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분 나쁘게 만든 것은 [체르니]라는 책의 제목이 사람의 이름이었다는 것이다. 아,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피아노 교본의 이름이 사람의 이름이었다니. 사실 이것은 그렇게 트집잡을 만한 이유가 아닐 수 있다. 유명한 자동차 회사인 포드도 사람의 이름이고, 거대한나라 미국, 아메리카도 사람의 이름이 아니었던가.
이름에 관해서 기분이 나빴던 이유는 좀 더 복잡하다. 사실 체르니라는 책의 이름 자체가 나를 불편하게 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정작 기분 나빴던 것은 언제 죽은지도 모르는 아주 오래전에 살았던 한 인간이, 연습을 위해 만들어 놓은 개인적인 취향의 멜로디들을 아무 의심없이 무조건 받 아들이고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난 체르니라는 책이 교과서를 만드는 것처럼 오랜 시간 많은 나라의 피아노 교육을 위한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수정하고 발전시켜 놓은, 피아노배우기를 원하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공인된 피아노교본인 줄 알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피아노를 배우는데 가능한 수많은 길들 중에서 체르니 라는 오래된 사람이 제시한, 오직 한 가지 길만 강요받았다는 사실에 가슴 이 아팠다. 세상은 변했는데, 변해도 한참은 변했는데... 아마도 지금 체르니가 살아 있었다면 다른 방식의 체르니 책을 썼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바이에도 사람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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