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부터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을 봤다. 오늘이 3번째.
첫날은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
둘째날은 "안녕, 아빠~"
세째날은 "별랏마을 선우네"

사실 둘째날 "안녕 아빠"는 너무 슬펐다. 대장암에 걸려 마흔 초반에 세상을 드지게 되는 어느 가장의 이야기인데, 몇달간 죽어가는 이 가장과 아내,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내와 나는 눈시울을 불여가며 봤다. '아... 죽는다는게 저런 거구나'

오늘 본 선우네는 정말 재미있었다. 생후 18개월이 된 선우는 시골에서 그야말로 '자연의 아이'로 자라고 있다. 별난 아빠와 엄마 덕분에 별난 아기가 된 것이다.
마흔이 넘어 선우는 본 아빠는 동양화가 출신의 자급자족 시골 동양화 선생님이고, 엄마는 요가전문가. 10개월이 갓 넘은 아들을 시골 풀밭에서 혼자 이리 대굴 저리 대굴 튼튼하게, 강인하게 키우는 아빠. 
그나마 엄마는 현실적인 면이 있어서,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라도 초등학교는 보내야하지않겠냐고 하니, 아빠는 "바람도 동물도 다 친구다"고 맞받아친다. 
맞다. 선우는 아기산양과 산양젓병을 나눠(서로 뺏어) 먹고, 무당벌레를 짖궃게 손가락으로 찍어대고, 집앞 도랑의 오리들과 인사를 나눈다.

참. 좋다.
나도 아이를 저렇게 키우고 싶다.
하지만 일단 아빠인 내가 '방콕족'인데, 한계는 분명할 것 같다.
아기가 아빠 닮아서 맨날 노트북만 끼고 인터넷만 만지고, TV 앞에서 게임만 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자연 속의 아이가 되려면, 아빠 엄마가 달라져야하겠다.

문제의 아이 뒤엔 그 보다 몇 배 심한 문제를 가진 아빠가 있고,
멋진 아이 뒤엔 그 보다 더 멋진 아빠가 있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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