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나는 그 책을 읽었고
아마도 적당한-그 책을 읽기에-시기였던 것 같다.

굉장했다.그 책을 읽은 내가.
내내 그녀석과 나를 동일시하고 '나'를 읽는 듯한 느낌.
그 후로 지금까지,아니 얼마전까지라고 해야 옳을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책이 되고 있다.

언젠가 신문에서 호밀밭의 파수꾼 광고를 봤다.
아마도 민음사에서 나오는 시리즈 중에 하나였을 것.
'20세기 최고의 성장소설'
성장소설?! 성장소설이라고?!!

왜 성장소설이라는 단어가 내 눈을 붙잡아두고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 말 자체에는 아무 가치도 포함되어있지 않은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열광했던,
'나'를 읽으면서 정말 많이 놀랐던,
나를 알아주는 녀석을 책에서 만난 기쁨을 느꼈던,
그때까지(지금도 여전히) 아주 인상적인..
그런 책이 그저 '성장소설'이라는 말 하나로 축약될 수 있다는 것이..
.......뭐랄까...그래,의아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고집을 부렸던거 같다.
그때 이미 그가 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걸 부정하고 싶었던 걸까?
홀든이 내게서 '영원히 떠나지 않을'
'어떤 기준','어떤 가치','어떤 모델'이 되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그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한 단어.'성장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제제가 파랑새를 떠나보냈듯,
홀든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것 같다.
어린애 같은 땡깡......

너무 늦게 읽어버린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내게 준 감동이
형의 그것보다 분명 덜 했던 것 처럼,
'성장소설'인 호밀밭의 파수꾼을 지금보다 더 늦게 읽었다면 어땠을까?

나도 내가 아는 누구처럼 그 책을 읽으며 홀든의 생각에 화를 내고
답답해하며 이렇게 소리칠까?

"뭐야, 이 새끼 완전 병신 아냐!"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거나, 언젠가는 그렇게 욕을 하며 돌을 던지게 될 날이
오더라도 나는 아주 적절한 때에 날 찾아와 준 이 녀석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아마) 그런 날은 오지 않으리라.











잠시.
이런 상상을 해봤다.
홀든 콜필드가 '정말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었다면.
여기, 변수가 있다.
이 평화로운 곳에 어린이가 아닌 사람(홀든이 아닌)이 나타나는 것.
만약 그가 아이들을 위협하거나 공격한다면,
만약 그가 아이들과 함께 놀려고 한다면,
홀든은 어떻게 할까?

이 책을 읽을 때처럼 빠져서 다른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지금은 조금 거리를 유지하게 되었지만.
아마 영원히 떠나지 않을 녀석.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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