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워크 - 강렬한 몰입, 최고의 성과
칼 뉴포트 지음, 김태훈 옮김 / 민음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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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워크 (Deep Work)는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완전한 집중의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활동으로 정의된다. , 딥 워크는 심층적 작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이 책의 저자 칼 뉴포트가 새롭게 정립한 용어이다. 딥 워크는 지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고, 종종 다른 곳에 정신을 팔면서 수행하는 부수적 작업을 지칭하는 피상적 작업 (Shallow Work)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딥 워크로 대표되는 집중과 몰입이 경쟁력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은 네트워킹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주목할만한 신선한 아이디어이다. 저자는 이를 책에서 언급한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 등 탁월한 성과를 낸 딥 워크의 사례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온전한 몰입으로 인해 창조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일견 집중과 몰입을 방해하는 네트워크 도구가 딥 워크를 피상적 작업으로 변질시킨다는 주장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칼 뉴포트는 기술 낙관론자의 네트워크 긍정론과 기술 회의론자의 네트워크 부정론 사이의 지루한 철학적 논쟁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저자는 네트워킹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간에 피상적으로 변해가는 업무 문화 속에서 심층성을 지향하는 일의 잠재력을 깨달은 소수에게 경제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엄청난 기회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저자의 문제제기 자체에는 동의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는 4차산업혁명의 현실 속에서 딥 워크는 어려운 일을 신속하게 습득할 수 있게 해주거나 질과 속도면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를 올릴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 뉴포트의 딥 워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이다.

 

 

첫번째는 분업의 효과이다. 아담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 (The Wealth of Nations)에서 분업의 효과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핀공장에서 한 사람이 전과정을 도맡아 핀을 만들면 10명당 하루 20개도 채 만들기 힘든데 비해, 이 공정을 18가지로 나누어 분업을 하면 동일 인력으로 48,000여개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딥 워크는 기본적으로 자기완결형 행위이다. 딥 워크의 수행자는 자신의 인지능력을 기반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내기까지의 전 과정을 오롯이 혼자서 달성해야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네트워킹에 대한 효과이다. 생각주간 (Think Week)을 가진다는 빌게이츠는 "경쟁자는 두렵지 않다. 경쟁자의 "생각"이 두려울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현대사회는 게임이론적 상황이다. 내가 선택하는 최적의 전략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경쟁자의 전략 및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라도 통하는 만능전략이 존재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오래 일하지 마라. 깊이 일하라!"라는 저자의 외침은 업무의 깊이와 밀도가 낮아지고 업무의 영역이 파편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 있어 분명 의미 있는 문제제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딥 워크는 기본적으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적 역량을 기반으로 창조적 가치를 창출해내는데 있어 유용한 작업이다. 나는 책에서 언급된 딥 워크의 사례들을 보면서 딥 워크의 심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자 한다.

 

 

카를 융의 성공사례는 뉴튼이 거인의 어깨를 기반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과 마찬가지로 기존에 누적되어 있던 심리학과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자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카를 융은 자신의 인지능력과 기존의 누적된 연구결과들을 기반으로 분업이나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 없이도 새로운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빌게이츠는 정기적으로 1년에 2번의 생각주간을 갖는다. 평상시에는 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의 조직관리와 리더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다가 1년중 2주만 집중적으로 사업의 방향성과 신사업에대한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처럼 프로그래머든, 저술가든, 마케터든, 컨설턴트든, 창업자든 딥 워크의 효과 자체는 성공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딥 워크의 효과가 높은 대상직군이나 대상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일정기간 동안 완전한 외부와의 단절을 통해 성공적인 학술적 업적을 남겼던 카를 융의 사례가 있는 반면에 평상시에는 네트워킹과 분업의 혜택을 이용하다가 짧고 간헐적인 딥 워크를 통해 성과를 창출한 빌 게이츠의 사례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칼 뉴포트의 넥스트 스텝은 딥 워크의 효과를 통계적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딥 워크의 실전에의 적용영역과 적용대상을 유형화하고 사례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딥 워크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딥 워크의 진화를 응원하며 딥 워크의 심화편을 빠른 시일내에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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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중국 3대 고전 세트 - 전3권 - 삼국지 + 수호지 + 서유기
둥훙유.가오훙보.바이빙 지음, 전수정 옮김 / 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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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역사서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는 관점과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일단 "역사서"의 범주를 정사(正史)로 한정한다면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는 역사책으로 분류될 수 없다. 그 이유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구전과 작가의 상상이 더해진 픽션이기때문이다. 삼국지를 예를들어 설명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설로서의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이다. 하지만 이는 삼국지연의의 바탕이 되는 역사서인 진식의 "삼국지"를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와 수호지, 서유기는 그 어느 정통의 역사서 못지 않게 동아시아 문화권에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000년을 관통하는 베스트셀러상상이 가는가? 문화권마다의 선호도 차이도 흥미롭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삼국지’, 일본인은수호지’, 베트남인은서유기’, 중국인은금병매를 가장 애호한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각국의 문화적 배경에 주목한다. 무사의 개별적 활약에 관심을 두는 일본인은 수호지, 특유의 민속신앙에 익숙한 베트남인은 신비한 사건과 분위기를 담은 서유기, 사랑과 인간의 개별적 관계에 가치를 둔 중국인은 금병매를 열독했다.

 

 

 

 

 

 

 

한국은 중앙집권적 의식과 유교적인 대의를 중시했으므로 특별히 삼국지를 애독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논리로 삼국지에 나타나는 평범한 인간들의 비범한 역사를 통해 의리와 충의를 읽어내고, 현실의 지향점을 꿈꾸면서 유교적 신분 질서와 가치를 고양했다는 의미에서이다.

각각의 작품 선호도도 그렇지만 삼국지 한 작품에 대한 문화권마다의 시각 차이도 존재한다. 삼국지의 주요 장면을 그린삼국지연의도(三國志演義圖)’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국의 삼국지 그림에서는 등장인물의 개별 특성이나 계급과 관계없이 얼굴과 표정이 비슷하고, 배경과 복식을 통해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일본에서는 감각적이고 현란한 원색으로 구사된 화면이 주가 되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해학적인 상상력에 기반을 둔 민화 특유의 화풍을 보인다.

 

 

 

 

 

 

문화권마다 또 국가마다 나름의 선호도 차이는 존재하지만 삼국지나 수호지, 서유기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내용과 매력적인 케릭터, 스토리 자체의 힘으로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무송이 호랑이 때려 잡은 얘기, 관운장의 충절, 도원결의, 동탁과 여포, 초선, 제갈공명 등 간단히 떠올려봐도 수많은 이야기와 영웅호걸의 무용담이 쏟아져 나온다.

이번에 보림출판사에서는 한권으로 읽는 중국 3대 고전 세트를 출간하면서 아동들을 위한 책이라는데 방점을 두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은 작품들이지만 어린이가 읽고 이해하기에는 어렵고 난해한 점이 많다는 점에 착안하여 중국의 대표적인 아동 문학가들이 등장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쉽고 재미있게 시대의 고전들을 풀어낸 것이다. 방대한 스토리를 한권으로 쉽고 간략하게 축약하여 중국 고전에 나오는 영웅호걸들의 시대정신을 배우고 이를 토대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았다.

삼국지를 통해 천하 통일을 꿈꾸는 영웅들의 우정과 의리를 배우고 수호지를 통해 천년의 사랑을 받아온 대장부들의 충정과 의리를 배우며, 서유기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은 고전소설들을 소재로 한 만큼 가족 모두가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을 듯 하다. 우수 아동문학상을 수상하고 문학연합회와 작가협회에서 활동하는 등 고전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아동문학 전문작가들의 약력을 보면 책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높일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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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슈퍼히어로 뽑기맨 - 제7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7
우광훈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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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공정한 사회일까요? 영화 내부자들의 이병헌의 대사처럼 대한민국에도 정의 같은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 한 걸까요? 먼저 공정함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숭이와 코끼리, 물고기로 이루어진 집단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나무에 오르는 똑같은 과제를 부여한다면 과연 공정한 것일까요? 우리는 모두 선천적으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고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후천적으로 재능을 계발합니다. 만약 우리가 물고기의 재능을 나무에 오르는 것만으로 판단한다면 물고기는 일생을 자괴감 속에서 살아가겠죠.

 


공정한 사회는 원칙의 공정성과 절차의 공정성이 준수되는 사회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원칙을 기준으로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여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이 합의하여 만든 게임의 규칙이 존재해야하고 그 룰을 통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공정한 혜택의 기회가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원칙의 공정성을 뒷받침해줄 투명한 집행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존재해도 그것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감시할 심판이 부재하고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수 있겠죠.

 

 



2016
년 동그라미재단의 기회불평등 조사에 따르면 62.6%가 우리사회는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공정하다고 답한 사람은 1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 보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헬조선', 'N포세대', '수저계급론' 등 늘어나는 신조어는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헬조선'과 함께 거론되는 '노오력'이라는 신조어도 있습니다. '노력' '노오력'은 다릅니다. '노력'이 달성가능한 목표를 위해 개인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노오력'은 개인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목표 그 이상을 요구합니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달성할 수 없는 목표치를 설정하고 달성하지 못하면 그것을 개인의 능력과 태도, 열정의 부족으로 돌리는것... 이것이 '노오력'의 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 속 진서아빠의 상황도 '노오력'에 해당합니다. 진서아빠의 직업인 택배기사는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주의 극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한국종합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택배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업체간 치열한 경쟁으로 택배 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무한경쟁 상황에서 회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택배기사를 비정규직 개인사업자로 고용하고 택배기사들은 줄어가는 본인 몫의 수익을 지키기 위해 비정상적인 근무시간을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진서아빠는 여가 시간, 가정을 돌볼 시간, 심지어는 자신의 허리까지 희생하며 '노오력'했지만 이 비정상적인 수익구조에 대항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잔인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도덕성은 선입견도 편견도 없이 공정한 운(Chance)밖에 없다는 영화 <다크 나이트>의 하비 덴트의 말처럼 '노오력' 끝에 사회에서 소외된 진서아빠가 인형뽑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단지 수성대학교 정문 앞에서의 우연한 마주침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인형뽑기 열풍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현실의 불공정성입니다. 누구나 소액의 대가만 지불하면 사회적 신분과 배경에 대한 차별 없이 공평하게 한번의 인형뽑을 기회를 부여 받습니다. 또한 부여 받은 기회내에서는 어떠한 외부의 개입 없이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나의 능력 여부로 인해 결과가 산출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인형뽑기 열풍은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사회'를 열망하는 대중의 심리가 담겨있는지도 모릅니다. 작은 진입장벽을 통해 부여받을 수 있는 누구나에게 공평한 기회... 매력적이지 않나요?

 

 

뽑기의 또다른 매력은 뽑기의 대상인 인형에 있습니다. 진서아빠와 진서가 인형뽑기 속 쵸파와의 운명적 만남으로 인형뽑기의 여정이 시작된 것처럼 인형들은 우리에게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더군다나 뽑기기계 속 인형들은 저마다 자기에게 손을 뻗어달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장에라도 그랜드 라인으로 달려나가 항해를 시작할 것 같은 추억 속 영웅들이 좁디 좁은 인형뽑기 기계 속 아크릴 상자에 갖혀 있다면 어떨까요? 작은 비용을 투자하여 얻은 기회로 내 영웅들을 구출해내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공정한 것 같아 보이는 인형뽑기라는 신세계는 소설 속 조사장의 말처럼 쉽게 뽑히지 않도록 확률이 조작된 태생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확률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 중 특정 하나의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수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확률을 논할 때 전제가 되는 것은 각각의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동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사위나 동전을 던져 특정 상황이 나오는 것, 로또 복권이 당첨되는 것이 그 좋은 예가 되겠죠. 하지만 현실에서 발생하는 확률적 상황은 이러한 교과서적인 확률의 정의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윷과 같이 크기와 모양이 달라서 안면과 겉면이 나올 확률 자체가 다른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죠. 애초에 인형뽑기는 헬조선의 도피처로서의 멋진 신세계가 아닌 디스토피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 모범답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이 던지는 시험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각자가 다른 시험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깨닫지 못한 채 타인의 답을 모방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모범답안을 찾다가 실패하게 됩니다. 나무에 오르는 것을 기준으로 물고기를 판단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듯이 우리는 우리에게 부여되고 스스로 계발한 재능을 토대로 세상이 던지는 질문에 각자의 답안을 작성하면 되는 것이지요.

 

 



진서가 언급하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살인마는 안톤 시거는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을 살인의 대상으로 선택하고 동전 던지기를 통해 살인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는 개인의 의지와 '노오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삶의 우연성을 상징합니다. 동시에 '전부를 걸어야만 전부를 얻을 수 있다.'는 안톤 시거의 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한번씩 주어진 삶에 임하는 진지한 탐구 자세와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소설에서 아빠와 진서가 숄더어택이란 비기를 전수 받은 영감님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해적왕 골드로저 피규어를 뽑을 때였죠. 만화 원피스에서 해적왕 골드 로저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
사람의 꿈, 시대의 일렁임, 계승되는 의지. 이 세가지는 인간이 자유의 답을 찾는 한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 진서가 살게 될 세상은 분명 아빠와 엄마가 살아온 세상과는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진서의 세상에도 아빠와 엄마의 세상이 그랬듯이 그 시대만의 일렁임은 존재하겠죠. 원피스의 쵸파처럼 최고의 의사가 되겠다는 진서의 꿈은 거친 삶의 파도 앞에 좌초되거나 위기를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삶의 위기를 맞은 진서에게 필요한 것은 힘든 현실속에서도 남편이란 이름으로 또 아빠란 이름으로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던 진서 아빠의 마음가짐,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빠를 묵묵히 지켜봐주고 지지해 준 엄마의 기다림 아닐까요? 이러한 진서 가족의 의지는 앞으로 자신의 삶을 헤쳐나갈 진서에게도 계승되겠죠.

 

 



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겪는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에 반응하는 태도입니다. 이 세상에 완전한 어른은 없다는 진서 엄마의 말처럼 아빠도 엄마도 그리고 진서도 자신의 시대에 존재하는 일렁임을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겠지요. 시대의 풍랑을 힘겹게 견뎌내야할 때 내가 살아 있고 사랑 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묵묵히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 가족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이것 이상의 응원이 있을까요진서 가족의 경우처럼 각자가 가진 삶의 조각들이 가족의 사랑 안에서 하나의 조각(One Piece)으로 완성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행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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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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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츠바나 다카시의 서재를 읽으면서 이소룡과 그의 미완의 마지막 작품이자 유작인 사망유희(死亡遊戱, Game of Death)가 떠올랐다. 먼저 20만권이란 압도적인 지식의 세계 속을 홀로 부유하며 성장해온 다츠바나 다카시의 모습은 무술, 쿵푸를 바탕으로 태극권, 유도, 가라데, 무에타이, 태권도 등의 요소를 조합하여 상대방의 동작을 미리 저지하는(Stop-hitting) 절권도(截拳道)로 재창조한 이소룡의 모습과 닮아 있다.

 

 

 

 

 

 

또한 고양이 빌딩이라는 공간 속에 의학, 생물학, 역사, 종교, 과학 等에 이르기까지 찬란하게 펼쳐진 지식의 스펙트럼은 5층의 사망탑을 한층씩 올라가며 강한 상대와 차례대로 대결을 벌이는 사망유희의 계단형 격투 구조를 연상시켰다. 무엇보다도 고양이 빌딩의 서가는 다카시의 지식, 추억, 고뇌의 편린들이 축적된 개별적 세계이자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다카시의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 동력이 된 것이다. 이소룡이 무도인으로서 전통이나 계파에 구애 받지 않고 순수하게 강함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한 과정도 다카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본 도서 리뷰의 방식을 사망유희의 계단형의 일대일(Head to Head) 격투구조 형식을 차용해보기로 하였다. 계단형 격투구조 자체는 고양이 빌딩 곳곳을 순회하며 해설하는 본 도서의 전개와도 유사점이 있다. 일대일 격투구조는 스스로 학습하며 성장한다는 다카시의 앎에 대한 철학을 상징하기도 하고 또한 본 리뷰에서 도서의 방대한 지식세계를 모두 다룰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고려한 타협점이기도 하다. 사망유희처럼 여기서도 고양이 빌딩의 장소마다 인상 깊었던 점 한가지와 그것에 대한 소회 위주로 서술해보고자 한다.

 

 

 

 

 

 

 

 

 

고양이 빌딩 1

 

 

고양이 빌딩 1층은 의학, 생물학, 심리학, 핵발전 등에 대한 도서로 채워져 있다.

1층에서는 다카시의 연구에 대한 생각과 최신기술에 대한 습득방식에 대한 고민이 옅보였다. 현대 사회에 있어 연구의 자유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일 것이다. 다카시는 전쟁중이거나 독재국가가 아니라면 연구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또 있어서도 안된다고 주장하는데 절대적으로 자유로워야 할 문학과 예술 분야에 조차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한국의 현실이 오버랩되며 만감이 교차하였다.

또한 최신기술이 실시간으로 적용되고 있는 현장과 그것이 도서라는 체계적인 형태로 정리되는데 까지의 시차 (time lag)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이 화두가 된 현재, 지식습득의 형태와 방안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

 

 

 

 

 

 

고양이 빌딩 2

 

 

고양이 빌딩 2층의 서가는 그리스도교와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에 관한 책들을 보유하고 있다. 2층에서 주목한 것은 저자가 언급한 일본의 역사였다. 다카시는 헤이안, 카마쿠라, 무로마치, 도쿠가와, 호조시대를 거치며 일본의 정치는 권력이 공식적인 곳에서 비공식적인 실력자가 있는 곳으로 이행해온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는 국정논단과 비선실세로 인해 국정의 정상적 시스템이 붕괴된 한국적 상황에서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한 학문적으로 정통으로 인정받고 교과서에도 게재되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진실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다카시의 주장에서는 국정 교과서 논란이 떠올랐다. 역사는 사실의 집합체이며 모든 사실을 집대성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볼 때, 객관적 사실만을 선택한다는 것 그 자체도 객관적이라고 할수는 없다. 따라서, 여타의 학문과 마찬가지로 역사도 하나의 관점에서만 판단할 수 없는 것이며 과학의 진보는 현상을 보는 다른 시각의 반복에서 이루어져왔다는 다카시의 주장에 공감한다.

 

 

 

 

 

 

 

 

고양이 빌딩 3

 

고양이 빌딩 3층은 신비주의와 신화, 종교, 과학에 관한 책들로 가득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책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전통적인 (Conventional) 종이책의 역할을 언급하는 대목이었다. 다카시는 책이라는 것은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콘텐츠 이상의 의미를 갖는 요소들이 모두 독자적으로 자기표현을 하는 종합미디어라고 주장한다.

 

책의 존재 목적은 그 안에 담긴 텍스트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효과적이라는 것…” 진부한 논쟁이긴 하지만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점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책은 독자가 텍스트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종이책은 오감만족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표지가 전달해주는 시각적 이미지, 종이의 질감과 잉크의 향기, 책장을 넘길 때 손가락과 입술에 느껴지는 감촉, 사각거리는 소리는 총체적으로 책의 의미를 부연해주는 것들이며 전자책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것이다. 종이책 본연의 장점은 본 도서 <다츠바나 다카시의 서재>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식인의 책에 대한 여정을 서가 정밀 촬영술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텍스트의 의미를 보다 풍성하게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종이책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절대적으로!!

 

 

 

고양이 빌딩 옥상


고양이 빌딩 옥상은 로마 等 서양사와 철학과 관련된 책이 주로 모여 있는 곳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디자인 씽킹 (Design Thinking)의 개념이 떠올랐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란 파리잡이통에 갇힌 파리에게 어떻게 하면 밖으로 나올 수 있는지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본능에 이끌려 파리잡이통에 들어온 파리는 위쪽으로 밝은 외부를 향해 날려고 하고 그렇게 함으로서 덫에 걸려 파리는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된다. , 파리는 전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본능에 따라 날기만 하기 때문에 아무리해도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본능에 반하는 방향으로 날아 미로와 같은 구조를 통과하여 유리병 밑 가장자리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는 현대 철학의 문제는 질문이 잘못된 것이고, 당연히 그 질문에 맞게 대답하는 것도 방향이 잘못될 수 밖에 없는 것을 의미한다. 디자인 씽킹은 문제에 대한 공감(Empathize)하는 과정을 거쳐 문제를 정의(Define)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Ideate)를 제시하는 것을 반복하는 사고의 방법론이다. 현상문제에 대한 진심어린 공감에서 우러나온 문제제기를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며, 한번 제기한 문제제기도 적절한 것이었는지 끊임없이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산초메 서고 / 릿교대학 연구실

 

 

산초메 서고와 릿교대학 연구실에는 미술과 영화, 음악에 대한 서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것은 역사는 현재 시점으로부터 역순으로 배워야 한다는 다카시의 주장이었다. 일본인들은 모두 조몬시대와 야요이시대는 잘 알고 있지만 현대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카시는 일본의 역사교육은 새로운 시대를 정면에서 가르치려고 하지 않지만 진짜 가르쳐야 할 것은 현대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과거의 200년이 이해가 되면 그것을 기반으로 현재의 시점이 이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은 한국의 현실에도 유효한 부분이다. 한국의 학생들도 현대사에 대해서는 깊이 학습하지 않는다. 수학의 확률 통계와 마찬가지로 고조선, 삼국시대, 조선시대까지의 역사는 수학능력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지만 현대사는 교과서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작고 학생들도 신경써서 공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바로 이 시점도 역사의 한페이지로 기록되는 것임을 감안할 때 현대사 학습은 현재의 상황이 어떻게 만들어져왔고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는 어떠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버젼의 <다츠바나 다카시의 서재>를 기다리며

 

 

이 책은 한국 뿐만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의미가 있는 책이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서부터 학문과 지식을 대하는 자세에 이르기까지 다카시는 전기회로의 임피던스에 비유하며 독자들에게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다카시의 주장처럼 어느 누구의 그 어떤 상황에도 완벽하게 적합한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가 해야할 것은 책의 머리말을 읽어 보거나 훌훌 넘겨가며 부분 부분 읽어보면서 책과 나와의 임피던스를 맞추며 나에게 적합한 책을 찾는 것이다. 이 부분은 특정 무술의 형태나 한계에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신체특성이나 스타일에 맞는 프리스타일 파이팅을 추구하는 이소룡의 무예철학과도 많이 닮아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아쉬운 부분이 느껴졌다. 독자들이 지식인의 서재를 궁금해하는 이유는 지식인이 읽는 도서의 목록 그 자체만이 아니다. 도서의 목록을 넘어 지식인이 그 도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설을 듣고 싶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인 저자 다카시는 한국의 독자들과 다른 공간에서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경험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한국인 독자들에게 채워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느껴졌다. 또한 서가 정밀 촬영술도 서가 형태와 느낌은 놀라울 정도로 잘 전달해주었지만 언어적 한계로 인해 책의 텍스트를 부연하고 돋보이게 해주지는 못했다. 저자가 일본에 서양철학이 소개된 역사와 일본 출판업계 및 고서점의 현실에 맞추어 독자들에게 조언하는 등 일본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책에 대한 설명을 전개한 부분도 있다.

 

 

 

 

 

이소룡은 "산다는 것은 순전히 사는 것이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을 아니다."고 하였다. 지식을 탐구한다는 것은 지식 축적을 통해 어떤 목적 달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앎이라는 그 자체로서 빛나는 경험이라는 것을 다카시는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다카시처럼 한국에도 지식과 학문에 대한 긴 여정을 애정어린 조언과 함께 독자들에게 공유할 사람은 없는 것일까? 그 누군가가를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책과 나와의 임피던스를 맞춰보며 나만의 책으로의 여행에 빠져본다.

 

 

 

 

 

#다츠바나 다카시, #서재, #이소룡, #사망유희, #절권도, # 독서,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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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색연필 스케치 - 깊이와 감동이 있는 순수 컬러링의 재미 5분 스케치 시리즈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17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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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투리 시간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서도 훌륭한 취미를 즐길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마법과도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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