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십년 지나고 나면 당신들도 왕년에 촛불집회 나가서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 깃발 흔들었던 걸 신입사원들만 오면 이야기하는 박과장, 그때 전경들하고 몸싸움한 것을 술만 취하면 이야기하는 김부장, 뉴타운 분양 간절히 기다리는 순이 엄마, 회사에서 퇴출된 뒤 엄마에게 도움 받아 문을 연 동네 치킨집 김씨, PC를 붙들고 '비물질노동'에 정진하고 있건만 남들에게는 십 년이 지나도록 변변한 직업 없이 빈둥거리는 것으로 오해 받고 있는 고모댁 둘째 아들 등으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시면 되니까요.



2.
자율주의자들이나 미래의 맑스주의 운운하는 이진경이나 지금 현실 자체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것이 얼마나 되는가? 자기들이야말로 이제 새로운 사상을 시작했다고 '자뻑'하는 내용들뿐인데 그게 무슨 진보인가? 이들이 거론하는 상황주의에서 과연 배울 것이 무엇이 있는가?
두 번째로, 실제로 자신이 그 문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니 로턴은, 펑크를 평론가들이 격찬하듯 젊은 세대의 혁명적 음악이라고 판단하지 않고 시작부터 끝까지 '재앙'이었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한다. 펑크 음악 붐 이후의 실제 역사를 보자. 77년 펑크가 나오고 78년에는 SHAM 69 등의 좌파밴드들까지도 대중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었지만, 79년 선거의 결과 가장 보수적인 정치인인 대처가 수상으로 당선되었다. 대처 수상은 당선돠자마자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말이 제일 처음 나온 영국의 복지정책을 대폭 폐지하고 경제성장 정책에 모든 것을 맞추었다. 거기에 반박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우리는 사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라는 답변 아닌 답변으로 무시했다. 어떠한 개인도 사회가 책임질 필요가 없고 개인은 개인이 알아서 잘 살아야 한다는 소리였다(이명박을 찍은 사람들 뭔가 가슴이 뭉클해져오는 것 없나?). "여왕 머리에 수소폭탄을......당신을 위한 미래 따위는 없어(God save the Queen)." "나는 일만 하고 살고 싶지는 않아......무정부주의자가 되고 싶어(Anarchy in the UK)."라는 섹스 피스톨즈의 노래를 들으며 클럽에서 미친 듯이 뛰던 사람들이 체제유지에 가장 충실한 정치인을 수상으로 뽑아준 것이다. 펑크 음악은 세상을 바꾸지 않았다.
이런 과거를 돌아보면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해서 결국 무구한 인민의 피만 낭자했던 LA 폭동을 혁명적이라고 찬양하는 네그리의 무정부주의를 추종하는 조정환의 상황주의 찬양은 웃기지도 않는다. 온 영국의 젊은이들이 무정부주의자가 되고 싶다고 '자율'적으로 노래했는데, 그들이 2년 뒤에 대처를 선택했다는 것을 조정환은 알고나 있을까? 과연 생각이라도 한번 해보았을까? 자율? '후까시' 잡기에는 좋을지는 몰라도 아무 내용 없는 소리일 뿐이다.



3.
현재 많은 이들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있지만 이는 비정규직 법안을 통과시킨 노무현 정권 때부터 본격화된 일이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면서 노무현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는 것은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천박한 주장일 뿐이다. 어떻게 이명박 정부 100일 만에 이 모든 상황이 다 생겨났겠는가? 이명박 정권은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밟아온 '신자유주의'의 연장선상에 있고 앞으로 더욱 암담해질 미래의 '신자유주의'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지 그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 같은 '신자유주의자'일 뿐이다.
노무현 정권은 아름다운 '립서비스'를 남발했지만 이명박 정권은 너무나 노골적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노무현에 대한 환상이 지속되는 한 노무현 정권보다 나은 정권이 들어서기는 힘들 것이다.



4.
이와 같이 노무현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이나 컨테이너 박스를 통해서 보더라도 본질에 있어서는 하나도 다를 것이 없건만 오늘도 노빠들은 "노무현 당신 때문에 행복했습니다"를 외치고 있다. 그 소리를 같이하고 있는 88만원 세대들의 행복은 무엇인지 나는 도대체 알 수가 없다.



5.
88만원 세대를 낳는 기본적인 시스템인 비정규직 입법화를 감행했던 노무현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지만 그는 그럴 필요를 못 느낄 것이다. 고향에 내려가 동네 슈퍼에서 담배 피고 있는 것을 찍은 사진을 보고 '노간지', '노간지'라고 딸랑거리는 소리들을 내는 88만원 세대들이 포진해 있는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영광을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을 밀어주는 88만원 세대들이 있으니 오만하게 현재의 정국에다가 훈수까지 두지 않는가. 도대체 '노간지', '노간지' 해대면서 미니홈피에다가 그 사진들을 퍼오는 88만원 세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비정규직 입법화를 감행했던 자가 노무현이었는데!!
평생 88만원이나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미래가 앞에 놓여 있는데도 자신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집단 지성'이니 '네트워크'니 '활력'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노동자운동, 민중운동'에서의 '민중'과 '노동자'는 낡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88만원 세대, '노간지'를 외쳐대기나 하고 서태지 노래의 한 구절처럼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다고 자기최면에 빠져 있는 88만원 세대들이 있는 한국의 상황은 섹스 피스톨즈가 'No future for you'라고 영국의 상황을 노래했을 때보다 더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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