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편으로 우리는 완벽하게 좋은 것을 만들지 못하면 안 만드니만 못하다며 그냥 포기했다. 서툰 것, 설익은 것을 세상에 내놓으면 욕먹었다. 그런 건 아예 ‘윗분들 선에서 통과되지도 못했다.
소비자들의 의견보다는 윗분의 결재를 받는 게 더 큰일이었다. 그들의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좋은 것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때는한번 잘한 사람, 잘나간 사람이 계속 승승장구했고, 그들에게 많은것을 의존했다. 그들과 비교하면 (당시에는) 애송이인 나 같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은 허접하게 보였고 그들의 경험치를 절대로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리 때는 그랬다. 어설프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말은 잘 못한다는 말과 동의어였다. 만약 그때 누군가 이슬아작가와 같은 일을 시도했다면? 아마도 다들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내가 완벽을 추구하느라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동안 다른 누군가가 반드시 그걸 먼저 한다. 그렇게 시작도 못해보고 좌초되기 십상인 게 요즘 세상이다. 그래서 요즘애들은 시간이 없다. 당신도 나도 마찬가지다. 최초가 되고 싶다면먼저 시작부터 하고 나서, 저질러 놓고 나서 완벽은 그 이후에 다져나가야 한다.

프라이탁의 브랜드 홍보 영상을 보면 제품에 대한 소개 외에 군더더기로 붙은 미사여구가 없다. 실제와 다른 비주얼로 소비자들을 속이려 들지도 않는다. 그저 가방 이곳저곳을 훑으며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사실 그들은 별다른 마케팅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세상에서 가장 빨리 세상에 없는 가방을 만들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쓰레기를 명품으로 만든 최초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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