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는 반죽한 뒤 하루 숙성시켜서 굽는 게 맛있다."고 자랑스럽게 퍼뜨리고 다녔을 것이다.
반죽을 놓아두는 동안, 무수한 균들은 발효라는 작용을 일으킨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야생의 효모(천연효모)는 자신들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밀에 포함된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탄산가스)와 알코올을 배출한다.
빵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게 된 비밀은 밀에도 숨어 있다. 밀가루 안에는 두 가지 중요한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다. 밀알을 가루로 빻아 물로 반죽하면 그 두 가지 단백질이 결합해 점성과 탄력을 겸비한 글루텐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 글루텐이 효모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꽉 붙들어두기 때문에 빵 반죽은 풍선처럼 부풀게 된다.
효모와 밀의 찰떡궁합이 빵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포도의 과실을 으당스깨어 두면 효모가 포도의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기분 좋게 취하게 해주는 향긋한 와인이라는 음료로 탈바꿈한다. 포도의 과즙에서 이산화탄소가 부글부글 솟아오르는 모습은 생명의 숨결을 연상시켰고, 포도의 선명한 붉은 빛은 혈액을떠올리게 했다. 사람들이 신비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사람들은 같은 감정을 느낀다. 기독교에서는 빵을 ‘예수의 성스러운 육신‘으로, 와인을 ‘예수의 성스러운 피‘로 표현하고 신성시한다.

쌀로 빚은 술의 기원은 벼농사의 전래와 거의 같은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러한 술은 효모의 힘뿐 아니라 유산균과 누룩 균(곰팡이의 일종)이라는 다양한 균의 힘을 빌려 완성된다. 누룩균은쌀의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한다(이 과정을 당화라 한다), 유산균은당분을 분해해 유산을 생성하고 효모가 작용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효모는 당분을 이산화탄소와 알코올로 분해한다. 여러 종류의 균이 힘을 합쳐 술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안전하고 맛도 좋다면 다들 천연효모로 빵을 만들면 될 텐데 이스트는 왜 쓰는 거예요?"
"균이 많으면 그만큼 발효 관리가 어려워져요. 게으른 균, 부패시키는 균까지 섞여 들어가니까 온도나 습도, 주위 환경의 영향을 쉽게받거든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여러 사람이 모이면 통솔하기 어렵잖아요. 그것보다야 불평 없이 말도 잘 듣는 사람들이 똑같이 움직여주면 끌고 가는 사람이 훨씬 편한 법이지요. 그래서 편하게 관리하려고 이스트를 쓰는 거죠."

"요컨대 이스트를 쓰면 누구나 쉽게 빵을 발효시킬 수 있다는 말이죠. 발효 도중에 잘못해서 부패하거나 실패하는 일도 없고요. ‘이스트는 과학의 산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승리다.‘라고 전문학교 선생님들이 열변을 토하시던데요."

노동력의 교환가치(임금)가 생활비와 기술습득 비용, 자녀 양유이 하계액을 기준으로 정해졌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상품의 가져빠지면 생활비와 양육비까지 모두(경우에 따라서는 기술습득 비용까지) 낮아진다. 그 결과 노동력의 교환가치가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상품의 가격이 떨어짐으로써 돌고돌아 임금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에 웃는 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다.
그뿐이 아니다. 기술혁신은 대부분의 경우 노동을 단순하게(또는쉽게)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빵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이스트를 환영했던 이유도 노동의 수고를 확 줄여주었기 때문이다. 언뜻 제빵기술자에게도 좋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사실은 노동자의 목을 죄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도 역시 노동력의 교환가치(임금)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노동이 단순해지면 기술은 필요 없어진다. 그러면 기술습득 비용이 굳는 만큼 임금도 낮아지는 것이다.

노동이 단순해짐으로써 노동자에게는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노동은 ‘누구나 가능한 일로 전락해 얼마든지 대체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을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노동자는 기계의 부속물로 전락하고, 부속물로서의 그에게는 오직 가장 단순하고 가장 단조로우며 가장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기술만이 요구된다." (『공산당 선언」)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생각해도 상품이 싸면 쌀수록 고마운 일이다. 물론 상품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싸게 팔아야 잘 팔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상황이 돌고돌아 노동자의 목을 쥔다. 마르크스는 그 점을 가르쳐준다.
이스트를 사용해 누구라도 쉽게 빵을 만들 수 있게 되면 빵 값이싸지고 빵집 노동자는 싼 값에 계속 혹사당하게 된다. 또 공방에서이루어지는 노동은 단순해져서 빵집 노동자는 아무리 오랜 시간을일해도 빵집 고유의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다.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선한 재료를 사용해 정성과 수고를 들여 빵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정당한 가격을 매겨야 한다. 제빵사는 본인의 기술을 살린 빵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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