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
앤 헬렌 피터슨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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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노력한 끝에

 

얼마 전 인턴사원의 자기소개서에서 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아 머릿속을 맴돌던 표현이다살아오면서 힘들었던 일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였는지에 관한 질문의 답변 중 있었던 표현이었다. '죽어라 노력했다.'라는 다소 모호하고 주관적인 표현이 과연 기업 입사를 위한 자기소개서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먼저 들긴 했다하지만다른 한편으로 '죽어라 노력했다.'는 표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입사 지원자의 지나온 고단한 하루하루의 절절한 삶이 이 한 줄도 안 되는 짧은 문장 안에 압축되어 녹아 들어가 있는 듯한 생각 때문에 이 문장이 오래도록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다그러면서 문득 궁금해졌다왜 우리는 이렇게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회사는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의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조직이다저마다 다른 환경과 경험을 거치며 살아온 다양한 세대들이 회사라는 조직에 모여 그 기업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기업은 단기적으로 경영계획의 달성중장기적으로 비전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함께 바라보고 도달하기 위해서 이러한 다양한 세대의 시각을 이해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요즘 애들>의 저자 앤 헬렌 피터슨 처럼 나도 X세대와의 경계선에 위치한 밀레니얼 세대의 최연장자이자 동시에 한 기업의 중간관리자로서 이러한 세대 간 이해와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 통감하고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불능(inability)에 대해 비판하는 기성세대들에게 저자 앤 헬렌 피터슨은 번아웃 (Burn Out)‘은 밀레니얼 세대의 조건으로 밀레니얼의 삶의 기저에 깔려 있는 배경음악이며현재 그들의 삶의 단면이라고 말한다왜 우리는 소진되었을까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살아오는 동안 직접적으로 또암묵적으로 체득한 경험을 통해 주어진 모든 시간에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면화하고 이에 따라 살아온 결과이다이에 대한 원인으로 저자는 정확한 목표 없이 이루어지는 노력을 과잉행동으로 치부하며 훈육의 대상으로 삼았던 부모 세대의 집중 양육과 일과 생활의 영역에 은밀히 침투하여 그 경계선을 무력화시킨 SNS, 기업에서 노동자로 전가되는 직업훈련 비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기업의 도구로 전락한 노동자의 현실 등을 들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열정이 행복과 성공을 이끌어내는 필요조건으로혹은 적어도 가치가 있는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열정은 현실의 사회구조 보다는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삶의 성숙도가 달라진다는 명제를 강화시켰다이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는 대체로 성년기를 존재의 상태가 아니라 행동의 연속으로 여기게 되었다그렇게 이른바 어른 되기 adulting)'는 명사가 아닌 동사가 되었다하지만많은 희생과 노력을 하며 열정을 불태운 결과가 행복도 자유도 아니라는 사실오히려 더 많은 노동이 부여되고좀처럼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을 마주한 밀레니얼들은 번아웃되었다삶은 역사상 존재하는 모든 시대의 그 어느 누구에게도 고된 것이지만밀레니얼 세대들은 삶을 고된 것으로 만드는 특정한 방식들로 인해 불평등을 겪고 있었다.

 

저자의 주장에 많은 부분 공감을 했지만가슴 한켠에 아직도 이유를 알지 못하는 답답함이 남아 있다세대 차이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세대론의 유용성에 대해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하지만망가지고 실패한 건 개인 혹은 하나의 세대가 아니라 체제 자체라는 것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생산성에 대한 평가가 아닌 우리의 존재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결론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들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세대 차이에 대한 이해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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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2-09 2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런 비판의 책들은 많고, 또 공감도 가지만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로 들어가면 또 막막한거 같아요. 그래도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와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잭와일드 2021-12-10 10:09   좋아요 0 | URL
네 문제제기에 그치고 대안 제시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말씀하신것 처럼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의미는 있는 것 같습니다.

기억의집 2021-12-10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읽은 오찬호(이름이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라는 책이 mz 세대를 예측한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드네요. 근데 mz 세대에서 z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혹 아시나요? 검색해도 잘 안 나오네요…

잭와일드 2021-12-10 10:11   좋아요 0 | URL
x세대 - 밀레니얼 세대 (y세대) - z세대에서 밀레니얼과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기억의집 2021-12-10 10:13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검색하면 gen z이라고 뜨던데 gen이 제네레이션이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