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은, 무엇이든 쓰게 된다.
누구나 쓰고 있다.
간단한 메모,
밤새 쓰고 찢기를 반복하는 연애편지,
분노로 가득 찬 경고문,
정확히 전달하려고 몇 번씩 고쳐 쓰는업무와 관련된 이메일,
누구나, 지금도, 분명히, 쓰고 있다.
누군가 물어본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고,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지만, 가끔 이렇게 대답한다.
잘 쓰려고 하지 않으면쉽게 쓸 수 있다고.
잘 그리려고 하지 않으면쉽게 그릴 수 있고,
잘 부르려고 하지 않으면언제든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다.

나아지려고 하는 마음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오히려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시간이 쌓이면 언젠가는 잘하게 될 테니지금은 부담을 내려놓고 쉽게 쓰고 그려보자.
책의 제목은 주문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당신은, 무엇이든 쓰게 된다.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이무엇이든 쓰게 되었으면 좋겠다.
다 읽지 않더라도 갑자기 책을 덮고는무엇이든 쓰게 되었으면 좋겠다.
낙서를 하고, 문장을 만들어보고, 이야기를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랫말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결과는 형편없을 것이다.
나도 그랬고, 당신도 그럴 것이다.
형편없는 것들이 쌓이게 될 것이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
형편없는 것들을 하나씩 쌓아보자.
당신은 지금부터….
무엇이든 쓰게 된다.

사소한 표현에공들이지 않으면큰 이야기를 만들 수 없다.
글 쓰는 사람들의 참고서 중 하나라고할 수 있는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은 상투적인 비유를 쓰는 작가들에게 짜증을 낸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내달렸다. 그녀는 ‘꽃처럼 예뻤다. 그 사람은
‘유망주‘였다. 밥은 ‘호랑이처럼 싸웠다이렇게 케케묵은 표현으로 내 시간을 (그리고 누구의 시간도) 빼앗지 말라. 이런 표현을 쓰는작가는 다만 게으르거나 무식해 보일 뿐이다.

뜨끔하다. 솔직히 글을 쓰는 작가로서 저런 돌직구를 피해 갈 만한 사람은 많지 않다. 모든 문장이 반짝반짝빛나게 하는 건 힘든 일이고, 모든 비유를 생전 처음 듣는 것처럼 새롭게쓰기란 불가능하다(솔직히 스티븐 킹조차 그렇다).
다만 모든 작가들은 뻔해지지 않기위해 노력할 뿐이다. 조금이라도 새롭게 보고, 더 정확하게 보길 원할 뿐이다. 나 역시 소설을 읽다가 식상한비유가 서너 번 반복되는 것 같으면책을 덮어버린다.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다. 사소한 표현에 공들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커다란 이야기에도공을 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 문장에 같은 단어가 서너 개 있을 때 나는 그 글을 신뢰하지 못한다.
똑같은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하는 사람은 글쓰기를 못하는 게 아니라 글쓰기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지나치게 반복하는 글도 믿을 수 없다. 자신의 주장을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전달할 수 있는 수단은 글쓰기가 아니라 말하기다.
마지막 대목을 ‘교훈‘이나 ‘반성‘으로 끝내는 글도 믿을 수 없다. 간단한 반성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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