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베다
모옌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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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다 못한 어른들의 세상


  "약한 사람이 빚어내는 공포는 갈수록 줄어들기를 희망하지만 귀신과 요괴들이 등장하는 옛날이야기나 괴담, 동화가 빚어내는 공포만큼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과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지향을 품은 것이며, 또한 문학과 예술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_ <달빛을 베다> 서문 中


  필명 모옌. 그는 누구인가?


  모옌의 작품을 읽으려면, 우선 모옌이라는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이 중국의 시대적 상황을 많이 반영하고, 숨어있는 의식이 많기 때문이다. 

  모옌은 중국 민중의 삶을 해학적, 직설적으로 그렸다는 평가와 함께 2012년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치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노벨문학상 후보는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도박사들의 예상에 모옌과 하루키 2파전이었다고 한다.) 체제 순응적 작가라는 비판과 중국의 문학작품 검열체제 문제 등으로 수상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래도 2012년 노벨문학상은 모옌이다. 

  2007년에는 모옌의 작품이 중국문학평론가가 뽑은 중국 최고작 1위에 선정됐으며 프랑스 루얼 파타이아 문학상, 이탈리아 노니르 문학상,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홍콩 아시아문학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 대상 등을 받았다. 2011년에는 중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마오둔 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우리나라 만해대상 문학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모옌은 1955년 2월 17일 중국 산둥성 기오미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관모예(管謨業)이며 모옌은 필명이다. 모옌의 뜻은 '작품을 통해서만 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12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면화공장에서 일하다가 1976년 인민해방군에 입대하였다. 해방군 예술학원 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베이징 사범대 루쉰 문학 창작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부터 창작 활동을 시작하여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소속 1급 작가로 일하다가 1997년 사직하고, '검찰일보'에 재직하면서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현실과 환상을 역사적, 사회적 관점에서 절묘하게 융합한 문학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그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의 고향인 산동성 기오미현 둥베이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대표작으로는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인 <홍까오량 가족>, 중국의 인구제한정책을 다룬 <개구리>가 있다. 이 밖에도 <열세 걸음>,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술의 나라> 등 많은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2006년에 발표된 <달빛을 베다>는 '공포와 희망'이라는 주제로, 열 두편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모음집이다. W. 포크너에 견주어 ,<홍까오량 가족>을 비롯하여 향토적 성격이 짙은, 즉 농촌의 짙은 흙내가 배어 있는 작품들 속에서 <달빛을 베다>에서도 역시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단편들 중에는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주로 등장하는데 특히 아이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문둥병 걸린 여인의 애인>에서 어린 아들 서후이와 진주얼, <설날 족자 걸기>의 피쳰, <메기 아가리>의 소년 예샤오창, <목수와 개>에 등장하는 '굴렁쇠' 소년, <엄지수갑>의 어린 효자 아이, <소설 아홉 토막> 일곱번째 '뒤집어 까기'의 왕샤오룽이 그 아이들이다. 모옌은 이들의 순수한 두 눈망울과 동심을 거쳐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잔혹한 본성을 예리하게 풍자, 비판하며 작품을 통한 고발을 행하고 있다. 

  모옌의 어린 시절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것은 '굶주림'과 '외로움'을 빼면 '공포'라고 한다. 그것을 회상하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많이 투영되어 있는 작품들이 많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나는 확실히 굶주림과 외로움, 그리고 공포 속에서 자라난 아이였다. 숱한 고난을 경험하고 참고 견뎌야 했으나, 마지막에 가서는 미치광이가 되지도 않았거니와 타락하지도 않고 어엿한 작가로 성장했다. 도대체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토록 길고 지루한 암흑의 세월을 보낼 수 있게 지탱해주었을까? 그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_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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