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이 카드를 써야만 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뭔가? 딱 하나만 꼽는다면 뭐라고 생각하나?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자신 있게 얘기했죠. 네, 이 카드를 쓰면 포인트를 두배로 적립해줍니다. 그랬더니 회장이 이러더라고."
"뭐라고요?"
"그래? 그게 그렇게 강력한 유인이 되나? 사람들이 포인트를 그렇게 좋아하나?"
"다들 좋아하지 않나요?"
"그렇죠. 그래서 또 자신 있게 대답했지. 네, 좋아합니다! 그랜다니 뭐라는 줄 알아요?" .
"글쎄요."
"그렇게 좋은 거면 앞으로 일년 동안 이차장은 월급, 포인트로받게."
회장은 재무팀과 총무팀에 그렇게 지시하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유유히 떴다고 했다. 이번에는 웃을 수가 없었다.

그달 25일,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거북이알은 유비카드 포인트를 조회할 수 있는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회장의 한마디에 정말로 월급이 고스란히 포인트로 적립되어 있었다. 그 커다란 숫자를 보는 순간, 거북이알은 심장께의 무언가가 발밑의 어딘가로 곤두박질쳐지는 것만 같은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녀가 내게 물었다.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어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회사 생활 십오년 하면서 한번도 운 적이 없었거든요. 루바 공연 건 때문에 특진 취소되고, 팀 옮겨지고, 강남에서 판교로 짐 싸서 올 때도 눈물이 안 났어요. 그런데 그 포인트를 보고 있는 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너무 막막해서."

억지로 출근해서 하루를 보낸 그날 저녁, 이상 하게도 거북이알은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포인트로 모닝커피 마시고, 포인트 되는 식당에서 점심먹고, 포인트로 장 보고, 부모님 생신선물도 포인트로 결제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더 보내고 나서 그녀는 모든 것을 한결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도 원래 가격보다 조금 더 싸게 팔아야 하잖아요. 또 직접 주문하고, 이렇게 사람 만나는 데 아무래도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하고……… 분명히 거북이알님이 손해 보는 게 있잖아요."
"직원 아이디 넣으면 할인가로 살 수 있어요. 물건 주문하는 건 근무시간에 하죠. 이렇게 점심시간이나 외근 나가면서 직거래하고 요. 개인 시간은 잘 안 써요. 내 나름대로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밸런스를 맞추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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