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우리 동네에 올 때면 주로 단둘이 강가나 바닷가를 산책한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너희집 근처에는 강이 흐르지 않고 물론 바다도 없기 때문에, 너는 우리 동네에 오면 제일 먼저 강이나 바다를 보고 싶어한다. 그곳을 가득 채운 자연의 물- 너는 그것에 마음이 끌린다.
"물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져"라고 너는 말한다. "물이 내는 소리를 듣는 게 좋아.", - P19

나는 점심나절 일어나지급받은 식재료로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식사다운 식사는 이때 한 번뿐이다. 이 도시 사람들은 그렇게 자주 식사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 하루한 번 간소한 식사로 충분하다. 그리고 내 몸도 놀랄 만큼 빠르게 그런 생활습관에 익숙해졌다. 다 먹고 식기를 치우면 덧창을 내린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눈을 쉬게 하며 오후를 보낸다. 시간은 평온하게 흘러간다. - P73

나는 의자에 앉아 나라는 신체의 우리에서 의식을 해방시켜상념의 너른 초원을 마음껏 달리게 한다- 개의 목줄을 풀어 잠깐의 자유를 주는 것처럼, 그사이 나는 풀 위에 드러누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하늘을 떠가는 흰구름을 멍하니 바라본다(물론 이건 비유적 표현이다. 실제로 하늘을 올려다보진 않는다). 그렇게 시간은 탈없이 흘러간다. 필요할 때만 휘파람을불어 그것을 불러들인다(물론 이것도 비유적 표현이다. 실제로 휘파람을 불진 않는다).
해가 기울어 주위가 어둑해질 즈음, 문지기가 뿔피리를 불시각이 가까워지면 나는 (휘파람을 불어) 의식을 다시 몸속으로 불러들이고, 집을 나와 걸어서 도서관에 간다. 언덕을 내려가 강을 따라서 상류 쪽으로 걷는다. 도서관은 광장을 조금 지나친 곳에 있다. 옛 다리를 바라보는 광장에는 바늘 없는 시계탑이 무언가의 상징처럼 높게 솟구쳐 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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