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다.

그래, 이거였다. 나는 갑자기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어졌다. 지구상의 중요도에 있어서 김도 못 되고,
김 위에 바르는 기름도 못 되고, 그 기름을 바르는 솔도 못 되는 4차적인(4차 산업혁명적인 게 아니라 그냥 4차적인) 존재이지만, 그래서 범국민적인 도구적 유용성 따위는 획득하지 못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그 잉여로우면서도 깔끔한 효용이 무척 반가울 존재. 보는 순간,
‘세상에 이런 물건이?‘라는 새로운 인식과 (김솔처럼)잊고 있던 다른 무언가에 대한 재인식을 동시에 하게 만드는 존재. 그리고 그 인식이라는 것들이 딱 김에 기름바르는 것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 김솔통.

드디어 찾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두괄식을 만들어줄 첫 문장.
동네 마트에서 김솔통을 발견한 이날이 살면서 가장, 어쩌면 유일하게 작가라는 정체성에 가까워진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첫 문장을 덜컥 써놓은 뒤로 5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써온 글들이 과연 김솔통과 비슷한지는 잘 모르겠지만(너무 대단한 물건을 목표로 잡았는지도......), 일단 오늘도 쓴다. 잘 보이지 않고잊히기 쉬운 작고 희미한 것들을 통에 담는 마음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