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있잖아요. 그거 다 같이 먹는 거잖아요. 그러려고 거기다부어놓은 거잖아요. 그런데 선배가 자꾸 감자를 먹어서요, 왜 그런지 버거는 안 먹고 자꾸 그것만 계속 집어먹으니까요. 그러면그럴수록, 제 몫은 줄어들잖아요. 아 씨, 나 이거 먹고요, 청량리까지 가서 알바를 해야 하는데요. 선배, 선배가 감자를 다 먹었잖아요. 충분히 먹었는데도 자꾸 욕심을 내잖아요. 그러니까 선배, 그만 먹어요. 제발 그만, 감자 좀 그만 먹으라고요."
선배가 손가락을 들어 입으로 빨았고 다시 냅킨으로 닦았다. 국화는 그런 선배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게 뭐라고 목소리까지 떨면서 계속 화를 냈다. 선배가 이해가 안 가요. 아니, 감자는같이 먹으려고 그렇게 해놓은 것인데 어떻게 감자를 혼자 다 먹을수가 있냐고요. 감자는 그런 게 아니고요, 선배 혼자 맛있게 먹고말라는 것이 아니고 감자는 우리가 다 먹어야 하고 그렇게 같이먹으면 좋은 건데 왜 감자를, 그러니까 왜 감자를 그렇게 많이 먹느냐고요! 국화가 소리지르고는 먹던 햄버거를 내려놓고 점퍼를입었는데 일어서는 국화의 팔을 잡으며 선배가 사과했다.
"미안하다, 감자를 많이 먹어서."
상황이 그러니까 나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국화가 화것은 감자 때문인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했다. 하지만 뭐가렇게까지 구는 건 아니지 않나 생각했다. 선물까지 준비해왔는데.

"피우라니까, 남자끼리는 괜찮아."
"괜찮습니다."
"이 친구 아주 기 눈치를 엄청 본다. 자, 어서."
장인은 급기야는 큼지막한 손으로 내 팔뚝을 잡으며 담배를 쥐여주려 했다.
"괜찮은데요, 진짜."
"아, 안 보여. 가게 안에서는 안 보인다니까. 무슨 남자가 그렇게 배짱이 없어."
"아뇨, 정말, 괜찮다니까요."
나는 나도 모르게 담배를 쳐서 떨어뜨렸고 어색한 침묵이 장인과 나 사이에 흘렀다. 그 잠깐을 개구리와 풀벌레들이 떽떽떽떽메웠다.
"할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셨거든요."
"그랬나? 거 무서운 병이지."
"삼촌도."
"삼촌도 그랬나?"
이주일도 그렇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확실히 그랬지."
장인은 허리를 숙여 담배를 줍다가 그래, 몸에도 좋지 않은 이것, 하면서 수풀로 던졌다. 잠깐 소리가 잦아들다가 이어졌다. 그사이 기가 나와서 "둘이 뭐해?" 하고 소리쳤고 나는 "야, 별 봐라,
쏟아질 것 같아!" 하고 하늘을 가리켰다.

"왜 안 되나? 곰 자서전도 내면서, 왜, 뭐...."

낸내는 마치 드라이브를 하는 사람처럼 창밖이나 구경하더니 도로 이정표를 가리켰다.
"개성이라네요. 그건 한국에 없는 도시 아닌가."
"그렇죠, 거짓말이지. 아무나 못 가는데 저렇게 적어놓고."
말문을 연 김에 지금껏 날 속인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겠다고 벼르고 있을 때 낸내는 그렇지는 않아요, 라고 했다. 저렇게 개성이라고 써놓으니까 정말 갈 수 있을 것 같잖아요, 그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동안에는 다 거기로 가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도 있을 것 같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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