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는 무조건 친해야 한다. 부자유친父子有親
여러분은 자녀와 친한가요? 부모와 자녀가 친하지 않다면 훈육도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삼강오륜의 첫번째 항목이 ‘부자유친‘ 일까요? 부모와 자식 사이는 모든 인간 관계 중에서 으뜸이 되는 천륜의 관계입니다. 달리 말하면 이 중요! 한 관계가 좋아야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어머니 아버지와 세상 누구보다 친하게 지내고 있나요?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누구보다 친하고 다정한 부모인가요? 자녀 양육의 첫번째 덕목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친함‘에 두어야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얘기는 거부감이 없고, 좋아하는 부모가 하는 행동은 즐겁습니다. 또 좋아하는 부모가 해주는말은 귀 기울여 듣고 싶어집니다. 아이와 재미있게 놀아주세요. 부모와 잘 노는 아이가 부모와 친해질 수 있습니다.
말썽이 생겼을 때, 무조건 다그치고 야단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을 충분히 들어주고 의견을 물으면서 어떻게 둘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의논해야 합니다. 말썽이 생길 때마다 서로의 생각을 들어주고 함께 의논하고 협상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면, 아이는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게 될까요? 문제가 생도 쉽게 해결되리라는 매우 중요한 믿음을 배웁니다. 또 아이와구모는 여전히 친하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부모와 의논해서 해결하면 되고해서 해결하면 되고, 감정이 상하더라도 잠시 지나가는 속상함일 뿐이라는 진리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서로 의논하여 해결할 때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부모와 자식사이는 더욱 좋아지게 마련입니다.
아이와 함께할 놀이시간표를 만들어라
이 아빠는 저와 의논을 해서 아이와 함께할 놀이시간표를 만들었습니다. 퇴근 후 식사하고 나서 30분은 소파에서 쉬고, 그런 다음 딸아이와 30분간 신나게 놀아주겠다고 딸과 약속한 것입니다. 이 아빠는 시간표를 잘 지켰습니다. 집에 오면 혼자 쉬고 그 다음에는 반드시 딸아이와 30분간 놀아준 것이지요. 세 살짜리 아이는 아빠가 30분을 쉬고 난 후에는 자신과 30분 동안 재미있게 들아준다는 사실을 확실히 믿게 되었습니다. 그 패턴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오히려 아빠와 놀기로 정해진 시간 외에는 아빠를 방해하지않았습니다.
시간표를 만들어서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규칙적으로 놀아주는 행동을 반복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습니다. 시간표를 만들어놓으면 엄마가 아이에게 설명하기도 좋고 아이도 서너살 쯤 되면 이와 같은 활동을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습니다. 함께 의논한 대로 엄마가 해주면 아이는 엄마와 놀기 위해서 기다리는 법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엄마도 몸은 피곤하지만아이와 이미 시간표를 만들었으니 그 시간만큼은 어떻게든 재미있게 놀아주기 위해 애를 쓰게 되지요.
아이 때문에 화가 날 때는 ‘일단 멈춤‘ 하라 합리적 사고
화가 난다는 것은 자신이 감정적인 반응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감정은 앞서 말한 대로 자극에 대한 몸의 반응이므로, 감정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문제는 좋은 감정 반응이 아닌, 특히 분노를 동반한 나쁜 감정 반응이 일어날 때 감정에 휩쓸려 나오는 대로 반응한다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격렬한 감정 반응이 일어날 때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아이가 분노의 희생자가 되고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합니다. 이때 부모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이성을 되찾아서 이성을 통해 자신의 요동치는 감정을 관찰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첫번째로, 분노를 동반한 감정적 반응이 일어날 때 맨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절대로 손대지 말라‘는 것입니다. 감정을 못 이겨 아이에게 손을 대면 그 후유증은 더할 수 없이 커집니다. 아이의 극심한 분노, 엄마의 죄책감과 그에 따른 엄마의 분노, 엄마의 자기 합리화 등이 뒤따르게 되니까요. 따라서 화가 날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아이에게 손대지 않는다‘는 것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두 번째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이면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인정하세요. 아이에게 "엄마가 지금 몹시 화가 나고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서 혼란스럽구나. 잠깐나갔다 올게. 지금은 어떤 것도 할 수 없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말한 뒤 일단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감정 이 얽힌 자리를 일단 피한 후, 마음을 진정시키고 앞서 일어난 일을 상기하면서 아이와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제 딸아이가 세 살 때, 떼를 쓰고 울음을 그치지 않기에 화장실에 들어가 있으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울음을 그치고 떼를 쓰지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화장실 안에 있어. 그리고 네가 나오고 싶을 때 나와라. 아빠는 화장실 문 앞에서 신문을 읽으면서 네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 라고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만약 제가 아이에게 "이 녀석, 그렇게 떼를 쓰니 화장실에 들어가서 생각을 해야겠구나. 아빠가 나오라고 할 때까지 화장실에서 반성하고 있어!" 라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많은 부모가 타임아웃 방법을 쓸 때 후자를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스스로 나왔을 때와 아빠가 나오라고 해서나왔을 때 이후의 상황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재미있게 해야 할 활동을 처벌 방법으로 쓰지 마라
때리지 않고 벌을 주는 방법 중에서 부모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 숙제를 더 내준다든지, 하루 30분 연습하기로 되어 있는 피아노를 1시간 더 치게 한다든지, 외식이나 나들이에서 제외시키는 것입니다. 학교 선생님 중에는 벌로 수업이 끝난 후에 학교에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시키는 분들도 있습니다. 숙제 하기, 피아노 치기, 학교에 남아 있기 등은 아이들이 신나게 해야 할 활동들입니다. 학교 가는 것은 신나고 재미있어야 하고, 숙제를 하거나 피아노를 치는 것도 재미가 있어야 아이들이 흥이 나서 스스로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어야 할 활동을 처벌 방법으로 쓴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요?
가정에 재판 절차를 도입하라 -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절차 만들기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의 잘못을 나무라며 변명할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습니다. 엄마가 숙제를 해놓지 않은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잔소리를 하면서 컴퓨터 게임을 한 달간 못 하게 합니다. 아내가 잘못을 저지른 남편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서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습니다. 부하 직원과 아이, 그리고 남편은 악 소리 한번 못 지르고 능력 없는 사람, 엄마 말 안 듣는 나쁜 아이, 형편없는 남편으로 전락하고 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힘의 균형이 깨진 어느 상황에서나 수시로 일어납니다. 아이가 잘못해서 벌을 받거나 비난받아 마땅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아이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변명할 기회를 주세요.
아이를 벌줄 때의 과정도 재판과 같아야 합니다. 아이는 어떤 행동이 규칙을 어기는 것에 해당하는지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해진 규칙을 어겼을 때 재판과 같은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의 벌을 받을 것인지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우선 아이를 포함한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어떤 경우에 ‘벌‘을 받게 되는지 미리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벌의 종류에 대해서도 미리 정해놓아야 합니다. 온 가족이 모여서 결정한 규칙이므로 아이는 싫어도 받아들일 것입니다. 동생을 때리고 욕을 한 형을 예로 들어볼까요. 화가 난 엄마가 형과 동생을 모두 한자리에 부릅니다. 먼저 형에게 욕을 듣고 맞기까지 한 동생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형의 잘못을 지적하게 합니다. 두 번째, 동생의 상황 설명에 대해 형에게 변론할 기회를 줍니다. 세 번째, 형의 얘기를 들은 뒤 형에게 무슨 벌을 주면 좋겠느냐고 동생에게 물어봅니다. 네 번째, 동생이 구형한 벌의 내용에 대해 형의 생각을 물어봅니다.
아이는 잘못을 하더라도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절차에 따라벌을 받게 될 테니 불안하거나 초조하지도 않겠지요. 오히려 벌을 받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고 반성할 수 있게 됩니다. 비록 엄마의 판단이 공정하지 않더라도, 엄마도 최선을 다해 자신과 동생의 얘기를 듣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했음을 아이가 인식하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나 사회에서 갈등이 생기더라도 합의한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할 것입니다. 결국 가정에서부터의 이런 훈련을 통해 아이들은 민주적인 리더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