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말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일반적인 집에서 살던 사람이 6㎡도 안 되는 작은 밴으로 이사하기 위해선대대적인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 우린 밴으로 이사하며 가진 물건의 90%이상을 처분했다. 준비하면서 가장 오래 걸리고 그 시간만큼 힘든 과정이었다. 자신의 삶이 축적된 물건 중에서 정말 최소한의 물건만 골라내는 과정은정말 쉽지 않았다. 게다가 처음 살아보는 공간이니 혹시라도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챙기고 싶은 물건이 수두룩했다.
큰 텔레비전, 냉장고에 가득 찬 음식들, 게임기나, 가보로 전해지는 가구, 이모든 걸 포기할 수 없다면 굳이 밴에서 살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좋은데 굳이 포기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물건에서 얻는 위로가 크다면, 그 물건이 삶의 낙이라면, 있는 그대로 즐기면 된다. 우리도 각자 포기하지 못하는 소중한물건들이 있었다. 수많은 책과 아끼는 가구, 게임기가 그랬다. 자유롭게 사는삶과 저울질해본 결과 밴 라이프가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에도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밴은 집이면서 이동 수단이다. 도로 위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그에 따른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밴이 젖은 땅에 박혀 꼼짝 못하거나 낡은 부품이 고장 나 차를 밀어 정비소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대부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지역에서 지내기 때문에 모르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때도 생긴다. 우리는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게 돼 오히려 괜찮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당황스럽고 막막함이 앞서게 된다.
사건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괴롭기만 하다면 밴 라이프를 오래 이어나가기힘들다. 어떤 일이 생기면 그저 허탈하게 웃고 대처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영 방법이 없으면 그냥 그대로 두어도 좋다. 하루 지나면 다음 날 기적같이해결되는 순간도 온다. 매 순간 짜증만 낸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다. 그저 숨을 크게 쉬고 ‘올 것이 왔구나‘ 하며 두 팔을 걷어붙이는 마음으로도 중 분하다.

그토록 바라던 집주인이 되었다. 이상한 색의 페인트를발라도, 벽에 본드로 병뚜껑을 덕지덕지 붙여도, 천장을 커튼 조각으로 씌운다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 마음에 드면 그만이다. 정말 자유롭다(너무 자유로운 덕에 정체불명의 인테리 어가 되어가고 있긴 하지만), 페인트를 바르며 ‘이거 나중에 다시 바꾸라고 하면 어쩌지?‘ 따위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돈이 많아야, 대출을 받아야, 10년을 기다려야 집이 생기는 줄알았는데, 적당한 돈으로 대출 없이, 심지어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는 내 집에 반들반들한 나무 바닥을 깔고 원목 가구로집 안을 채웠고 태양열 충전기를 달았다.
나사 하나까지 직접 고르고 신경 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집이었다. 많은 집을 거쳤지만, 집의 세세한 부분까지 속속들이펜 적은 처음이다. 어느 구석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도 잘 안다. 서랍이 잘 열리지 않으면 어느 레일을 손봐야하는지, 조명에 불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느 전선을 확인해야 하는지, 모든 걸 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