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주 친구녀석 집에 갔다가 할 일이 없어서 본 <Lost> 땜에 폐인 생활이 시작되었다. 김윤진이 나온다고해서 우리 언론에 꽤 많이 소개된 드라마. 별 기대를 안했는데 정말 재미있다.

무인도(로 추정되는 이상한 섬)에 추락하여 살아 남은 사람들과 섬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 미스테리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각 에피소드 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주인공을 맡는 재미있는 구성도 재미있고, 하나씩 흘리는 비밀에 대한 단서를 보고 '이게 뭘까'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재미있다.

역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돼지털세상'답게 현지에 방영되는 다음날 동호회에 동영상과 한글자막이 띄워져 수많은 이들이 즐기고 있었다.(정방은 KBS 토욜 1시에 한국어 더빙으로 방송) 지난 토.일요일 집에 꼭 쳐박혀 열네개의 에피소드를 다 봤다. 열다섯번째 에피소드는 2월9일에 방영이 된다고 하니, 너무나 많은 날들이 남아있다. 미치겠다. 세상에 이런 TV 중독이 없다.

네이트의 <LOST 동호회>에 가입해서 감상.비평글도 읽고, 섬의 비밀이 뭘까 추리도 해봤지만 15편에 대한 목마름은 채워지질 않는다. 그래서 발견한 드라마가 <24시>! 아.. 그런데 이 <24시>는 <LOST> 보다 더 중독성이 심한 드라마 아닌가! (이것도 MBC에서 토요일 1시에 한다)

<24시>는 말그대로 한 시즌이 2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 더욱 특이한 것은 한 시즌이 하루 24시간을 실제 시간의 흐름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1편이 0시부터 1시까지, 2편이 1시부터 2시까지... 이런식이다. 대통령 예비선거 후보자를 암살하려는 테러를 막기위한 대테러부대 반장의 활동을 담고 있다. 실제 시간의 흐름대로 전개되기 때문에 더욱더 생생하고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저께 3편, 어제 3편... 퇴근하고 늦게 들어와서는 새벽까지 3편을 보고 나니 잠이 모자란다.

그런데, 또 소문을 듣자하니 <Alias>라는 드라마도 재미있다고 한다. 죽음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기회에 영어 공부를 하기로. 이왕 외화를 줄기차게 볼 바에야 뭔가 얻는게 있어야지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지난 토.일요일 한 발자국도 꼼짝하지 않고 방에 불을 다 끄고 TV 앞에만 있는 나의 모습을 돌이켜보며 이건 완전히 폐인이다. 남들은 등산을 하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지율스님을 살리기 위해 도롱뇽을 접는다던가하는데 나는 골방에 처박혀 이러고 있다니,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해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데 약한 나의 모습을 인정하기로 하고, 이걸 이용해서 나 자신을 발전시켜보자는, 나의 장기 '자기합리화'가 시작된 것이다. 자막은 웬만하면 영어자막으로 보고, 영어 대본을 구해서 지하철에서 본다는 것이 1차 계획. 말이 나온 김에 X-FILE 시즌 1, 2 DVD 세트를 구입했다. '지름신'과 '합리화의신'께서 한꺼번에 왕림을 하시니... 너무 힘들다.

옛날 대학생 때, 영화 비평 동아리를 만들어 영화를 맘껏 봤다. 그때 선배가 하던 말이 떠오른다. "너 영화 너무 많이 보는거 아냐? 영화광이라는 건 그만큼 현실에 눈 감고 있다는거 아닐까."

아냐아냐, 난 영어공부까지 겸해서 하는거라구. 잠깐일거야. 잠깐만 좀 놀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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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6 1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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