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출처 : SBS 스페셜 홈페이지>
 
 

연휴의 마지막 오전. 아침을 먹고, 택배로 도착한 책장을 조립하려고 거실에 벌이고 TV를 켰다.  오랜만에 문성근이 나즈막히 또박또박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SBS 스페설 <나는 가요>. 
 
조총련계 초등학교의 이야기다. 보통 이 아이들은 재일동포 4세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TV를 보고, 일본 친구들과 놀고, 일본말을 하며 자란 아이들에게, '조선어'란 2외국어나 마찬가지. 그러나 아이들은 우리 초등학교 1학년들처럼 하나하나 조선어를 배운다. <나는 가요>는 아이들이 맨 처음 음악시간에 배우는 노래. 그런데, 도쿄 시내 한 가운데에 있는 이 학교를 상대로 극우의 상징인, 그 문제의 됴쿄도지사가 토지 반환 소송을 걸어왔다. 10월에 있을 재판에서 지게 되면, 이 학교는 운동장 한가운데로 도로가 들어서게 된단다.
 
내가 중학교땐가, 고등학교때 본 프로그램(당시 나름대로 반공 이데올로기를 뺀 프로였던 것 같음)에서 본 기억으로는 그 초등학교 학생들이 검은 반바지, 흰 난방, 빨강색 손수건을 두른 북한식 교보 차림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오늘은 한국의 어느 시골 초등학교 같은 풍경이었다.
 
놀라운 것은 총련계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북조선이 아닌 남조선 본적이 많다는 사실. 물론 이것은 요즘 들어 북한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북조선이 고향임에도 남조선으로 주소지를 변경하는 풍토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고향이 어디니?"라고 물으면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면"이라고 한다. 한번도 가본적도 없는 머나먼 고향. 고향에 가서 무엇을 하고 싶냐니, "친척집에 가서 밥을 먹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일본도 초등학교는 무상교육이다. 하지만 이 총련계 학교는 무상이 아닌, 학비를 내야한다. 일본에 살면서 일본인들과 똑같은 세금을 내지만, 이민족 학교는 국고보조가 없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쉬운 무상교육의 길을 포기하고 이 총련학교를 보낸다. 교장선생님은 벌써 10여년간 등하교 스쿨버스(봉고 ^^)로 아이들을 등하교 시킨다. 무려 1시간 반이나 걸리는 아이도 있다.
 
북한과의 관계가 안좋아져서, 봉고버스에 학교 이름을 지웠다고 한다. 죄없는 이 아이들한테 괴롭힘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이 학교 신입생들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아주 소수다. 국고보조가 없기 때문에 복도는 빗물을 받쳐놓은 양동이와 세수대야가 많이 놓여있고, 한여름에도 집에서 쓰는 작은 선풍기를, 수도는 20년 전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보던 낡고 놋슨 수도. 과연 요즘 일본에서 사는 아이들이 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얼굴은 해맑다.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도 마찬가지. 그 열악한 상황에서 교사 생활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의지와 의식이 남다르다. 특히 1학년 담임 선생님은 그야말로 얼짱! ㅋㅋㅋ (MBC 안혜경 기상캐스터 스따일. ㅋㅋㅋ)
 
인상 깊었던 장면 3가지.
 
하나.
2학년 남학생들에게 조선 출신인지, 한국 출신인지 묻자, "저는 한국 출신이고, ㅁㅁ는 조선 출신이에요'라고 하자, "아니야 00도 제주도고, ㅁㅁ도 제주도니 둘다 한국 출신이야", "아니야, 우리 어머니께서 ㅁㅁ는 제주도지만 조선 출신이랬어~". 여기에서 "조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대로 "북조선"을 뜻하는게 아니라고 한다. 이 학교가 해방 전에 세워졌기 때문에, 초기에는 모두 "조선" 출신이었다. 이게 세월을 지나오면서 '한국 출신'이라는 말이 따로 생겨나서, 아이들도 헷갈리고 있는 것.
 
특히, 놀라운 것은 취재팀의 요청에 교장 선생님이 재학생들의 출신을 분석하는데, 교장 선생님은 이런 작업이 처음이라고 한다. 본적이 북조선인지, 한국인지는 중요하지도 않고, 분석할 필요도 없어서 한 번도 해본적이 없다는 것. 취재 도중 만난 모든 사람들과 선생님들도 북조선 출신인지 남조선 출신인지는, 일본에 사는 자신들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조총련계 학교'라고 하면 한번 색안경을 끼고 보지만, 재일동포들에게는 그런 우려에서 조총련계 학교를 선택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구태여 '북한은 한국의 적'이라는 의식을 가진다면 모를까.
 
둘.
오랜만에 이 학교 출신들이 운동장에 모여서 하루 먹고 노래부르고 노는 날. 자신이 다닐 시기에는 남과 북이 최대 적대적 관계 시기였을 때였을 아저씨. 이런 것이 모두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당시에는 적대적 관계로 미워하고 싸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는 안된다며 눈물을 흘린다.
 
인터뷰를 한 조총련 고위 간부는 "예전에 비해서 정말 많이 변했다. 솔직히 얘기해서 학부모들이 '세상이 변했으니, 사상교육과 의식화교육을 덜 해달라'고 해서 이젠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과정과 교과서도 바뀌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말투가 약간의 북한 말투라는 걸 빼고는 우리나라 시골 학교 같다.(희한한 건,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땐 북한 말투, 노래를 부를 땐 북한 말투가 아닌 남한 말투라는 것. ㅋㅋ)
 
셋.
한여름의 종업식. 아이들 모두에게 상장 하나씩을 나눠 준다. 아이들이 한명씩 나오면, 선생님이 "00동무는 청소반장으로 청소를 무척 열심히 합니다. ㅁㅁ동무는 여기 청소하라고 하면 대충 3분도 안되서 하지만, 00동무는 빈틈없이 착실하게 잘 합니다. 집에서도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고 하며 "청소를 꼼꼼하게 잘하는 모범생'이라고 적힌 상장을 준다. "씩씩하게 활기차게 잘 뛰어노는 모범생"상을 받은 말썽꾸러기 남자아이. 1학년 아이들은 상장에 적힌 글자를 읽지도 못하지만, 상장 하나씩을 받고 방학을 맞는다.
 
민총련 계열의 학교는 어떤지 모르지만, 지금 이 학교는 일생일대의 위기에 놓여있다. 아니 설사 그 위기를 벗어나더라도 학교 시설과 지원이 너무 열악하다. '우리말 우리글'을 꼭 배워야겠기에, 그렇게 먼 거리를, 비싼 학비를 들여 시키는 우리 조선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한데, 그건 그냥 감정적인 뭉클함 이상이다. 나에게 '민족'이란 사실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난 반의식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물론 대학 때의 학습에서 기인한 면이 있지만, 돌이켜 보면 '민족'을 느낄 때는 거의 없었다. 6.15 때, 김대중 대통령이 비행기에 내려 평양 땅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친구 자치방에서 눈물을 글썽인 기억 밖에.
 
그런데, 일본 땅에서 이제는 부족함 없이 살고 있는 이 동포들은 왜 자신의 어린 자식을 위험한 꼬리표가 달릴지도 모를 총련계 학교에 보낼까. 과연 나는 무상으로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일본 학교를 포기하고 조선인 학교를 보낼까 생각해봤는데 쉽지 않은 결론. 하지만, 자신의 민족말과 글, 그리고 역사를 배운다는 게 중요할 것 같다는 것 까지 강하게 느껴진다.
 
혹시, 이 학교를 지원하는 네티즌들의 카페가 있지않을까. 있을 것이다. 작은 정성이지만, 몇만원, 몇천원씩의 정성이라도 꽤 많이 모인다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은 특별한 그 아이들을 만나 조선말도 가르쳐주고,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관심있어 하는 한국 배우들의 사진이나 이야기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자... 점심 먹고는 조선학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찾아봐야겠다. 있다면 알려드리리라 ^^
 
 

 
 
[ SBS 스페셜 ] 제 00010 회 (  09 월 11 일  )
 
출처 : SBS 스페셜 홈페이지
 
장기간 밀착취재한 조선학교 아이들의 진짜 모습!
SBS 스페셜 <나는 가요-도쿄, 제2학교의 여름>편은 60년의 역사를 가진 도쿄의 한 조선학교(도쿄조선제2초급학교/도쿄 고토구 에다가와 소재/ 교장 송현진외 교사6명, 전교생59명/ 1946년 1월 15일 개교)를 방송사상 최초로 장기간 밀착 취재한 프로그램입니다.

흔히, 조총련의 학교 정도로만 피상적으로 알려져 있던 학교의 속모습은 어떨까? 살벌할까? 선생님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가?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며 무엇을 하고 놀며 어떤 생각을 하며 자라나는가? 이 학교의 학부모는 왜 대다수의 재일동포들이 자녀들을 일본학교에 보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시설도 열악하고 수업료도 비싼 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조선학교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지금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가? 그래서 결국, 우리에게 그들은 어떤 존재인가?

이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을 여름 내내 지켜본 선생님과 아이들의 일상사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봅니다.

<나는 가요- 어디로 가며 왜 가는가?>
조선 초급학교(일본의 소학교, 우리의 초등학교)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노래가 바로 ‘나는 가요’입니다. 수십년간 어린 신입생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조선학교 생활을 시작해 왔습니다. ‘나는 가요’는 아주 쉬운 짧은 동요이지만 함축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나는 어디로 가며 왜 가는가?”

<장사와 태해 - 총련 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한민국 아이들?>
운동장 한 구석에서 가벼운 논쟁을 하고 있는 장사와 태해는 이 학교 3학년 학생이며 재일동포 4세입니다. 장사의 고향은 제주도이고 태해의 고향은 경상도 입니다. 장사는 자신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는데 ‘조선’국적(사실상은 국적이 아니라 하나의 기호)인 태해는 그럴 리가 없으며 장사도 분명 ‘조선’일 것이라 주장하는 것입니다.

조사결과 놀랍게도 전체 59명의 학생중 25명이나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33명이 ‘조선’이고 ‘일본’ 국적을 가진 아이도 한명 있었습니다. 25명의 ‘대한민국’ 아이들은 왜 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선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이 아이들에게 국적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알아봅니다.

<과거와 미래사이, 현재의 고민!>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과거에 걸어온 길과 미래로 걸어갈 길을 생각해 보면 제 2학교 송현진 교장은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학생수가 자꾸 줄어 신입생을 모집하는 일이 선생님의 제일 큰 업무가 되어버렸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북조선’을 비난하는 뉴스들이 홍수를 이룹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안전도 위태롭습니다. 스쿨버스에 학교이름도 새겨 넣지 못할 형편입니다. 학교는 낡았는데 돈도 없습니다. 그런데, 국가보조금이 없으니 학부모로부터 비싼 수업료를 받아야합니다. 전액 무상 의무교육을 하고 있는 일본 소학교에 비하면 애초 경쟁 상대도 되지 않습니다. 동포들의 ‘민족애’에 기대는 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듯합니다.
'조선학교는 일본에서 일본사람이 되지 않는 생명선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송교장, 그리고 송교장의 제2학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 학교를 빼앗으려 하지 말라!>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요즘 제2학교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도쿄도 정부가 ‘학교 운동장 및 건물 일부는 도쿄도의 땅이니 돌려달라’라는 소송을 낸 것입니다. 일본 정부가 ‘과거 조선인 강제이주’의 역사적 책임을 이유로 합의문서까지 만들어 줄곧 무상대여해온 이 땅을 하루 아침에 돌려달라는 것을 제 2학교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재판의 진실은 무엇인지 밝히고 또, 60년 간 계속되어온 조선학교 수난의 역사는 어떠한지 심층 취재합니다.

<누구의 아이들인가?>
'우리나라의 수도는 평양’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은 이병헌’이라고 말합니다. 조총련에도 한류바람이 불어 학부모의 휴대전화 화면에 류시원, 장동건, 비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일본학교에 다닌 사람들과 달리 조선학교를 다닌 덕에 우리말을 할 수 있어 한국 드라마도 마음껏 볼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도 ‘발전된 남조선’의 모습이 컬러사진과 함께 여러장 실려 있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우리나라'는 이미 '대한민국'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도 아닌 ‘조선반도’ 전체를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제2학교의 선생님과 아이들은 '남한사람, 북한사람' 보다도 더욱 절실하게 통일을 원하는 듯 합니다. 식민지 지배국가에서 분단된 조국을 두어 차별받고 가슴아팠던 일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아이들이 되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 어느 나라의 아이들입니까?’라고….

SBS 스페셜 <나는 가요-도쿄, 제2학교의 여름>에서는 2005년 여름 석달간 제 2학교의 일곱 선생님과 쉰아홉 학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잔잔하게 엮어내 조선 학교, 조선학교 아이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되새겨보게 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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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5-10-03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본방송때 봤어요. 북한에도 한국에도 속하지 못하는 그들을 도와주는 길..
전 그것가진 생각하지 못했는데..찾아봐야겠네요
일본 도쿄지사..정말 미친넘 같아요. 그러니 일본이 욕을 먹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