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당선운동 100인토론 관전기

 

 

 

피곤했지만 흥미로운 주제고, 토론의 달인인 유시민이 나와서 끝날 때까지 토론을 봤다.

-김황식 한나라당 의원
처음 본다.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긴 해도, 그는 내가 알던 한나라당 의원과 하나도 차이가 없었다. 그는 시종일관 음모론을 제기했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더니, 노무현이 12월 19일날 당선축하모임에서 '시민혁명을 지속시키자'라고 하니까 그다음에 물갈이 연대가 등장했단 말야..."
그는 별 재미도 없는 이 얘기를 세번이나 반복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최열의 반박, "나도 환경운동을 십년 넘게 해온 사람인데, 우리가 청와대나 안기부 지시를 받고 움직일 사람이냐"
유시민의 말, "그렇게 보신다면 말이죠, 2000년의 낙선낙천운동이 일어났을 때 이회창이 중진들 물갈이 했잖아요? 그 운동이 이회창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죠?"

무지한 사람을 설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 거짓 주장을 하는 사람을 무슨 수로 설득한담? 김황식도 물갈이연대가 노무현과 관계가 없음을 잘 알고있을게다. 최열의 주장대로 이번 운동은 4년 전 벌어진 낙선운동의 연장이니까. 하지만 그가 거듭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은 물갈이 운동의 이미지를 흐리게 함으로써 정치에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음모가 깔려있다. 그놈도 집에 가서는 자식한테 이럴 거다. "거짓말 하지 마라, 응?"
그나저나 한나라당은 왜 시민운동에 그렇게 거부감을 가지는 걸까? 후보 판단기준으로 시민연대가 내세운 '전문성, 도덕성, 개혁성'과 한나라당 후보들이 거리가 먼 것을 시인하는 걸까?

-제성호 교수
이 인간은 시종일관 위법성을 물고늘어진다. 선관위가 괜찮다고 했다는데도 막무가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니' 위법하단다. 난 그가 지난 대선 때 있었던 조선일보의 막무가내식 편파보도에 대해서 그런 소리를 한번이라도 했는지 의문이다. 

위법성에 대해 김황식 의원이 한마디 거들자, 유시민이 한 얘기는 정말이지 토론의 하이라이트였다.
"저도 국회의원이지만, 우리가 남한테 룰을 지키라고 말하는 건 양심에 찔린다"
난 웃었고,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맞는 말이다. 전체 의원의 20% 이상이 범법자인데,  어찌 시민단체에게 위법성 운운한담?

제성호는 '공정성'에 관해서도 많은 말을 했고, 시민단체가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편향, 나쁜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러는 제성호는 편향성이 없나? 그는 지금까지 민정당.민자당.한나라당에게만 줄기차게 투표를 했을게다. 그런 사람이 남에게 편향을 말한다? 그러고보면 편향이란 딱지는 언제나 반개혁 쪽에 의해서, 개혁을 주창하는 사람들에게 붙여진다. 난 그가 엄정하게 중립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발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지지는 공정이고, 남의 지지는 편향이라는 이중잣대는 당장은 먹히겠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공정성'에 대한 환상을 품게 함으로써 정치발전에 역행한다.

-한 네티즌
어떤 네티즌이 인터넷을 통해 이런 의견을 개진했다.
"국민연대에 소속된 위원이 우리나라 4천만 국민인가요?"
물갈이연대에 대해 이런 지적이 난무한다. "누가 너희에게 그럴 권리를 줬냐"
"너희들의 의사가 국민의 의사냐"
모든 국민은 주권자며,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지닌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몇년마다  돌아오는 선거날 딱 하루만, 주권자임을 실감해야 했다. 의원들이 개판을 쳐도 응징할 방법은 없었고, 망각의 힘 때문에, 그리고 망국적 지역감정 때문에 선거 때조차 응징이 실현되지 못했다. 정형근이 아직도 국회의원 행세를 하는 현실을 보라. 

다들 정치가 개판이라고 욕을 하면서, 아무일도 안하는 상황. 시민연대가 나섰다. 왜? 국민들의 권리를 되찾아주기 위해. 그러자 침묵하고 있던 애들이 하나둘씩 입을 연다. "니, 니네가 뭐, 뭔데?" "그럼 가만히 있던 우리는 바, 바보냐?"
사실 바보였다. 어느 유명한 사람의 말에 의하면, 침묵하는 다수란 없단다. 그 말은,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스스로 찾지 않으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다. 술자리에서 정치를 욕하는 기세를 보면 정말이지 우리 정치가 곧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거품을 물고 정치를 욕하는 사람은 알고보니 투표도 안했다. 이게 말이 되나? 왜 안했을까?
"그놈이 그놈이니까!"  시민단체의 당선운동은 그래서 필요한 거다. 그들은 말한다. 도토리도 키를  재야 하고, 잘 보면 보인다고. 선택을 도와주겠다는데, 그리고 수틀리면 그 선택을 따르지 않으면 되는데 왜 "니들이 뭔데?"라고 볼멘 소리를 하는 걸까? 우리, 솔직해지자. 그간  우리가 바보였음을, 언론과 지역주의에 휘둘려 왔음을 솔직히 인정하자. 시민단체들이 몇달씩 일해봤자 생기는 거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그들이 왜 그러는 거 같아? 생기는 게 많아 보이면, 지가 하든지. 지가 하기 싫으면 욕은 말든지. 정말 왜들 그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