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편하는 페이퍼 레이블링 회의를 했는데, 쉽지 않았다.
주최자는 "간단히 정하죠" 라고 소집했지만. 거의 4시간 이상 난상 토론.
가끔 커뮤니티 레이블링이 특히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

내가 커뮤니티 레이블링 잡을 때 원칙으로 삼는 것은 대충 이런 것들이 있다.

이건 커뮤니티니까, 누군가 사람이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그래서 조금은 파격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도 써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입가에 슬쩍 미소가 지어질 만큼의 "유머"가 녹아났으면 싶을 때도 있다.
글말보다는 입말에 가까운 것들을 쓰게 될 때도 많이 있다.

또, 레이블만 봐도 "뭔가를 하고 싶어지게" 뽑아줘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커뮤니티 레이블엔 동명사형이 많다. "~하기" 식의 레이블.
호기심도 불러일으켜야 하고, 설득도 되야 한다. 결국 레이블만 보고도
마우스를 움직여서 한번 해보고 싶어지게 해야 한다는 것.

과업의 결과를 디스플레이할때도 딱딱해지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수정완료" 보다는 "짝짝짝, 잘 고쳐졌습니다." 편이 맞는거 같다.
내가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정확하고도 따뜻하게 알려주는 것은
커뮤니티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신뢰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거 같다.

그런가 하면 여러명의 플레이어군을 고려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페이퍼 주인장의 입장인지, 방문자의 입장인지, 완전 초보자의 입장인지 등
플레이어군에 따라 같은 단어도 각각 다른 것을 상상하게 할 때가 많다.
결국 이 레이블링이 어떤 "맥락"에 놓이게 될 것인지를 잘 시뮬레이션 해야 한다.


----------------------------------------------------------------------

비단 커뮤니티가 아니더라도, 원래, 레이블링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레이블만 보고도 내부의 내용을 '짐작'해낼 수 있는 직관성은 필수고.

같은 레벨의 메뉴에는 비슷한 형식과 형태의 레이블링을 써야 하고,
댓구도 맞춰야 하고, 오묘한 뉘앙스 차이등, 꽤 센스있는 언어감각을 필요로 한다.
가끔 보면 영어-한국어, 명사-동사, 직접적단어-은유적단어가
한 레벨에서 섞여 있는 경우를 보는 데, 그다지 매끄러운 느낌은 아니다.

또 자잘한 레이블링이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브랜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하나하나에 세련되고 충실한 단어를 써도 어쩐지 뒤죽박죽일 때도 있다.

어쨌든 레이블링은 "언어"이고, "언어"는 문화를 뒷받침하므로,
이 시스템이 이용자에게 어떤 "언어"로 소통하느냐는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

암튼, 오늘 레이블링 회의하면서,
커뮤니티는 레이블링 잡기가 특히 참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결국 레이블링도 이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하게 할 것이냐의 문제인데,
커뮤니티 레이블링은 "커뮤니티다운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해서 그게 어려운 것 같다.
전체적으로,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그런 경험이랄까,
저 모니터의 시스템 너머에 있는 친절한 운영자와 "마주보고 대화"를 하는 경험이랄까.
그러니 당연히, 어려울수밖에 없을지도. 헤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