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편 우리나라 노비에게는 성(姓)은 없고 이름만 있는 반면, 서양 노예는 성이 있었다. 왜 그럴까? 그 차이의 비밀은 '체면'과 '실리'라는 상반된 가치관에 있었다. 다시 말해 체면을 중시하던 우리나라에서는 성을 매우 명예스럽게 여겼기 때문에 노비에게 성을 준다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반면 실용주의 사고가 만연한 서양에서는 노예를 매매할 때 산지를 증명하기 편리하도록 성을 주었던 것이다.


2.
늑대인간과 구미호를 비교해보면 밤에만 활동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늑대인간은 남자가 늑대로 변한 다음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반면, 구미호는 여우가 미녀 모습으로 변한 다음 남자들을 홀린다. 이것은 야수에 대한 공포감은 똑같지만 서구인들은 야수 그 자체를 두려워하고, 한국인들은 인간의 교활함을 두려워한다는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늑대인간은 타인을 늑대인간으로 만드는 전염성 질병을 퍼뜨리는 반면, 구미호는 전염성은 없으나 사람을 죽이거나 또는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여기서 늑대인간의 전염성은 해괴한 현상이라도 질병 차원으로 해석하는 서구인의 관념을 보여주고, 구미호의 살인 또는 섹스 욕구는 처녀 귀신의 원한과 관계가 있어 맺힌 한(恨)을 결코 잊지 못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셋째, 늑대인간은 보름달이 뜰 때만 활동하지만 구미호는 달빛이 희미한 밤에 활동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보름달'은 서구인의 과학과 연계된 자연관을 보여주는 것으로, 실제로 보름달이 뜰 때 범죄율이 높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어스름한 달빛 또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은 심정적으로 두려운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3.
그런데 서양인은 사진을 찍을 때도 "three, two, one"으로 큰 수부터 말하는데, 이는 출발 자체에 중점을 둔 관념에서 비롯된 습관이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하나, 둘, 셋"이라고 점차 큰 수를 말한다. 이는 자연적 스름에 맞춰 그 순간을 택하는 정서에거 비롯된 습관이다. 한마디로 '카운트다운'은 일 중심의 사고이고, '하나 둘 셋'은 자연 중심의 사고인 셈이다.


4.
여러 나라를 살펴보면 묘하게도 문명이 발달하고 개인주의 문화가 팽배할수록 편견과 경계심이 강함을 발견할 수 있다. 공동체 사회에서는 어울려야 하는 일이 많으므로 사회적 기준으로 판단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많은 데 비해,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상황이 적어 대부분 자기 주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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