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호전 5 - 인간 본성의 모든 것이 펼쳐진다
시내암 지음, 방영학.송도진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10월
평점 :
대규모 전투, 호걸들이 양산박으로 모여든다
"우악스러우면서 섬세한 노지심, 독하고도 날렵한 임충, 인간이 아니라 신장(神將) 같은 무송, 천진난만하면서도 잔혹한 이규, 그리고 반금련과 왕 노파 등 이런 인물들이 일으키는 생동감 넘치는 사건이 <수호전>을 읽는 재미다. 이에 역자들은 생동감 있는 표현과 세밀한 부분의 묘사들도 빠짐없이 번역함으로써 원전의 맛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 옮긴이 서문 中
<수호전 5>에서는 9장 축가장, 10장 고당주, 11장 호연작전, 12장 풍운 양산박의 이야기를 다룬다.
九 축가장
제46회 축가장으로 진군 - 박천조가 사람을 살리려고 두 번 편지를 쓰다. 송 공명이 처음 축가장을 공격하다
제47회 축가장을 다시 공격하다 - 일장청이 혼자 왕왜호를 사로잡다. 송 공명이 다시 축가장을 공격하다.
제48회 등주에서 온 원군 - 해진 해보 형제가 감옥에서 탈출하다. 손립 손신이 감옥을 습격하다.
제49회 축가장, 드디어 함락되다 - 오 학구가 연환계를 사용하다. 송 공명이 축가장을 세 번째 공격하다.
十 고당주
제50회 뇌횡과 주동 - 삽시호가 목에 쓴 칼로 백수영을 쳐죽이다. 미염공이 실수로 어린 공자를 잃어버리다.
제51회 시진이 수렁에 빠지다 - 이규가 은천석을 때려죽이다. 시진이 고당주에게 사로잡히다.
제52회 이규가 나진인을 공격하다 - 대종이 두 번째로 공손승을 찾아 나서다. 이규가 홀로 나진인을 공격하다.
제53회 고당주를 격파하고 시진을 구하다 - 입운룡이 도술로 고렴을 무찌르다. 흑선풍이 우물 안에 들어가 시진을 구하다.
十一 호연작전
제54회 연환마 - 고 태위가 세 갈래 길로 토벌군을 동원하다. 호연작이 연환마진을 펼치다.
제55회 구겸창 - 오용이 시천을 시켜 갑옷을 훔치다. 탕륭이 서녕을 속여 입산시키다.
제56회 도망간 호연작 - 서녕이 구겸창 사용법을 가르치다. 송강이 연환마를 대파하다.
十二 풍운 양산박
제57회 영웅들이 양산박으로 모이다 - 세 산이 연합하여 청주를 공격하다. 영웅들이 한마음으로 양산박으로 귀순하다.
송강이 합류한 양산박의 호걸들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다. 축가장을 시작으로 고당주, 호연작전을 통해서 대규모 전투가 많이 등장한다. 한 가지 특이점은 10장 고당주에서 문학적인 가미가 된다는 점이다. 고렴과 공손승, 나진인이 쓰는 도술이 그렇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사람이 비와 바람을 조종하며, 도술을 쓰는 것은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 믿기 힘든 이야기이다. <수호전>이 픽션이라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수호전>은 왜 뛰어난 문학작품인가? 라는 질문에 6가지의 대답이 있다.
첫 째 도삽법이다. 나중에 전개될 사건에 실마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글자를 뜬금없이 앞에 먼저 끼워넣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대산 아래 대장간 옆집 '부자 객점', 또 대상국사 악묘 옆의 채마밭, 무대 부인이 왕 노파와 함께 호랑이 구경을 간 것, 그리고 이규가 대추떡을 사러 갔다가 탕융을 거든 것 등이다.
둘 째 협서법이다. 다급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말을 시작하여 한 사람이 말을 끝내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의 말을 중간에 끼워넣는 수법이다. 예를 들면 와관사 최도성이 "사형, 잠시 화를 멈추신 뒤 제 말 좀 들어보시고…." 노지심이 말했다. "말해봐라, 말해!" 등이 이런 것이다.
셋 째 호사회선법이다. 언뜻 읽고 지나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그 안에 복선이 깔려 있어서 끌어당겨보면 전체가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렴이란 글자가 열네 번 등장하는데 반금련의 비극적인 죽음을 암시한다.
넷 째 대락묵법이다. 오용이 삼완 형제에게 유세를 하는 것, 양지가 북경에서 무술을 겨루는 내용, 왕 노파가 여자 꼬드기는 법을 설파한 부분, 무송이 호랑이를 잡는 장면, 송강이 환도촌으로 도망간 상황, 축가장을 두 차례 공격한 일 등이다.
다섯 째 면침니자법이다. 예를 들면 화영이 송강의 칼을 벗기려 했으나, 송강이 거절했다. 또 조개가 번번이 산을 내려가 전투에 참여하려 했으나, 송강이 그때마다 말렸고, 최후에 말리지 않은 것이 이것이다. 문장 표현 외에 날카로운 칼로 직접 찌르는 것(풍자)이 있다.
여섯 째 농인법이다. 갑자기 길고 큰 문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먼저 작은 사건을 이끌어 내는 것을 이른다. 예를 들면 삭초가 등장하기 전에 주근이 묘사하는 것, 10푼 성공 가능성에 앞서 다섯 가지 일을 서술하는 것 등이다. <장자>에 "바람이 처음 불 때는 물에 떠 있는 부평초를 가볍게 흔들지만 결국 거대한 동굴 입구로 강한 바람이 몰아친다"고 했다.
소설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간다. 양산박에 많은 호걸이 모이면서 명성이 높아지자, 결국 정부에서 문제를 의식한 것이 그것이다. 호연작을 통해서 그들을 토벌하러 보낸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관군이 아니라 양산박의 호걸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됨은, 그들이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이기 때문은 아닐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