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선생>. 제목은 많이 들어보고, 본다 본다 하면서도 못 봤던 영화. 짠 맛이 나는 '간장' 또는, 매우 짠돌이 선생님이 주인공인 코미디 영화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진지한 영화.

코메디라기 보다는 깊게 생각하고 봐야하는 2차세계대전 일본의 군국주의를 풍자한 영화. 주인공 의사선생님은 너무나도 환자 진료에 적극적이고 헌신적이다. 영화 포스터가 말해주듯, 걸어가는 법이 없는 '뛰어다니는 의사'시다.

환자들마다 '간염'이라는 진단을 내려서 별명이 '간장선생'이지만, 사실 만주전쟁 이후로 실제로 감염이 크게 확산되어 1945년 당시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는 포도당을 많이 주사하고, 환자들에게 "많이 쉬고 많이 먹으라"고 처방을 내리지만, 당시 사회를 통치했던 군대는 포도당도 부족하고 식량배급도 부족하고, 전장에 나가서 싸워야하는데도 간장 선생이 이런 처방을 내리는 것이 못 마땅하다.

간장선생은 간염박멸이 인생의 목표다. 하지만 그 목표는 궁극적으로 천황폐하만세를 위해서이다. 너무나도 존경스러운 우리의 간장선생님(조롱이 아니다)께서는 자신이 국국주의, 천황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전쟁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만은 모르신다. 의사인 아들까지 전장터로 보내 전사하고서도, 그는 끝없이 충성스러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어떻게든 현미경으로 간염의 원인균을 알아내고자한다. 하지만, 고문에 못이겨 탈출한 서양 포로를 치료해주고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어처구니없이 연구 도구, 현미경까지 빼았겨버린다. 그렇지만 간장선생은 국가나 천황을 원망 한번 하지않는다.

반면에, 어린 나이에 돈을 주고 몸을 팔았다고 진노한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간장선생 밑에서 간호보조를 하게 된 여주인공은 너무나도 자연친화적인 사람이다. 비록 가진거라고는 몸뚱아리 밖에 없지만, 고래를 사냥할 정도로 건강하고 튼튼한 몸과 용기를 가진 여자다. 모친이 '절대로 남자들한테 공짜로 몸을 줘서는 안된다. 하지만 단 한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주라'고 했기때문에 돈을 받고 정을 나눴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녀를 창녀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그녀는 당당하다.
간장선생을 지켜보고 진심으로 존경하기 때문에, 그에게만큼은 진심으로 몸을 주고 싶어한다. 다소 욕정적으로 보이지만, 그건 그만큼 인간 본능에 충실하고 자연적인 인간이기때문이다.

너무나도 인간본능적인 그녀와 너무나도 천황폐화에 충성하는 삶을 충실히 사는 간장선생. 그 두 사람은 마지막 배 위의 장면 이후로 어떻게 되었을까? 육체적인 관계를 나누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을까? 히로시마 원폭이 터지는 장면을 보고 있었으니, 원폭의 피해를 봤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럼, 너무나도 바쁜 21세기, 인터넷문화, 경쟁의경제시스템에서 살고 있는 나는 얼마나 인간적이지 못하고 자연친화적이지 못한가. 노트북을 끄고, 호수공원에 가서 아무것도 하지않고 몇시간 멍하게 있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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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7-06-0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영화를 몰아서 보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