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밟았다가, 슬슬, 뗐다가. 살살, 감았다가, 다시 살살, 풀었다가..
지켜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제야 완급조절을 좀 아는 것 같은데?"
그때 갑자기 눈앞이 환해졌다. 우거진 숲길이 끊기면서 순식간에시야가 탁 트였다. 동시에 왼편에 커다란 호수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호수 너머 반대편까지 가려면 한참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드넓은 호수였다. 이른아침의 햇살이 넓고 고요한 수면 위에찬란하게 부서졌다. 어딘가에서 새가 지저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를 더 크게 듣고 싶어 버튼을 눌러 창문을 내렸는데,
그러면서 조금 놀랐다. 주행중에 핸들에서 손을 떼고 무언가를 조작한 것은 처음이었다. FAIR IS 수주액셀을 밟은 발에도 살짝 더 힘을 줬다. 하늘과 구름, 연둣빛 잎사귀들을 머금은 호수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 순간, 나는 운전이 무섭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신기한 일이었다. 심지어 전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드라이브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운전이 하고 싶어 핸들을 잡는 사람들의 마음을.
"선생님."
"응?"
"이 길 너무 예뻐요."
그녀가 흐흐, 웃더니 대답했다.
"예쁘죠?"
어느새 내가 멀다고 가늠했던 바로 그 반대편 지점까지 와 있었다. 무리 지은 오리떼가 호수 위를 천천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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