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을 서러운 눈물로 보낸 아기는 아침에 되어서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쌩쌩하다.
오전 오후에 채윤이는 젖을 찾지 않았다.
식구들도 많고, 같이 놀아주니 정신없이 계속 놀면되므로 젖은 보채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는 문경 눈썰매장을 같이 갔다. 아직 아빠에게 안겨 눈 썰매를 타기에는 이른 나이이므로 그냥 휴게실을 외할아머지 할머니랑 지키고, 아빠랑 엄마, 이모들이 오히려 애 없이 마음껏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타본 눈썰매... 첨에는 발 뒤꿈치를 끌어서 눈이 얼굴도 다 튀어서 반은 눈감고 내려왔다. 그 뒤로 수번을 더 탔는데, 마지막에는 눈길이 울퉁불퉁해 5센티 정도를 난 뒤에 기우뚱하다가 넘어질 뻔했다.

채윤이는 밤이 될 때까지 잘 놀았다. 간혹 엄마한테 안기면 예전처럼 엄마 가슴을 찾았는데, 그때도 "엄마 찌지 아야해요. 호 해주세요."라고 하면 입술을 오무려 "호~"만 하고는 젖을 찾지는 않았다. 아.. 그런 모습을 볼 때 가슴이 찢어진다. ㅠ.ㅠ

밤 10시, 자는 동안 그렇게 젖을 찾지 않았다. 다행히 아빠한테 안겨서 잠이 들었다. 젖 먹을 때 보다 더 수월하게 자는 듯...
새벽 5시에 채윤이 우는 소리에 잠을 깼다. 가보니 벌써 장모님이 와 계셨다. 어제 보다 훨씬 우는 정도가 심했다. 이번에는 자기가 왜 갑자기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서럽고 서럽게 울었다. 1시간 넘게 울다가 잠이 드는듯하다가 또 울고... 이런식으로 1시간 반정도를 울다 잠들다를 반복하였다.

역시 이번에도 밤사이 1번만 깨서 운 셈이다.(길게 울기는 했지만) 전에 보다 잠은 더 깊고 길게 자는 셈이다. 깼을 때 물이라도 좀 먹고 배가 고프면 두유라도 먹으면 좋으련만 젖 달라고 투쟁하는 것인지 아직은 전혀 입을 대지 않는다.

다음날도 잠이 깨서는 언제 울고 불고 난리를 쳤냐는 듯 명랑하게 까불었다. 처가가 올해 시골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멍멍이들이 많았는데, 멍멍이를 보러가자고 난리다. 추우니 파카를 입혀서 데리고 나가면 동네 멍멍이들을 다 보는데, 한 멍멍이당 10분 넘게 본다. 특히 가까운 집의 깜장 멍멍이를 제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오래 본다. 말도 못하니, 뭐라뭐라 개한데 소리를 지르는데, 개는 그것도 좋은지(개가 그동안 얼마나 심심했을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뛴다.

채윤이는 하루종일 그렇게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느라 찌찌 생각이 안 나는가보다. 그런데, 눈에 띄게 엄마를 덜 찾는다. 엄마가 불러도 낯가리를 하는 것처럼 조금 피한다. 대신 아빠에게 매달리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조금만 부탁할 일이 있어도 엄마도 이모도 할머니도 아닌 아빠한테 먼져 안겨 조른다.
엄마는 젖몸살도 심한데, 이녀석이 이렇게 서운하게 대하니 상실감이 큰 모양이다. 자식도 남편도 다 필요없단다.. ㅎㅎㅎ

사실 젖떼기는 아기 보다는 엄마의 고통이 더 크다. 가슴이 불어도 많이 짜네지도 못하고(짜내면 그 만큼 또 불으니) 약도 먹고 엿기름도 먹어도 계속 또 불어난다고 한다. 압박붕대로 가슴을 동여매고 있으니 답답하기도 해서, 밤에 잠자기도 여럽다고 한다.

역시 애를 키우는데 아빠는 1할도 안되는 힘과 애를 쓰고, 9할도 넘게 엄마가 그 고통을 감당한다. 엄마들께 머리숙여 감사를...

4번째 맞는 밤. 채윤이는 잠이 많이 왔는지 아빠한테 안기자말자 잠이 들었다. 쉽게 잠이 들었다. 그후 아빠는 옆방에서 계속 잠을 잤고, 아침 8시 채윤이가 깨우는 바람에 깼다. 이 녀석은 간밤에 한번 깨서 짧게 울고는 계속 잘 잤다고 한다. 다행히다.

오늘은 이제 일산으로 돌아간다. 나흘간 젖떼기 프로젝트는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이제 며칠만 더 가면 젖을 잊을 것 같다. 문제는 아빠가 출근을 하니 하루종일 엄마가 애를 잘 볼 수 있을지...
하지만 아빠 없어도 애는 지금까지 잘 지냈으므로 앞으로도 그러리라.
인생의 고통은 16개월된 아기의 젖떼기부터다.
젖뗀 아기는 아빠에게 더 매달리지만 이 아기도 30년 뒤에는 제 자식의 주던 젖을 떼야하는 엄마가 된다.
그리고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작은 말다툼을 끊임없이 하셔도 딸들은 모두 엄마 편이듯, 결국엔 엄마 편이 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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