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갈 때는 "허섭스레기 같은 연극 잘 봤다. 니들"이라고 소리쳐서 김수정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김수정은 이런 인간과는 엮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윤은 뭐랄까, 터지기 직전의 팝콘 같은 사람이었다. 빠르게 정신없이 그리고 흥분에 차서 자기 말만 늘어놓았고 연극을 보며 잠들었던 구십 분 남짓을 빼고는 언제나 흥, 칫, 쳇, 헷, 쌍 같은 말로 적대와 분노를 드러냈다. 김수정은 초등학생 때 이런 남자애와짝이 된 적이 있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 아이는 언제나 친구들의 관심을 원하면서도 거절이 두려워 겉돌면서 크고 작은 악 의를 드러냈는데, 담임은 그 반에서 가장 차분하고 착한 편이었 던 김수정을 옆에 앉힘으로써 골칫거리를 해결하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