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사이트 판별 기준(덧붙여 미니홈피가 블로그 아닌 이유)
[블로그방] 2003년 11월 17일  


블로그 사이트 판별 기준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봤습니다. 더불어 미니홈피가 블로그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적어봤습니다. 뭐 그쪽 사이트에서야 이런 글에 관심도 안 가질 것이고... 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동의하거나 말거나. 웃거나 말거나. 믿거나 말거나.... ^_^
그냥 제가 생각하는 블로그 사이트 판별 기준을 적어봤습니다. 이 글 보기 전에 블로그에 대해 를 먼저 읽어보시면 아래 글을 보시는데 좀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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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일단 '웹에 일기 형태로 기록하는 행위나 서비스'라고 합시다.(이러한 정의는 정확한 것이 아니므로 수정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럼 이 기준에 따라 블로그 형태로 운영하는 사이트는 모두 블로그 사이트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블로그 형태의 사이트 운영자는 모두 블로거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외부인 기준으로는 '예'라고 답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외부인 기준이라는 것은 해당 사이트의 목적이나 운영 방향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런 경우 외부로 드러난 형태를 보고 블로그 사이트로 판별할 수밖에 없죠. 운영자가 아무리 포탈사이트니 검색사이트라고 우겨도 외부에서 봤을 때 포탈사이트로서의 형태나 검색 사이트로서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다면 이 사이트를 검색 사이트로 보지 않을 겁니다. 즉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외부에서는 형태나 운영 방법을 보고 검색 사이트나 커뮤니티 사이트로 구별합니다.

싸이월드나 프리챌에서 검색 창을 붙이고 검색 사이트라고 우겨도 외부에서는 검색 사이트로 보지 않고, 네이버에서 뉴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뉴스 사이트로 보지 않는 이유는 이들 사이트가 가장 크게 보여주는 모습이 커뮤니티 사이트나 검색 사이트 쪽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블로그 역시 운영자가 아무리 블로그 사이트가 아니라고 우겨도 블로그 형태로 운영할 경우에는 외부의 오해를 피할 길이 없습니다. 예컨대 네이버 블로그나 엠파스 블로그를 이용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여기는 블로그 사이트가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반대로 블로그적 요소를 너무 무시한 상태에서 블로그 사이트라고 우기는 것 역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블로그 사이트 판별의 일차적인 기준은 일단 일반인이 생각하는 블로그 요소를 갖추었나가 될 겁니다. 아무리 자기 자신의 주장이 중요하다고 해도 외부적인 요소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블로그 사이트가 되려면 외부에서 인정할 정도의 블로그 요소는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른 요소와 결합하면서 블로그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될 겁니다. 대표적인 경우로 기존 게시판을 이용한 블로그나 미니홈피의 블로그 서비스를 들 수 있습니다. 그외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의 변형 블로그 또는 유사 블로그가 나올 겁니다. 그때마다 이들 서비스를 블로그로 판별하는 기준은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요?

저는 도구에 상관 없이 없이 일지 형태로 기록하는 것과 네트웍 구성이 목적이라면 블로그 사이트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형태나 목적이 일치한다면 제로보드를 이용한 게시판 홈페이지가 아니라 블로그 홈페이지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문제가 불거집니다. 조그나 기타 도구가 단지 편해서 이용한 것일 뿐이며 블로그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 기존의 블로그 도구나 서비스에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단지 광고를 살포하기 위해 블로그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도 나타날 것이고, 콘텐트 수집 도구로 블로그의 RSS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블로그 사이트 판단 여부나 블로거 판단 여부 역시 도구로만 판별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블로그 사이트 판단이나 블로거 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신이 블로그 사이트를 운영할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는 점이 될 것 같습니다. 블로그 정의에 맞게 웹에 일지 형태로 기록을 남길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일 될 겁니다.

이것은 누가 판별할 수 있습니까? 이것은 오직 자신만이 판별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사이트가 다른 사이트와는 가장 다른 점은 블로거 한 사람에 의해서 사이트가 움직인다는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블로거 자신 외에는 없습니다. 이는 자신의 일기를 자기만 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비해 게시판은 자리만 마련해두면 다른 사람이 더 많이 글을 올립니다. 기존의 게시판 중심 홈페이지는 사이트 지기보다 손님들이나 회원들이 더 많은 콘텐트를 생성했지만 블로그 사이트는 오직 블로거 혼자만이 콘텐트를 생성합니다.

하여간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가 블로그 사이트이며 자신이 블로거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운영자 개인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편하다는 이유로 블로그 도구를 설치했어도 블로그로 운영할 목적이 없었다면 블로그 사이트가 아니라고 주장할 겁니다.

결국 해당 사이트의 블로그 사이트 판별 여부는 두 가지 조건이 갖추어질 때 성립된다고 봅니다.

[블로그 사이트 판별 조건]
1. 외부인이 봤을 때 블로그 사이트의 최소 구성 요건을 갖출 것.
2. 본인이 블로그 사이트라고 인정할 것.

1번은 블로그 도구라고 인정할만한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갖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T, pMahcine, b2, 드루팔, 조그, 네이버 블로그, 엠파스 블로그, 이글루스 등의 도구를 사용한다면 외부적인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꼭 이런 도구가 아니라도 일반적으로 블로그 도구라고 인정할만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최소한의 구성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사람들은 1.번 기준만 가지고 블로그냐 아니냐를 판별하려 들 겁니다.

2번은 1번을 갖춘 상태라면 자동으로 갖춘 것으로 봅니다. 이글루스나 MT를 사용하면서 나는 블로그 사이트가 아니라고 우길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블로그 도구를 사용한다면 별도의 공지문을 통해 '여기는 블로그 사이트가 아닙니다'라고 공지하지 않는 이상 블로그 사이트로 판별해야 할 겁니다.

자 이로서 이야기는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군요. 최소한의 블로그 사이트 구성 요건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가 기준이 되고 마는군요. 이글루스나 MT는 블로그 사이트라고 말하면서 미니홈피는 블로그 서비스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 미니홈피가 블로그 사이트의 최소 구성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뜻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블로그 사이트의 최소 구성 요건은 무엇일까요?

[블로그 사이트의 구성 요건]
1. 방법론(매체론): 웹에 기록한다.
2. 형태론(형식): 일기 형태다.
3. 내용론: 개인(한 사람이라는 의미의 개인이 아니라 기록을 주관하는 뚜렷한 주체 세력이라는 의미임)의 목소리나 경험을 기록한다.
4. 목적론: 링크로 네트웍을 구성한다.(이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웹 정신이자, 처음 블로그가 만들어질 때의 목표임.)

미니홈피는 여기에서 무엇이 부족할까요? 제가 둘러본 바에 의하면 일기 형태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고, 개인의 기록보다는 커뮤니티 중심으로 콘텐트를 교환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보기에 따라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군요. 제가 보기에 결정적인 것은 링크 기능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네요.

블로그는 애초 하이퍼 링크 연결이 목표였습니다. 사이드바가 만들어진 이유로 링크 목록을 표시하기 위함이죠. 그리고 기존의 홈페이지도 링크 차림표 하나 정도는 밑차림으로라도 만들어두는 편입니다. 그런데 세이클럽 등의 미니홈피는 링크 기능이 없더군요. 그러니 추천하고 싶은 좋은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링크가 지원되지 않은 사이트는 블로그 사이트고 아니고를 떠나서 웹 사이트로 부르기 민망하죠. 자신이 좋아하는 사이트의 링크 목록도 추가하지 못한다면 웹 사이트라 부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종일 보는 http://www.의 의미가 뭡니까? 하이퍼텍스트, 월드와이드웹이 아닙니까. 링크와 네트웍이 웹의 기본 요소이자 목표인 것이죠.

RSS, 트랙백 등이 블로그의 주요 요소로 인정받는 이유는 이들 기능이 네트웍 기능을 강화시켜주고 하이퍼링크 기능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링크는 단순하게 해당 문서 주소를 앵커(A) 태그로 링크만 걸어서 표시했지만 트랙백은 새로운 글을 작성하면서 해당 링크에 대한 부연 설명과 함께 자동으로 링크를 걸어주고 상호 네트웍을 만들어주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전의 일방적인 링크(나 혼자 걸고 상대방은 모르는 링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가 알 수 있는 링크 기능으로 발전한 셈이죠. (좀더 양방향적인 적인 링크가 되는 셈이죠.)

RSS 역시 다른 네트웍과 좀더 편하게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죠. 그래서 RSS와 트랙백은 블로그 초기의 기능이 아니지만 블로그를 좀더 블로그답게 만들어주는 기능으로 봅니다. 블로그의 목표이자 웹의 목표인 하이퍼텍스트로 정보를 공유하는 기능을 더 강력하게 보완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미니홈피는 RSS, 트랙백은 고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이트의 단순 링크 목록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블로그의 출발점인 하이퍼텍스트 링크를 통한 네트웍 구성이라는 목표와는 완전히 거리가 멉니다. 이런 점 때문에 저 또한 미니홈피는 블로그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비록 제가 이번에 쓴 책에 세이클럽 등을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이는 좀더 많은 사람이 웹을 즐겁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블로그 요소가 있는 여러 사이트를 소개한 것일 뿐 블로그로 인정해서 소개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네이버 블로그나 기타 포탈사이트 블로그 역시 링크 기능 부분은 분명하게 개선해야 합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일기 형태의 형식을 취하고 개인 기록을 손쉽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분명 이전의 홈페이지보다 좀더 편하고 친근하게 사람들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자신의 경험을 웹 상에 콘텐트로 형성하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면에서 포탈사이트의 블로그 서비스는 많이 보급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네트웍 기능의 지원이 취약하다면 블로그 형식을 취했다 해도 온전한 블로그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겁니다. 블로그 형식을 취한 쉬운 홈페이지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할 겁니다. 물론 네이버나 엠파스에서는 블로그라고 인정받고 안받고는 관심거리도 아닐 겁니다. 중요한 것은 좀더 많은 사용자들이 자기 사이트의 열렬한 팬이 되어 자주 들락거리고 광고도 많이 보고 제품도 많이 사는 것이겠죠.

그렇지만 포탈사이트라는 곳이 웹으로 먹고 살면서 웹의 기본 정신이자 목표인 링크 기능과 네트웍 형성조차 등한시한다면 손가락질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포탈사이트가 링크 차림표와 트랙백, RSS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그 기능이 블로그의 기능이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웹 정신을 지향하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인 웹정신도 지향하지 않으면서 하이퍼링크 네트웍을 목표로 출발한 블로그를 지향한다고 하면 안되는 일이죠. 야후나 네이버 같은 검색 사이트가 왜 돈을 법니까? 남들이 공개한 웹 문서를 수집해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배포함으로써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이죠. 만약 모든 웹 사이트가 회원 외의 접근을 금지시킨다면 검색 사이트는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 이처럼 남이 만든 콘텐트 정보를 수집해 배포함으로써 돈을 버는 사이트가 정작 자신이 만든 콘텐트는 외부와 차단시킨다면 그야말로 손가락질 받을 노릇이죠.

포탈사이트가 아직까지 이런 네트웍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기술적이고 금전적이며 인력 문제가 여의치 않아서라고 구태여 변명해봅니다. 제가 사용하는 네이버 블로그만 하더라도 예전에 지원하지 않았던 RSS를 지원하고 있는데 한 걸음 발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좀더 발전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긴 글이 되었는데 정리해보자면 블로그 사이트의 판별은 (가) 블로그 사이트 구성 요소를 갖출 것 (나) 본인이 블로그 사이트라고 인정할 것(아니라고 우기지 않으면 당연하게 블로그로 남들이 봄)입니다.

그리고 블로그 사이트의 최소 구성 요소는 1.웹, 2. 일기 형태, 3. 기록, 4. 하이퍼링크(개방적인 네트웍)의 네 가지 지원 여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네이버나 엠파스 블로그는 1~3은 갖추었고 4는 조금씩 지원을 늘리는 상황이라 판단됩니다. RSS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외부 네트웍 통로를 열어두었다고 보므로 블로그로 판별하는데 지장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이클럽을 비롯한 유사 미니홈피는 2~4도 거의 못 갖추었고, 4는 완전히 꽝이므로 저는 블로그가 아니라고 판별합니다.

이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블로그 사이트 판별 기준입니다. ^_^

** 김중태(www.help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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