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턱값이 있어서 이 값에 도달하기 전과 그 후가 급격히 달라지는 자연현상이 많다. 온도를 올려서 100도가 되면 물이끓는다. 이때 100도가 바로 문턱값이다. 99도까지 아무 일도 없던 물이 100도가 되면 끓기 시작한다. 즉, 물이 수중기로 변하는상전이가 일어나려면 누군가 온도를 조절해 100도에 맞춰야 한다. 앞의 산불 사고실험은 다르다. 나무 밀도의 문턱값을 조절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내버려두어도 여기저기 나무가 싹터 자라고, 여기저기 번개가 떨어져 산불이 나기만 해도, 숲 전체의 나무 밀도는 스스로 어떤 문턱값에 저절로 도달한다. 이런 현상을통계물리학에서는 ‘스스로 조직하는 임계성self-organized criticality,
SOC‘ 이라고 부른다.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시스템이 저절로 임계점에 다가선다는 뜻이다. 임계점에서 멀어지면 시스템의 성질자체로 인해서 다시 임계점을 향해 다가선다. 숲의 밀도가 저절로 조절되는 것이 바로 이런 현상이다.

어떤 시스템이 임계점에 있으면 몇 가지 특별한 성질을 보여준다. 시스템을 약간만 건드려도 그 영향이 일파만파 커져 전체로 파급될 수 있다는 것이 그중 하나다. 앞에서 소개한 간단한산불 모형에서도 그렇다. 여기저기 나무가 자라고 산불로 어떤나무는 없어지는 동적 과정이 계속되다 보면, 나무의 분포 양상이 특별한 형태가 된다. 좁은 지역에 많은 나무가 모여 있는 모습도 아니고, 나무가 서로 연결되지 않고 여기저기 듬성듬성 퍼 져 있는 모습도 아니다. 흥미롭게도 저절로 임계점에 도달한 전 체 숲에서 나무의 분포는 프랙탈의 형태로 공간상에 분포하게 된다. 이런 임계 상태에 있는 숲에서는 산불의 규모가 매번 뒤죽 박죽 다르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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