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발자국 (리커버 에디션)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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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순간이 있을 뿐’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며, 인간이라는 미지의 숲을 걸어온 또 걸어갈 우리 모두의 앞날에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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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김미월 외 지음 / 다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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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여성 그리고 엄마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여섯 작가들의 분투기. 육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과 동시에 괴로움을 수반하지만 그들은 이 특별한 경험을 통해 부모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또 작가로서 성숙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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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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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연못 / 개구리 뛰어드는 / 물소리 '퐁당'”


하이쿠(俳句)를 이야기할 때 흔히 언급되는 대표적인 시다. 지은이는 마츠오 바쇼 (1644∼1694)로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하이쿠 시인이며, 하이쿠를 문학의 한 장르로 완성시킨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하이쿠는 일본의 문학 장르로 3행 17음절로 이루어진 짧은 시를 가리킨다. 서술을 극도로 아낀 채 최소한의 상징어와 여백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하이쿠의 특징이다. 막상스 페르민의 『 눈 』에서 유코 아키타는 오직 두 가지 주제에 대한 열정을 보유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것은 바로 삶의 아포리즘이 응축되어 있는 '하이쿠'와 삶의 희노애락과 삶의 근본적 속성을 대변하는 듯한 '눈(雪)'이다.


'하이쿠'와 '눈(雪)'은 투명하며 즉각적이고 친숙한 느낌과 때로는 섬세함을 때로는 산문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눈(雪)'이 천사들의 흰빛으로 이어지는 통로라면, '하이쿠'는 시적 영혼에게 신성한 빛으로 이어지는 통로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되고 싶다는 유코 아키타의 말에 그의 아버지는 한편의 시는 한편의 흘러가는 물과 같은 것이며, 따라서 시는 직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에 대해 유코 아키타는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것이 바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라고 대답한다. '하이쿠'와 '눈(雪)'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은 삶에 대한 진지한 탐구 자세를 가졌다는 말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외줄타기 곡예사처럼 삶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 삶은 질서와 혼돈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정된 상태라고 느끼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미지의 것이 느닷없이 닥친다. 이렇게 질서가 무너진 혼돈 속에서 우리 삶은 현실부정과 절망,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잠식되어 간다. 삶은 질서와 혼돈으로 점철되어 있다. 안정된 질서 속에 갑자기 혼돈이 찾아오기도 하는 반면, 모든 것을 상실한 듯한 절망적 순간에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기도 한다. 삶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질서와 혼돈의 경계 위에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삶에서 인생의 의미가 빛을 잃어가고, 절망과 두려움이 고개를 드는 순간과 마주칠 때 우리는 무엇에 의지하며 세상을 살아가야 할까?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모범답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삶이 던지는 시험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각자가 서로 다른 시험에 응하고 있다는 것을 종종 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답을 모방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모범답안을 찾는 것으로는 세상이 던지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없다. 각자가 보유한 인생 법칙들은 모두 ‘질서’와 ‘혼돈’, ‘의미’와 ‘책임’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될 수 있고, 이러한 큰 흐름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법칙들을 적용하고 변주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눈(雪)'은 아이들의 소중한 친구였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아빠, 엄마, 친구들과 눈사람을 만든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또한, 아름다움과 즐거움의 순간이 지나면 피할수 없는 이별이 다가온다는 것을 우리는 '눈(雪)'을 통해 배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어른이 된 우리는 이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눈은 그저 눈일 뿐이고,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건 어른의 시각이다. 상식에 매몰되어 있는 나에게 『 눈 』 은 잊고 지냈던 어린 날의 기억, 아름다운 추억과 동심을 상기시켜주었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눈에 대한 또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 눈은 솜사탕처럼 깨끗하고 찰나의 아름다움을 내포한 ‘하얀’ 눈이 아닌 아닌 슬픔과 고독,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배어 있는 ‘흰’ 눈으로 보였다. 저 내리는 눈이 세상을 정화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공중에서 제각각으로 흩날리는 눈송이들은 지면에서 서로의 냉기를 견디며 하나가 되고 공기 입자들을 덜어내며 단단해진다.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연약하고 쉽게 증발해버리는 것이지만... 결국 피할 수 없는 이별을 담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우리는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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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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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의 <하얼빈>을 읽으며 나는 인간이 걸어 온 ‘, 또 새롭게 만들고 걸어갈 에 대해 생각했다. 소설에서 힘이 길을 만들고, 길은 힘을 만드는 것이라는 이토의 말에 순종은 세상의 땅과 물을 건너가는 길도 있지만, 조선에는 고래(古來)로 내려오는 충절과 법도와 인륜의 길이 있다.’고 답한다. 이에 대해 이토는 그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이며, 고래의 길이 현재에 닿아서 미래의 길로 나아가고 있고, 쇠로 만들어진 이 철길이 그에 대한 방증(傍證)이라 말한다. 이토는 조선이 존망의 위기를 벗어나 평화와 독립을 추구하는 길은 제국의 틀 안으로 순입하는 길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동양평화문명개화라는 허울로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약육강식의 폭력야만을 애써 감추려는 모순과 부조리를 담은 말이었다. 이토의 주장에서 나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프리드리히 하이예크의 말을 떠올렸다.

 

 

추구하는 길은 다르지만 종국적으로 만인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정의로운 세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종교와 정치는 그 결을 같이 한다. 완전하지 못한 인간의 근본적 속성 그리고 상실과 결핍으로 얼룩져 있는 인간의 삶 속에서 우리는 종교에 귀의하거나 국가 등의 정치체제에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 어떤 종교나 정치도 완전하지 못했고, 어느 시대나 세상이 공정하고 정의롭게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는 세력들이 존재했다. 이러한 안타까운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이용하여 현실적인 이득을 보는 집단은 계속 양산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허상을 제시하거나 공포감을 조성함으로서 자유의지를 포기하고 절대권력에 복종하는 길만이 정의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지옥으로 가는 길은 늘 선의로 포장되어 있었다. 소설 속에서 안중근은 천주교의 교리와 제국주의가 잠식한 현실 사이에서 커져가는 절망감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우월한 물리력을 기반으로 일본은 대륙으로 영토확장의 야욕을 드러냈고, 철도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었다. 이토는 제국주의 팽창의 길을 따라 한반도를 가로질러 하얼빈으로 향했다. 제국주의는 당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었고, 조선의 지배층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폭력 앞에서 현실의 부조리에 침묵하며 저마다 살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조선의 독립과 평화를 위한 길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시대가 내포한 모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범세계적으로 넘실대는 폭력의 물결을 몸으로 부딪치고 막아서며 새로운 길을 열어간 사람이 있었다. 총구의 흔들림은 멈추지 못했지만, 격발로 인한 반동은 몸안으로 받아들여 오롯이 홀로 삭여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총알에 실어 이토의 목숨에 박아넣은 그는 말을 붙일 수 없는 세상을 향해 말을 건 안중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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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2-31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훈 문장 참 좋다 생각하는데 김훈의 책을 풀어낸 잭와일드님 문장도 참 좋아요 *^^* 편한 밤 보내시고 새해 복도 마니마니 받으세요 *^^*

잭와일드 2022-12-31 20:42   좋아요 1 | URL
mini74님 2022년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가오는 202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 생각하는 숲 12
T. S. 엘리엇 지음, 악셀 셰플러 그림, 이주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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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는 T. S. 엘리엇이 어린이들을 위해 쓴 유일한 동시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동시집에는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며 때로는 인간과 비슷하기도 하고, 또 비밀스럽기도 한 고양이의 특징들을 살필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담겨져 있다. 시공사에서 출판된 본 도서는 책이 처음 출간된 지 7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해 새롭게 만든 것으로, 영국 최고의 어린이책 상인 스마티즈 상 수상 화가 악셀 셰플러가 그림을 그린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본서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는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캣츠>의 모티브가 되었다. 1972년 영국의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이 시집을 읽고 뮤지컬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동시집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고양이들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스토리라인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뮤지컬 <캣츠>다.



뮤지컬 <캣츠>는 일년에 단 하룻밤만 열리는 젤리클 무도회에서 최고의 고양이로 뽑히기 위해, 수많은 고양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뮤지컬에서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엮어내끼 위해서 원작 동시집과 차이가 있는 내용도 있다. 예를들어, 마카비티는 책에서나 뮤지컬에서나 악당이지만, 가장 오래 산 신명기 영감님은 가장 멋진 고양이를 선택해 천국으로 보내는 현명한 지도자로, 못 말리는 말썽쟁이 ‘럼 텀 터커’는 인기 많은 바람둥이로 등장한다.



또한, 동시집에서 등장하지 않는 새로운 고양이들이 뮤지컬에는 등장한다. 뮤지컬의 히로인이나 다름없는 ‘그리자벨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뮤지컬 <캣츠>에서 가장 사랑 받는 뮤지컬 넘버인 <메모리>를 부리는 ‘그리자벨라’는 동시집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뮤지컬에서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뮤지컬 <캣츠>는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탄생했지만 동시에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위한 동시에서 이렇게 화려하고 풍성한 스토리 구성이 가능하다니 놀랍기만 하다.



생각해보면 간결하지만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 ‘시’가 내포하고 있는 핵심적인 특징이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컬 <캣츠>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본서를 보면서, 또 뮤지컬을 감상하면서 나와 인연을 맺었던 고양이를 추억해본다. 애묘인이든 아니든간에 누구나 이런 추억들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동시집의 시들을 감상하면서 고양이들과의 추억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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