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채널 좋다. 구독자가 62만. 

운영자가 내향적이고 욕심 없고 담백한(?) 분 같은데 채널은 뜻밖에 기업형일수도. 

초기 영상엔 자막이 없는데 어느 시점부터 잘 만든 다언어 자막 있다. 

카세트 플레이어 뽀개질 때까지 영어리스닝 공부하던 저 이전세기의 그 시절 생각하게 된다.  

시간이 있게 되면 (지금은 없지만) 이 채널로 (마우스 꽉 잡고, 잡았다 놨다) 불어 리스닝에 진척이 있게 되기를. 






프랑스에서 제작된 영상 중 "--의 서재에서" 제목 영상이 많다. 이 채널 저 채널이 이 주제로 만들고 있. 

이 분 고등사범이 직장이신 철학자, 프레드릭 보름. (프레드릭 "Worms". "보름"이라 읽는지 확인 필요. "오어름" 같은 걸 수도). 3:30 지점에 시몬 베유 책들이 등장한다. 불어책들 중 특히 20세기 초중반 책들? 북디자인이 미니멀리즘인 책들. 표지이미지도 없고 제목과 저자 이름. 줄 몇 개가 다인 책들. 그런 책들로다 베유 책들. 베유 책들 나올 때, 순간 아스라.... 해지는 느낌. 정지시키고 싶어지는 느낌. 사람 이름은 말들 흐름 속에서 그것만 톡톡 튀어나오는 거 같아서 알아듣겠는데 "저쪽엔 베르그송과 조레스가 있고 이쪽엔 베유와 사르트르가 있고" "이쪽엔 바슐라르와 장켈레비치가 있..." (바슐라르!) 그 외, 푸코, 데리다, 미셸 세르. 등등. 등등. 


아래 글들에서 감탄했던 Pietro Terzi는 프랑스에서 박사 했지만 이탈리아 출신이다. 

구글 검색하면 그의 홈페이지 찾을 수 있는데, CV를 보면 이탈리아어가 모국어고 불어도 영어도 외국어다. (그런데 영어는 완벽, 거의 완벽. 불어도 그렇겠고 아니 불어는 모국어나 마찬가지일 듯). 고전 그리스어, 라틴어도 하고 독일어도 한다. 그리고 90년생.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 진행한 세미나, 편집한 책, 등의 목록이 아주 길다. 


그의 책을 보면 "감사의 말"부터 좀 많이 뭐랄까 비범하고 생각할 거리들을 준다. 

인문학이란 무엇이냐. 인문학자로 사는 것이란 무엇이냐. 특히 이 주제들에 대해. (책은 pdf가 바로 구해진다). 

"감사의 말"부터 그렇고 책 어디서든 흐트러짐이 없이 그 전체가, 그러니까 불어의 그 표현 "tour de force" 이걸 쓰면 될 책이었다. 이 분야 연구자들이 같이 읽는다면 진지하게 얘기할 주제들을 무한히 주는 책일 것이다. 나는 처음 얼마 동안엔 실제로 거의 공포감 같은 게 들기도 했. 으아아아아. 내 인생은 진짜로 낭비였구나. 조카뻘도 아니고 아들뻘이 이런 책을 쓴다. (....) 그러다 아니야, 지금이 나의 사춘기가 될 수도 있어. 어른의 삶의 7년에 해당할 성장을 해내는 사춘기, 10대의 1년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신에게 기원함. 애원함. 사춘기를 원합니다. 


그의 책엔 어른의 감정이 있다. 아마 이건, 지성의 삶에서 "권위"라는 것이 실제로 작동하는 곳에서만 단련되는 감정이 아닌가 하게 된다. 바슐라르나 브렁슈빅의 책에도 넘치는 게 어른의 감정이겠지만 이 분들은 진작 어른들이셔서 그렇다는 걸 새삼스럽게 감지하지 못할 것이고, 그러나 막 학위를 마친 "청년"의 책에서 그걸 보는 건 새로움. 거의 충격. 공정함, 절제, 회한. 현재를 과거로 살 수 있는 사람의 감정? (.....) 하튼 오묘한 무엇. 그라면 (그럴 일이 그에게 없겠지만) "사춘기를 원합니다" 어쩌고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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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사, 과학사에 새삼 경탄하게 되면서 

..... 그래 이들을 한 사람씩 한 사람씩 평생 읽지 뭐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하루가 가고 지는 햇빛이 방 안으로 들어오고. 한 해가 가고. 그렇게 살아야지. 그렇게 살고 싶다. 


하게 되었다. 

그러고는 1년 전 오 이 아저씨, 대단하시네 감탄했던 저 영상, 저 집 다시 찾아봄. 

...... 고요히 살 수 있는 나의 집. 나의 시간. 매일 조금씩 돌담을 쌓아감. 이런 거 완전 공감, 이해됨. 


몽테뉴의 성 같은 그런 집! 아궁이에 불도 때고! 

그 집에서 <등대로>의 저녁 만찬 같은 만찬을 하게 되면 

모두가 이해되고 모두가 용서되고 모두가 달라지고 .... 어떤 책이든 다르게 읽게 되고. 그럴 것을 상상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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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academicus (Biblioteca clásica de siglo veintiuno) (Spanish Edition):  Bourdieu, Pierre, Dilon, Ariel: 9788432313370: Amazon.com: Books




Terzi 책 읽으면서 

갑자기 부르디외, 특히 저 책 궁금해져서 주문해놨다. 

Terzi의 책, "제3공화국에서 철학, 역사, 과학"이 주제인데 부르디외도 인용된다. 아주 전방위로 시대와 지역과 학제를 넘나들면서 무수한 레퍼런스가 있다. 그런데 그게 과시도 아니고 주제 이탈도 아니다. 다 적절하고 다 저자의 통제 하에 있다. 언제 이것들을 이렇게 다 섭렵한겨. 박사 학위 내내 매일매일 오직 공부만 해도 이 정도는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 주제들에 관심이 있었다면 가능하겠. 이 분 학위 시절에나 지금이나 소셜미디어 할 시간은 없을 듯. (....) 이런 생각들이 자극됨. 


이건 이미 대가의 풍모인데. 나 이렇게 여기 도착한다, 이 사람을 보라, 알리는 거 같은데. (....) 진심 이런 생각도 들었다.


왜 한국에서는 이런 사례가 희귀한가? 

한국에서는, 그처럼 사유하고 그처럼 글쓰는 게 반복적으로 좌절될 것이다. 

어떻게 좌절되는지 읽는 문장마다에서 내가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나도 이렇게 쓸 수도 있었는데 한국에서 이렇게 쓰면 이렇게 못쓰게 했겠지, 이런 건 아니고, 그의 문장들이 독자에게 (동료 대학원생과 지도교수에게) 어떤 불편함과 어떤 저항을 자극할지 바로 알 거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공허한 망상이지만 만일 그가 나의 학생이었다면? 

내가 문학과 철학을 정규직으로 가르치는데 그의 방식으로 뛰어난 학생이 내 제자고 이런 연구를 그가 한다면? 


진짜로 공허한 망상이고 저런 쓸데 없는 생각하다가, 그러다 죽을 거니? 하게 되기도 하는데, 하튼 저런 하나 쓸데 없는 상상을 하면서 더 분명히 실감함. 청출어람, 그것은 덜 푸른 쪽에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의 삶을 잘 살지 않는다면 (않았다면) 그의 재능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반기지 않는다면 그의 재능을 알아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누가 과연 그의 삶을 제대로 잘 살고 있는가. 비정규직으로 가르치면, 그 조건 속에서 가르치는 일에 진지하다는 게 얼마나 웃긴 건가, 절실히 알게 된다. 처음 얼마 동안엔 진지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청출어람, ㅎㅎㅎㅎㅎ 이런 걸 원할 수도 있고 그럴 수 있는데, 아 시간의 문제지 이 모두가 한밤의 꿈, 꼴갑 ;;; 임을 곧 알고 도피하게 됨. 그런데 그게 정규직이라면 달라질 것인가. 나는 아닐 거 같음. 이 곳에서 이런 조건 하에서 그게 누구든 제대로 잘 살기가 너무도 어려울 것. 


그런데 이런 사례가 

그 당사자 본인의 자기 실현을 넘어 사회에는 어떤 가치가 되는가? 

............ 나는 이 주제도, 한국에서는 본격적으로 이해된 적이 없는 주제가 아닌가 쪽이다.  

이해하고 싶지 않은 세력들이 이해를 막아온 거 아니야? 뛰어난 인문학자가 무엇으로 사회에 기여하는지? 이게 이해되면 자기 이득이 털릴 세력이 그 이해를 막아왔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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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artes et Pascal lecteurs de Montaigne: Brunschwicg, Léon:  9782266052368: Amazon.com: Books



데카르트와 파스칼, 몽테뉴의 독자들. 


브렁슈빅은 책도 아주 많이 썼다. 어떻게 이런 책들을, 어떻게 이렇게 많이 썼지. 

수학사, 그리고 물리학사를 다루는 2권의 둘 다 아주 방대한 책도 있다. 

이런 에너지, 이런 생산력의 비결이 무엇인가 알고 말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2차 대전 나치 점령 후 그는 남프랑스로 피난하고 피난 중 44년에 죽는다. 

죽기 1년 전, 수학자이고 수학 철학을 하기도 한 제자에게 편지를 쓴다. 

"너의 연구는 이제 어떻게 펼쳐질까. 이걸 생각하면, 이젠 거의 사라진 욕망이 깨어난다. 다음 생을 살아보아도 좋을 거 같아진다." 그 제자는 그와 (본격적으로 불화한 건 아니지만) 다른 노선이었고 그걸 그에게 알게 하던 제자였다. 



저 편지 내용이 Terzi의 책에서 감동적인 대목이다. 

감동적이다.... 고 할 대목은 저 대목 하나였던 거 같다. 

편지 내용 자체로도 감동적인데, Terzi가 이 편지를 어떻게 읽었을까 (그가 브렁슈빅의 삶과 사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고, 그 점 역시 감동적.  



바슐라르나 기타 프랑스 저자들 읽을 때 이에 대해 별 생각 없었는데, 브렁슈빅, 그리고 Terzi를 읽으면서는 아니 이렇게 나의 조상들이 죄다 줄줄이 즐비하게 "서구의 정전"인 건 도대체........... 데카르트, 파스칼, 몽테뉴. 이건 도대체 어떻게 체험될 것이며 어떤 이득(?)인 거냐. 어떤 개이득인 거냐. 브렁슈빅이 쓴 것 같은 책들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건, 그게 그 후손에게 정말 어떤 개이득 이냔 말이냐. 호흡, 말하기 걷기와 뛰기 살기까지 모두를 후손에게 가르치고, 그리고 부친 살해의 드라마가 펼쳐지게 할 것이다. 지성의 삶에서, 부친 살해의 드라마 없이 성장이 있겠는가. 


전엔 별 생각 없었는데 갑자기 엄청난 '박탈감' ㅎㅎㅎㅎㅎㅎ 듬. 

받아본 적이 없으니 가진 적 없고 박탈된 적도 없는 것이긴 한데, 하여튼 '이 모두가 내게 부정되었다' 이런 느낌. 완전히 부정되었다. 그들이 부럽고, 뭐 이런 건 아닌데, 엎드려서 오래 오래 울어야 할 거 같아지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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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zi의 책에 감탄하고 

나는 이제 그냥 맘편히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야지 하다가 

유튜브에서 "고등사범" 찾아보았었다. 사르트르. 뿐이냐. 프랑스 안에서 고등사범이 또 자체 형성한 은하가 있지 않은가. 

지금 그들은 그 유산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4분 지점에서 

고등사범 "director"라는 인물이 이런 말을 한다. 

"물론 조레스가 우리 동문이었다. 사르트르도 우리 동문이었다. 

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미래를 보라고 말한다. 미래를 보고 너의 실러부스와 너의 과목을 네가 만들라고 말한다. 

너의 연구 프로그램을 네가 만들어라. 그리고 너의 선례를 따라 영광의 길로 가라." 


조레스. 장 조레스. 그 사회주의자 역사가. 

ㅎㅎㅎㅎㅎㅎ 아니 학교 홍보 영상에서 그 조레스가 가장 먼저 언급될 일입니까. 라며 박수쳐드림.

너의 실러부스를 만들어라. 이 말이 이렇게, 하나도 공허하게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니. 

빈말이냐 아니냐는, 역시 역사가 결정하는 것. 



회고록을 완성하고 그게 실제 책으로 나오고 나서 

그리고 그것을 알라딘 선물하기로 보내드리고 나서, 그러고 난 다음에야 서재에 오겠다는 작정이었던 것인데 말입니다. 

..... 그런데 어쨌든 회고록을 ㅎㅎㅎㅎㅎ 복잡하게 서로가 서로에게 모두가 모두에게 보낼 수 있게 합시다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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