 보여지는 노홍철급의 긍정적마인드가 아니라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마음이 가라앉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혹은 그런 기분을 느끼거나. 살면서 고비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으랴. 최근들어 세상이 흉흉해지면서 이러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경제와 사회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사람들이 인색해진 것이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이런 상황일 수록, 강한 정신적 회복력이 필요하다.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마법사라도 있으면, 힐링 마법을 받으면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므로 정신적 회복은 자가셀프힐링이 되어야 한다. 결국 고비를 이겨내는 것은 본인의 정신력에 따른 것이다. 저자 김이율의 말처럼 절대 절망이란 없다. 멈출 것 같지 않은 거친 풍파지만 그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분투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풍파도 백기를 들기 마련이다. 굴복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정신력을 만들기 위해 셀프힐링을 하기 위해, 셀프힐링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는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다시 희망의 꽃을 피워 성공한 23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잔인한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인생의 '고비'를 '희망'이라는 말로 이겨낸 사람들. 그리고 보란 듯 주위의 부정적 시선을 이겨내고 꿈꾸던 것을 이뤄낸 23인의 실화. 하지만 명심할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본인의 '선택'에 따른 문제다. 그들 역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으로 인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것을 지켜보는 것 역시 독자의 선택이다. 



  <해리포터>라는 작품을 통해서 우리에게 유명해진 작가 조앤 롤링도 인생에 '고비'가 있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인생의 가장 밑바닥 시절이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이 되어주었습니다. 내려갈 때까지 내려가면 두려울 것도, 꺼릴 것도 없는 법입니다. 다시 일어나서 나아갈 일만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조앤 롤링 뿐만이 아니다. '성공'이라는 후광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고비'를 겪은 사람들은 수 없이 많다. 다만 '고비'가 조명되지 않았을 뿐.

  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씨. 천문학적 상속을 버린 베스킨라빈스의 이단아, 존 라빈스. 노력만으로 꿈을 이룬 진정한 승리자, 960번만의 도전끝에 운전면허를 취득하신 차사순 할머니. 생명과 지구를 위해 첫 삽을 뜬 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 신화와 역사를 이어준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 이 밖에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 역경을 견뎌낸 이야기가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에 담겨있다. 



  1975년 뇌 과학자들은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모르핀보다 100배 정도 강력한 진통제 역할을 하는 것이 뇌 속에 존재함을 발견해냈습니다. 그건 바로 엔도르핀(Endorphine)입니다. 그렇다면 엔도르핀은 언제 분비될까요? 긍정적인 기대, 즉 희망을 믿을 때 많은 양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나 역경이 찾아오면 누구나 절망의 늪에 빠지고 맙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건 절망은 절대로 혼자 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절망은 혼자 오지 않고 늘 옆구리에 희망이란 놈을 달고 옵니다. 

  희망을 믿는다는 것,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것, 그건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새로운 삶을 향한 기대감입니다. 

  절대 절망이란 없습니다. 물론 그날의 아픔과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가슴 한복판에 못 자국이 영원히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그 못 자국도 희망 앞에서는 결국 희미해집니다.

  절대 멈춰선 안 됩니다. 주저앉으면 안 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삶은 살아가야 하는 것이고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훗날, 당신은 분명 알게 될 것입니다. 절망은 그저 흘러가는 구름이었음을, 봄을 불러들이기 위한 지나가는 겨울이었음을, 아픔과 상처도 인생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 본문 71쪽 中


    저자의 말처럼 고비를 겪지 않는 사람은 없고, 고비를 이겨내지 못할 사람도 없다. '희망'이란 단어는 '인내'를 이끌어내고 극복의 힘을 만들어준다. 사람이기 때문에 '희망' 할 수 있고, '인내' 할 수 있고, '극복' 할 수 있다. 책에 등장한 23인들도 '극복'하기 전엔 평범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다만, '희망'을 품고 살았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고비'라고 생각되는 순간, 잊지 말자. 긍정적인 희망에 의해 분비되는 엔도르핀으로 인해 '고비'의 고통은 무뎌지고, 무뎌진 고통에 '인내'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극복'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희망이 시련과 고통을 지나가게 만든다. 고비에 무너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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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전 5 - 인간 본성의 모든 것이 펼쳐진다
시내암 지음, 방영학.송도진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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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전투, 호걸들이 양산박으로 모여든다


  "우악스러우면서 섬세한 노지심, 독하고도 날렵한 임충, 인간이 아니라 신장(神將) 같은 무송, 천진난만하면서도 잔혹한 이규, 그리고 반금련과 왕 노파 등 이런 인물들이 일으키는 생동감 넘치는 사건이 <수호전>을 읽는 재미다. 이에 역자들은 생동감 있는 표현과 세밀한 부분의 묘사들도 빠짐없이 번역함으로써 원전의 맛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 옮긴이 서문 中


  <수호전 5>에서는 9장 축가장, 10장 고당주, 11장 호연작전, 12장 풍운 양산박의 이야기를 다룬다. 

九 축가장

제46회 축가장으로 진군 - 박천조가 사람을 살리려고 두 번 편지를 쓰다. 송 공명이 처음 축가장을 공격하다

제47회 축가장을 다시 공격하다 - 일장청이 혼자 왕왜호를 사로잡다. 송 공명이 다시 축가장을 공격하다.

제48회 등주에서 온 원군 - 해진 해보 형제가 감옥에서 탈출하다. 손립 손신이 감옥을 습격하다.

제49회 축가장, 드디어 함락되다 - 오 학구가 연환계를 사용하다. 송 공명이 축가장을 세 번째 공격하다.

十 고당주

제50회 뇌횡과 주동 - 삽시호가 목에 쓴 칼로 백수영을 쳐죽이다. 미염공이 실수로 어린 공자를 잃어버리다.

제51회 시진이 수렁에 빠지다 - 이규가 은천석을 때려죽이다. 시진이 고당주에게 사로잡히다.

제52회 이규가 나진인을 공격하다 - 대종이 두 번째로 공손승을 찾아 나서다. 이규가 홀로 나진인을 공격하다.

제53회 고당주를 격파하고 시진을 구하다 - 입운룡이 도술로 고렴을 무찌르다. 흑선풍이 우물 안에 들어가 시진을 구하다.

十一 호연작전

제54회 연환마 - 고 태위가 세 갈래 길로 토벌군을 동원하다. 호연작이 연환마진을 펼치다.

제55회 구겸창 - 오용이 시천을 시켜 갑옷을 훔치다. 탕륭이 서녕을 속여 입산시키다.

제56회 도망간 호연작 - 서녕이 구겸창 사용법을 가르치다. 송강이 연환마를 대파하다.

十二 풍운 양산박

제57회 영웅들이 양산박으로 모이다 - 세 산이 연합하여 청주를 공격하다. 영웅들이 한마음으로 양산박으로 귀순하다.


  송강이 합류한 양산박의 호걸들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다. 축가장을 시작으로 고당주, 호연작전을 통해서 대규모 전투가 많이 등장한다. 한 가지 특이점은 10장 고당주에서 문학적인 가미가 된다는 점이다. 고렴과 공손승, 나진인이 쓰는 도술이 그렇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사람이 비와 바람을 조종하며, 도술을 쓰는 것은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 믿기 힘든 이야기이다. <수호전>이 픽션이라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수호전>은 왜 뛰어난 문학작품인가? 라는 질문에 6가지의 대답이 있다. 

  첫 째 도삽법이다. 나중에 전개될 사건에 실마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글자를 뜬금없이 앞에 먼저 끼워넣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대산 아래 대장간 옆집 '부자 객점', 또 대상국사 악묘 옆의 채마밭, 무대 부인이 왕 노파와 함께 호랑이 구경을 간 것, 그리고 이규가 대추떡을 사러 갔다가 탕융을 거든 것 등이다.

  둘 째 협서법이다. 다급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말을 시작하여 한 사람이 말을 끝내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의 말을 중간에 끼워넣는 수법이다. 예를 들면 와관사 최도성이 "사형, 잠시 화를 멈추신 뒤 제 말 좀 들어보시고…." 노지심이 말했다. "말해봐라, 말해!" 등이 이런 것이다.

  셋 째 호사회선법이다. 언뜻 읽고 지나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그 안에 복선이 깔려 있어서 끌어당겨보면 전체가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렴이란 글자가 열네 번 등장하는데 반금련의 비극적인 죽음을 암시한다.

  넷 째 대락묵법이다. 오용이 삼완 형제에게 유세를 하는 것, 양지가 북경에서 무술을 겨루는 내용, 왕 노파가 여자 꼬드기는 법을 설파한 부분, 무송이 호랑이를 잡는 장면, 송강이 환도촌으로 도망간 상황, 축가장을 두 차례 공격한 일 등이다.

  다섯 째 면침니자법이다. 예를 들면 화영이 송강의 칼을 벗기려 했으나, 송강이 거절했다. 또 조개가 번번이 산을 내려가 전투에 참여하려 했으나, 송강이 그때마다 말렸고, 최후에 말리지 않은 것이 이것이다. 문장 표현 외에 날카로운 칼로 직접 찌르는 것(풍자)이 있다.

  여섯 째 농인법이다. 갑자기 길고 큰 문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먼저 작은 사건을 이끌어 내는 것을 이른다. 예를 들면 삭초가 등장하기 전에 주근이 묘사하는 것, 10푼 성공 가능성에 앞서 다섯 가지 일을 서술하는 것 등이다. <장자>에 "바람이 처음 불 때는 물에 떠 있는 부평초를 가볍게 흔들지만 결국 거대한 동굴 입구로 강한 바람이 몰아친다"고 했다.


  소설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간다. 양산박에 많은 호걸이 모이면서 명성이 높아지자, 결국 정부에서 문제를 의식한 것이 그것이다. 호연작을 통해서 그들을 토벌하러 보낸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관군이 아니라 양산박의 호걸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됨은, 그들이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이기 때문은 아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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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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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인간도 영혼이 있는 인간이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는 장기기증을 목적으로 키워지는 인간들의 슬픈 운명을 서성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장기기증이 과학적이며 인류에게 효율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복제된 인간들의 자유의지를 박탈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복제 인간이라는 소재로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소설.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한 복제 인간의 운명을 통해 삶과 죽음,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소설. 소설은 감정을 과하게 노출하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앞으로 우리에게도 다가올 문제를 성급하지 않게, 덤덤한 모습으로, 인간의 존엄성이란 문제에 다가가는 작품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당신이 SF의 소재를 성장 소설의 얼개에 절묘하게 접목시킨 진지한 천착과 잔잔한 감동이 담긴 작품을 원한다면, <나를 보내지마>는 제대로 고른 소설이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는 인간 복제에 대한 내용을 다룬 소설이다. 소설은 헤일셤이란 기숙학교를 졸업한 뒤 간병사로 12년간 일해온 캐시의 회상기로 구성된다. 1부의 배경인 헤일셤은 캐시와 단짝 친구인 루시, 사랑하는 토미가 유년기를 함께 보냈던 보금자리이자, 복제 인간들이 청소년기를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기숙학교이다. 16살이 되는 졸업 전까지 학생들은 헤일셤 밖으로 나가는 것은 금기되어 있다. 사실 그들에게 졸업이란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상태로 성장을 마쳤다는 뜻이다. 헤일셤의 학생들은 장기 이식을 위해 복제된 클론들이기 때문이다. 

    * 클론(Clone)

  '유전적으로 동일한 세포군이나 개체군'을 뜻하는 생명과학 용어에서 유래하여 복제, 복제품, 컴퓨터 호환 기종 등을 뜻하는 용어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호환성이 있고 내부 설계도 동일한 기계 또는 소프트웨어를 뜻하거나 IBM PC의 호환기를 말할 때도 있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인간 복제라는 SF의 형식을 나타내고 있지만, 다른 SF식 인간 복제를 다룬 작품처럼 장기 이식을 위한 클론에 대한 복제 기술을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소설에서는 클론이라는 용어에 대한 언급조차 드물다. 더불어 복제 인간들, 즉 클론들이 자신들이 클론이라는 이유로 괴로워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른 인간들과 다름에 대한 탄식 조차도 없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장기이식을 위한 존재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 뿐이다. 단지 언제 이식의 대상이 될 지 모르는 긴장 속에서, 불투명한 미래를 바라보는 그들의 슬픔 속에서 소설은 천천히 나아간다. 학생들은 헤일셤 안에서만은 자신들이 결국은 장기기증이란 단일한 목적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고 지내지만, 상급 학년이 되어가면서 서서히 그 사실을 알아가고,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자신들의 목적을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헤일셤에서 받는 교육들이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지연시키는 교육이었을지 모른다. 마담에게 작품을 선택받기 위해, 누구보다 창의적이고 좋은 작품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자신의 존재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자신들의 존재 목적을 잊기 위한 노력들, 그러한 노력의 에피소드들이 <나를 보내지마>를 채워나간다. 

  그들은 창의적 그림을 그리는 존재들로, 영혼을 가진 훼손되지 않은 인간으로 헤일셤안에서 살아 간다.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예술 작품들과 사랑의 환상들로 헤일셤에서 성장한다. 헤일셤에서 학생들은 뛰어놀고, 싸우고 화해하고, 자기만의 시를 쓰고, 창의적 작품을 만들고 그림을 그린다. 선생님을 흠모하고, 친구들에게 우정과 사랑을 느끼고, 육체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마음에 드는 상대와 성교한다. 누가 이들을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 인간들이라고 부르겠는가. 이들 역시 인간들과 똑같이 생활하고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헤일셤의 에피소드들. 복제인간이라고 해도 영혼은 존재한다는 작가의 생각이 드러난다.



  우리의 근원자는 우리를 이 세상에 나오게 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필요한 존재였을 뿐, 우리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 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루스는 언제나 이런 생각을 가진 편이었고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 본문 197 쪽.

  헤이셤 출신 복제인간들, 혹은 세계에 모든 복제인간들은 졸업이라는 16세 이상 성장하면 간병사의 직업을 잠시 거친 후 장기이식을 시작한다. 주인공 캐시는 간병사 역할을 제법 훌륭히 소화해 11년 동안이나 간병사로써 일을 한다. 병원을 여행하듯 옮기고 있는 캐시는 장기 기증 환자 센터에서 헤일셤에서 같이 어린시절을 보낸 루시와 토미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간병사로써 돌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곁에서 죽음을 지켜보는 존재가 된다. 루시와 토미와의 만남은 헤일셤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존재에 대한 질문을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캐시는 자신들에게 보통의 인간들과는 다르게 요구되는 삶의 실체를 알게 된 후 "우리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냐"라며 비통해한다. 복제 인간인 그들 자신에게도 "단 한 번뿐인 삶"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토미는 자신들에게 사실을 직시하게 하려다가 해고된 루시 선생님의 판단이 옳았다면서, "이 모든 게 정말이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내뱉는다. 토미의 이 말은 인간과 문명에 대한 작가의 통렬한 비판이다.

  이성과 감성을 지닌 하나의 생명체인 복제 인간에게 죽음을 선사함으로써,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언젠가 실제로 가능하다면 과연 인류는 행복해 질 수 있을것인가라는 과학과 윤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고민 없이는 미래가 디스토피아가 될지 모른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다.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한 인터뷰에서 "인간의 삶의 방식에 주목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인간 복제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데 대한 통찰이다. 서양철학의 이성적인 사고방식이 아닌, 동양철학이 바탕으로 깔려 있는 작품이다.

 너희가 앞으로 삶을 제대로 살아 내려면, 당연히 필요한 사항을 알고 있어야 해. 너희 중 아무도 미국에 갈 수 없고, 너희 중 아무도 영화배우가 될 수 없다. 또 일전에 누군가가 슈퍼마켓에서 일하겠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너희 중 아무도 그럴 수 없어. 너희 삶은 이미 정해져 있단다. 성인이 되면, 심지어는 중년이 되기 전에 장기 기증을 시작하게 된다. 그거야말로 너희 각자가 태어난 이유지. 너희는 비디오에 나오는 배우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야. 나랑도 다른 존재들이다. 너희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미래가 정해져 있지.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런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너희는 얼마 안 있어 헤일셤을 떠나야하고, 머지않아 첫 기증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해.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너희가 앞으로 삶을 제대로 살아 내려면, 너희 자신이 누구인지 각자 앞에 어떤 삶이 놓여 있는지 알아야 한다.

- 본문 118~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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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전 4 - 인간 본성의 모든 것이 펼쳐진다
시내암 지음, 방영학.송도진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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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이 양산박의 호걸이 되다


  "우악스러우면서 섬세한 노지심, 독하고도 날렵한 임충, 인간이 아니라 신장(神將) 같은 무송, 천진난만하면서도 잔혹한 이규, 그리고 반금련과 왕 노파 등 이런 인물들이 일으키는 생동감 넘치는 사건이 <수호전>을 읽는 재미다. 이에 역자들은 생동감 있는 표현과 세밀한 부분의 묘사들도 빠짐없이 번역함으로써 원전의 맛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 옮긴이 서문 中


글항아리에서 펴낸 <수호전>시리즈의 4권이다. 4권에서는 3권에서 시작된 7장 효웅의 연속과 8장 양웅,석수전을 포함한다.

  七 효웅

  제35회 강호를 떠돌다 - 양산박에서 오용이 대종을 추천하다. 송강이 게양령에서 이준을 만나다.

  제36회 심양강 - 몰차란이 급시우를 쫓다. 선화아가 야밤에 심양강을 떠들썩하게 하다.

  제37회 말썽꾸러기 - 급시우가 신행태보를 만나다. 흑선풍이 낭리백조와 싸우다.

  제38회 다가오는 위험 - 심양루에서 송강이 반시를 읊다. 대종이 양산박의 가짜 편지를 전하다.

  제39회 급습 - 양산박 호걸들이 사형장을 급습하다. 영웅들이 백룡묘로 모이다.

  제40회 누가 두령인가? - 송강이 지혜로 무위군을 공격하다. 장순이 황문병을 산 채로 사로잡다.

  제41회 천서 - 환도촌에서 천서 세 권을 받다. 송 공명이 구천현녀를 만나다.

  제42회 호랑이 네 마리를 잡다 - 가짜 이규가 혼자 지나가는 행인을 막고 강도질을 하다. 흑선풍이 기령에서 호랑이 네 마리를 죽이다.


  八 양웅·석수전

  제43회 양웅과 석수가 만나다 - 금표자 오솔길에서 대종을 만나다. 병관삭이 거리에서 석수를 만나다.

  제44회 절세미녀 반교운 - 양웅이 술에 취해 반교운에게 욕을 하다. 석수가 지혜를 발휘해 배여해를 살해하다.

  제45회 양산박 가는 길 - 병관삭이 취병산에서 소동을 일으키다. 평명삼랑이 축가점을 불사르다.

 

  4권의 대부분 이야기는 송강이 양산박에 들어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앞서 송강은 양산박에 들어가 도적이 되는 것을 꺼렷지만, 술에 취해 반역의 시를 읊은 것을 계기로 죄를 쓰게 된다. 이에 양산박 호걸들이 송강을 구해내면서 송강은 양산박에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4권은 송강의 이러한 과정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

  소설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상당히 많은 호걸들이 등장한다. 인물소개가 상당한 지면을 차지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재미난 점은 이규라는 호걸이었다. 김성탄이 평가했듯, 이규를 묘사한 문장들이 모두 절묘한 것은 바로 단락마다 송강 다음에 묘사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작자 시내암은 송강의 간사함을 몹시 증오했던 것 같다. 그래서 송강이 사악함을 드러내는 곳곳마다 이규의 순박함으로 대비시켰다. 송강의 사악함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생각지도 못하게 이규의 천진난만함을 부각시키게 된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을 죽이려고 창봉을 연마하다 훌륭한 무예를 지니게 된 것과 같다. 이러한 이규를 보자니 왠지 모르게 삼국지의 장비가 오버랩된다.

  송강이라는 인물이 구천현녀를 만나면서 하늘에서 내려온 사자라는 에피소드가 있지만, 이야기가 후반부로 넘어갈 수록 그의 능력에 의구심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천서 세 권을 읽었음에도, 전쟁터에서 보여주는 그의 능력은 오용을 못따라가기 때문이다. 단지 의리를 중시하고 재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군주적 마인드만이 그를 보여줄 뿐이다. 이야기에서 송강은 자신이 오용보다 여러모로 우월하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오용이 송강보다 뛰어나다. 두 사람이 이러한 생각을 서로 알고 있는지에 대해 흥미진진한 전개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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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당신을 존경합니다
데일 카네기 지음, 임정재 옮김 / 함께읽는책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평등을 외치던 인간적인 링컨


 세계적인 영웅을 이야기 한다면, 에이브라함 링컨일 것입니다. 링컨의 일대기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책이 나와있는데 카네기가 쓴 <링컨 : 당신을 존경합니다>는 제가 읽은 링컨 관련 어떤 책에도 견줄 수 없을 만큼 핵심을 놓치지 않고 잘 정리해놓은 책입니다.

  이순신 장군처럼 링컨도 자기 삶을 이기적 동기에서 내려놓은 분이에요. 자기 혼자만을 위해서 살지 않고 동시대의 사람, 후대 사람까지 생각하면서 산 사람이에요. 개인의 안락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이타적인 것, 대통령이 되어서 무엇을 할 것 인가까지 생각한 사람이라는 거죠. 우리는 그런 삶을 들여다보면서 '저분의 삶을 통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 내가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것, 새롭게 꿈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영감을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 작가 고도원의 서재 中 


  개인적으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지만, 미국의 역사에 관해 능통하지 못하다. 미국의 대통령을 순서대로 나열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크나큰 전쟁에 대한 역사적인 인식마저 미미한 수준이다. 중학교 사회과목에서 세계사 공부할 때 유럽만 좋아하지 말고, 미아메리카도 좋아했으면 오늘 날 이런 결과는 없었으리라. 그래도 귀동냥으로 들은 것들은 잘 기억하는 편이다. 'A. 링컨' 역시 귀동냥으로 들은 것을 기억하는 수준이었다. 링컨하면 떠오르는 것은 게티슨버그 연설과 남북전쟁 정도라니. 부끄럽고 창피하다.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 게티스버그 연설문 中


  <링컨 : 당신을 존경합니다>는 '위대한 정치인'으로서의 링컨을 조명하기 보다는, '가장 인간적인' 대통령으로서의 링컨의 삶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치적인 업적이나, 그의 공로를 말하는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링컨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링컨의 정치적 활동, 남북전쟁, 암살 등을 다루는 사이사이에 그의 우울증과 거듭되는 정치적 좌절, 극도의 가난, 앤 루트리지와의 열애와 이별, 메리 토드와의 비극적인 결혼 등에 관한 링컨의 일대기에 관한 일화들이 소개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기에 앞서 그 역시, 모두와 같은 인간의 하나이었음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여자와 아이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링컨의 마음을 느끼는 일화들이 많이 소개된다. 

  아이들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며(메리 토드가 상처받을까 이별의 말을 꺼내지 못했다), 변호사로서 가난한 사람들에겐 수임료를 적게 받는 등의 일화를 통해 인간적인 링컨을 알 수 있다. 또한 편지와 전보, 주위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들은 그의 큰 포용력을 감동적으로 전달하기에 손색이 없다.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 불행한 결혼생활 내내 겪었던 괴로움 등은 같은 인간으로서 링컨에게 연민의 마음까지 든다. 그럼에도 링컨의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너그러웠던 그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마음 속에서 존경심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링컨의 정치적인 업적을 알고 싶다면, 목적을 충족시키는데 부족한 책일 수 있다. 하지만 링컨의 인간적인 면을 알고 싶다면, 목적을 충족시키는데 충분한 책이다. 기억할 것은 '자신에겐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너그러웠던' 그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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