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다정(情)은 틀림없는 병이다. 이렇게 돈을 주고 사 준 장난감은 선전이나 광고와 달리 아이들 발달에 거의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시마비시킨다. 학습용 장난감으로 팔아먹는 물건들은 특히 사기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런 부모들의 구매행위는 쉽게 말해 돈 버리고 아이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딱맞다.
장난감과 놀이감 사이에서 돈이 없어 장난감을 사주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안 사줘야, 심심하게 놔둬야, 아이들이 놀려고 궁리를 한다는 것을 아는 부모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괜한 데 속아 돈 쓰지 말자.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거나 본디 놀이감이 아니었는데 새롭게 놀 거리로 삼는 것이진정한 놀이감이다. 부모라면 장난감과 놀이감 정도는 구분할줄 알아야겠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장난감을 사주지 마시라.
집 안에 널린 온갖 것들을 놀이감으로 삼도록 하시라. 가장 총은 놀이감은 동무이고 부모·형제이고 교사이고 자연이고가 음식 만들 때 쓰는 주방 조리기구임을 아시라.

동무들끼리 만나 부대끼며 노는 놀이를 뒤로 미루고 장난감과 놀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손바닥 게임기를 아이들 손에 쥐여주는 부모는 아이들의 뇌를 녹여버리겠다고 작정을 하는 것과 같다. 이 시기에 손바닥 게임기를 통해 게임에 입문하면 밖에서 뛰어노는 놀이하고는 영영 안녕이다. 몸으로 하는 어떤 놀이에도 아이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아이를 원한다면 손바닥 게임기를 아이 손에 쥐여 주시라. 노트북처럼 생긴 유아용 컴퓨터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것들은 아이들에게 가까이해서는 안 될 너무나 해로운 물건임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고, 껴안으면 가슴이 따듯해지는 실제의 것을 만나고 싶 어 한다. 아이들은 동무를 만나고 엄마·아빠를 만나 눈을 마주 보고, 손을 잡고, 부둥켜안고 싶어 한다. 이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야 한다. 손도 없고 눈도 없고 가슴도 없는 것들과의 만남을 아이들은 원하지 않는다. 이런 물건들을 자꾸 손에 쥐여 주는 어른들이 제 맘대로 그렇게 할 뿐이다. 누가 뭐래도 놀이는 사람하고 만나 어울리는 것이다.

사주지 마시라

아이들은 엄마아빠와 놀고 싶은데아이들은 동무들끼리 놀고 싶은데,
아이들은 밖에 나가 놀고 싶은데,
장난감을 사서 손에 쥐어주고한꺼번에 책을 사주고물건을 사주고 게임기를 사주고어디를 자꾸 보낸다.
사지 마시라.
사주지 마시라사주면 아이들은 놀지 못한다사주면 아이들 놀이는 멈춘다.
사주면 아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구르는 돌보다 못한값비싼 장난감부터 내다 버려야 한다.
부모가 사다 준 물건을 손에 쥐는 순간아이들의 자유는 그 속에 갇히고 아이들의 퍼덕거리던 몸짓은 잦아든다.
세상은 사야 한다고 날마다 떠들어대지만 아이들은 사주지 말아야 .
맨손과 맨발이어야 아이들로 자란다사지 말아야 놀이는 시작한다뭐가 없어야 놀이는 시작한다.
심심해야 놀이는 시작한다.
사지 않고 사주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이 돈 비린내 진동하는 화폐의 세상을 사는참된 부모는 사지 않는 사람이다.
어떻게든 사지 않고 아이와 지내는 사람이다.
사지 않고 아이와 노는 사람이다.

밖에 나가면 함께 놀 아이들이 없다고 항변하지 말고 왜 밖에 나가면 아이들이 없는지, 그 많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당신과 내 아이를 그동안 어디로 빼돌렸는지, 이 아이들을마당과 골목에서 사라지게 한 자들은 누구인지 물어보자. 만약, 아이들을 놀이터에서 사라지게 한 자들이 우리 밖에 있다.
면 그들과 어떻게 싸워 아이들의 놀 터와 놀 틈을 되찾아 올것인지 생각해보자. 싸움의 상대를 애써 찾을 것도 없이 그 상대는 우리 자신일 가능성이 높다.

여우난 곬족

- 백석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 안에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몇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 거리다 잠이 든다
... ...

운동장

아모리 다름박질 쳐도
운동장은 싫잖아 한다
오히려 더 단단하게 받쳐 준다.
운동장은 우리들의 키를 크게 하고
우리들의 몸을 튼튼하게 하고
우리들의 뼈를 굵게 하고
공부에 지친 머리를 낫게 하고,
우리들의 마음씨를예쁘게 바르게 키워 준다
운동장은
우리들의 또 다른 어머니
이제껏 오빠와 언니들을 키웠고,
수많은 동생들을 키워 주신
우리들의 어머니

- 권정생, 『동시 삼베 치마』(문학동네, 2011)

수업을 마치고 좋다고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또 묶어놓을 것이 아니라 한가한 시간 속에서 자유놀이에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게 해야 혁신학교의 본래 뜻에 걸맞다. 혁신과 대안이란 교육을 내려놓는 일이다. 교육에서 대안이란 교육을 더 많이 내려놓는 일이다. 따라서 혁신학교와 대안학교는 놀이를 중심 철학으로 삼는 이른바 ‘놀이학교‘가 되어야 마땅하다. 이 학교가 내주는 숙제는 ‘놀기‘이다.

세상이 두려워하는 아이

아이들이 놀기 위해 세상에 왔다고 했더니
어른들은 정신 나갔다고 하고
아이들은 맞아요 한다.
놀아야 사람이고 놀아야 아이라 했더니
어른들은 놀 수 없다고 하고
아이들은 우리는 사람도 아니고 아이도 아니라고 한다
얘들아! 놀아야 천국 간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어른들은 저 무슨 사탄인가 한다.
아이들은 말을 못하니
세상이 어른들 마음대로다.
아프다고 하던 아이들이 세상을 버리는데
어른들은 여기가 끝이 아니란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
나라도 아이들 편을 들어야지 마음먹고
어른들의 천박함을 낱낱이 써보려 한
내 분노는 가난하다.
사람들아!
아이들 편에 서자
세상이 가장 두려워하는 아이는
해가 진 저물녘에도
동무들과 어울려 노는 아이라 믿는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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