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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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동물보다 못한 존재에 환멸이 느껴진다.

17 :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은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34 : 정신을 잃듯 잠 속으로 빨려든 뒤 몇분 지나지 않아, 기억할 수 없는 무서운 꿈에 퍼뜩 눈을 떴다. 꿈보다 무서운 생시가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45 : 체머리 떠는 노인의 얼굴을 너는 돌아본다. 손녀따님인가요, 묻지 않고 참을성 있게 그의 말을 기다린다. 용서하지 않을 거다. 이승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본 사람처럼 꿈적거리는 노인의 두 눈을 너는 마주 본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53 : 똑같은 죽은 몸인데, 누군가의 손길이 남아 있는 그 몸이 한없이 고귀해 보여서 나는 이상한 슬픔과 질투를 느꼈어. 몸들의 높은 탑 아래 짐승처럼 끼여 있는 내 몸이 부끄럽고 증오스러웠어.

76 : 이런 순간엔 자신의 일부를 잠세 떼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여러번 접어 해진 자국을 따라 손쉽게 접히는 종이처럼 의식의 한 부분이 그녀로부터 떨어져나간다.

77 :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99 :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122 : 죽음은 새 수의같이 서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때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땀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 신음해도 흐리지 않던 일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 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 그 모든걸 한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리라고.

130 : 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 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예전에 우린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갖고 있었지.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 걸 증명한 거야.

136 : 달은 밤의 눈동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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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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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위험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니까. 가차없이 돌아보게 하니까.

5 : 모든 약효의 팔십 퍼센트는 플라시보 효과다. 플라시보 효과로 치자면 책만한 물건도 없을 것이다. 부작용도 거의 없다. 중독? 환영할 만한 일이다.

6 : 고독은 자꾸만 살쪄갔다. 돼지처럼(-금각사/미시마 유키오)

7 : 고통은 심리치료의 시작이고 쾌감은 심리치료의 끝이다. 독서로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를 두려움 없이 똑바로 바라보게 할 수는 있다. 같은 생각을 품은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남에게 이해받는다는 것의 기쁨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낀 순간 소년이 자신도 모르게 사육하던 괴물은 자취를 감추었다. (...) 당신이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의 독서목록은 그 자체로 당신의 자서전이고 영혼의 연대기이다. (...) 당신이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말해준다면 나는 당신이 품고 있는 지옥의 밑그림을 그려줄 수도 있다.

8 : 삶은 살 만한 값어치가 있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살할 만한 값어치가 없어서 사는 것이다. (-호밀밭의 파수꾼/J.D.샐린저)

11 : 쉽게 잊히지 않는 책들은 대개 앞부분을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다.

28 : 각자의 어깨에 얹힌 제 삶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었다.

40 : 그럴 거 없어. 그 사람들 뭘 좀 아는군. 독창적인 물건을 만들어내려면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되어야 해. 위대한 작품을 쓰기 위한 일곱 단계. 첫번째,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라. 두번째, 전화코드를 뽑아라. 세번째, 방문을 걸어잠가라. 네번째, 컴퓨터의 전원을 켜라. 다섯번째, 아무도 시도한 적 없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글을 써라. 여섯번째, 창문과 방문을 열어젖히고 기왕 쓴 글의 사분의 일을 버려라. 마지막 단계, 아내에게 읽혀라.

42 : 당신이 고독을 느끼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 그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45 : 나 홀로 차 마시며 창밖을 보고 있노라면 정지한 시간이 골짜기에 켜켜이 쌓이는 듯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풍경 속에서 시간의 흐름은 바다를 맞닥뜨린 강물처럼 둔해지는 것 같았다. 구름의 그림자가 능선을 게으르게 포복하는 것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을 때면 나는 백 년을 살아버린 것만 같았다. 차츰 말수가 줄어갔다.

46 : 한때의 어리석음을 연애라 한다죠? 그 흔한 한때의 어리석음을 끝장내기 위해 결혼이라는 기나긴 어리석음을 시작하겠다는 건가요?

47 : 헤밍웨이가 옳았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에 불과했다.

63 : 적을 갖되 증오할 가치가 있는 적을 가져야 한다. 경멸스러운 적은 갖지 말도록 하라. 너희는 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적의 성공이 곧 너희의 성공이 될 것이니.

67 : 무엇보다 그를 사로잡은 수는 `0`이었다.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패러독스가 그를 매료시켰다.

77 : 죽도록 사랑해. 목숨 바쳐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사랑을 증명하려는 관용적인 수식어구에 죽음의 이미지가 만연한 것은 사랑의 덧없음에 대한 증거라고 수진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세상에 죽음으로 증명하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죽음 외에 사랑을 증명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수진은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했다.

111 : 세상의 모든 연민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이게 마련이어서 아내의 자분자분한 설명에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심한 모욕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133 : 사춘기가 되면 소녀들은 자신이 사랑해줄 사람을 찾고 소년들은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찾는다. 사랑받지 못한 소년은 위험하다. 사랑받지 못한 소년의 황량한 영혼을 잠식한 자기 연민만큼 극단적인 충동은 없으니까.

134 : 그즈음 세상은 올림픽 준비로 벅적댔으나 학원에 갇힌 그의 일상은 폴리스라인으로 통제된 살인 현장처럼 을씨년스러웠다.

136 : 그 짓을 할 때 남자는 환상을 지우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여자는 환상을 지키기 위해 눈을 감는대. 그런데 남자가 품는 환상은 여자에 대한 것이고, 여자가 품는 환상은 사랑에 대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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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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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근육 ♡

12 : 취미를 갖지 않는 것이 영왕이 갖추어야 할 본분이었다. 취미에는 기호가 끼어들고, 기호는 피해야 했다. 기호에는 배척되는 사람이 있다. 영왕은 기호가 없어야 한다.

85 : 책은 읽는 이의 삶과 경험을 넘지 못한다고 느겼다.

87 : 어쨌거나 소설이 반드시 지름길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116 : 독서는 근육과 같고 자신은 그 근육을 발달시킨 것 같다고.

135 : 진실만을 말하되, 거짓말로 잘 둘러질 만큼 에둘러서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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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신화 - 그림에 깃든 신화의 꿈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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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그림과 신화의 다른 해석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198 : 신화는 인생에 대한 교훈이나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삶의 선행된 경험이며, 인생에 대한 사소하고 거대한 질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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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미신에 빠져드는가
매슈 허트슨 지음, 정은아 옮김 / 원앤원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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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끄덕

156 : 우연한 상황을 조건화하는 것이 미신의 원인이 된다는 스키너의 주장은 옳은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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