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브라운. 

나는 이 분 얼굴도 좋다. 

신중함이 (반응이 느림이, 이해는 빠르더라도) 보여야 좋은 것 같다. 

유하 어느 시에서 기막히게 정확했던 한 구절 "쥐새끼처럼 찰찰거리며" : 이것의 반대. 정반대. 


Yale Open Course에서 이언 샤피로의 "정치철학입문". 

어느 날 수업에서, 무엇인가 천천히 정연히 설명하다 무심코 그가 그렇게 말한다. 

"물론 세부가 사람 잡는 것이지만... the devil might be in the details..." 무슨 맥락인가는 잊었는데 

듣던 내가 놀라던 기억 남아 있다. 저게 영어의 힘이라면서. 저런 이디엄을 무심코 쓸 수 있음. 집중력 좋은 

학생이라도 놓쳤을, 그런대도 잃을 것 없을 그 말 자체 극히 작은 세부인데, 그 말을 들었던 수강생 중엔 그게 

그 날 수업에서 실제 다룬 내용 옆에 그보다 더 중요하다며 하이라이트하고 적어둘 법도 했던 말. 


한국어엔 한국어만의 관용어구들이 있고 그들 역시 한국어의 깊이와 결에 기여하겠지만 

대학 강의만 놓고 본다면, 유려하고 심오한 명강의... 그건 영어 쪽에서 더 많지 않을까. 이런 생각 했었다. 


저 수업에서 듣고 놀라기 전에도 

"신은 세부에 있다" 꼭 수업마다에서 강조한 편인데 

그래 맞아, 그리고 왜 그런 줄도 알겠어.. 라 느끼는 것 같은 학생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영어에서는 단복수 구별도 중요하고, 시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런 것에 세심히 신경쓰라 여러 번 말하지만 

언제나 '잔소리'인 듯. 세부를 보는 눈. 이것부터 계발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떤 과제가 세부를 보는 눈을 계발시킬까. 식스핏언더를 보게 한 다음, 

각 에피소드에서 대사 하나를 선택하고 그걸 그 에피소드를 여는 열쇠이자 글 제목으로 쓰면서 

7페이지 페이퍼 쓰기? 나라면 할 수 있는 과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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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6-10-23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분, 귀걸이 하셨네욬ㅋㅋㅋㅋㅋ
책들이 배경을 이루고 있지만, 제 취향에 끌리는 학자 분은 아닌 듯요~
아니 아니, 아닐지도 몰라요.
소인배 기질이 다분한 저 같은 넘은
저분 같은 카리스마를 거느린 학자 분이 나타나면 사인 하나 해달라고 굽신굽신거릴 듯욬ㅋㅋㅋ
zauberberg 님 글은 정말 잼나요~

몰리 2016-10-24 12:51   좋아요 0 | URL
알아보기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저는 못 알아보았습니다) 귀걸이를 알아보셨네요.

정말 카리스마, 이 분 실제로 본 적이 있는데
키도 크시고 수영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 장악력 있으셨어요.

잼나다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