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렌트와 맥카시. 메리 맥카시. 

맥카시 책 포함되었던 수업 들었었다. 

그녀의 책을 하나 이상 읽은 수업이었다. 과목명이, 여성의 삶을 쓰기? Writing Women's Lives? 

담당 교수가, 그러니까 이런 건 어떻게 말해야 잘 말하는 건지 여전히 모르겠는 것인데 

젊었고 미모는 아니지만 매력적이었고 미국을 사랑했고 외국인을 경계했고 그녀에게 외국 학생의 성적은 

C+에서 시작하여 그 아래로 향해야 했고. 아마 그러니까 '혼종'. 페미니스트인데 인종주의자. 

그 수업에 독일 출신 학생이 있었는데 학기 중 제출하던 페이퍼 점수를 그녀가 내게 물어서 응 B-야, ㅎㅎㅎ 

(우리모두 아시다시피 대학원에서 B-는 F 아니냐), 했을 때 그녀가 응 나는 C-야. 


대략 그러던 기억도 난다. 

어우야 너 잘 받은 거야. 

저 분은 그냥 C- 찍고 나서 거기서 올려주면 C+이야. 외국인한텐.   

그 수업 들으면서 막 스트레스 받던 어떤 장면들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학기중 제출하던 페이퍼에 B-인가를 받긴 했는데 특히 맨 앞장이 빨간색 범벅이었다. 

"영어로는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여기 영어 표현 틀렸다" : 이런 걸 일일이 빨간펜으로 적으시던 분. 

그 중 당연히 틀린 것도 있었지만 내가 틀린 정도에 비해 그녀의 비판의 강도가 너무 세다고 느끼던 기억 남아 있다. 

틀리지 않았던 것도 있었던 거 같다. 저 분은 외국인이 와서 자기 전공을 공부한다는 게 못견디게 싫은 분이다. (...) 

저런 생각하던 기억도 남아 있다. 내 전공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전공인데, 그래야만 하는데, 저런 아무나가 와서 하고 있다니. (....) 하여튼 그래서, 틀린 게 없어도 틀린 걸로 볼 수 있는 분이라 생각했던 기억. 


그 수업엔 또한 그 뭐랄까 

그녀를 추종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젠 쌤이 우리에게 쓰신 이메일이 나중 쌤의 서한집으로 나오겠네요?" : 이런 얘기, 착 그녀 옆에 밀착해서 

생글생글 웃으며 하던 학생들 있었다. 미국 여학생들. (....)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꾸어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B- 페이퍼 받아 챙겨놓고 집에 가서 뭐먹을까 생각하던 나님 그 풍경 속으로 소환해 본다. 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쓰다 보니 

그녀의 수업, 굉장히 고통 많았던 수업이었는데도, 이상하기도 하지, 다시 듣고 싶어진다. 다시 거기 꾸어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가서 앉아있고 싶어진다. 


그녀 수업에서 읽었던 메리 맥카시 책에서 기억에 남은 한 대목이 있는데 

"어린 시절 나는 못난이였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나는 예뻐지기로 했다. 나는 예쁜 사람이라고 

언제나 내게 암시를 걸었고 그리고 나는...." 이런 대목이다. 음.... ????? Really???? 그게 가능? 그럼 늦었겠지만 나도 한 번??? 그런데 어쨌든 매카시는, 매우 미인이기는 했다. 





영어를(영어로) 이만큼 오래 공부했으면 

외국인이 영어에 할 수 있는 기여도 해야 하는 것이다. : 이런 생각 진지하게 하기도 했다.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모국어에서 가져오는 무엇의 힘과 함께, 그 언어를 확장하고 심화하는 일. 그런 것. 

콘래드. 나보코프. 영어에는 이런 엄청난 선례들이 있다. 다른 언어들엔 그들의 콘래드와 나보코프가 있겠지. 

............................. 어쩌면 나도 조금은. 이런 낙관, 이 점에서 하게 될 때도 아주 가끔 있다. 영어로 하는 한국어라서 아름다운 문장이네요. 같은 문장 쓰게 되는 거 아니냐. 즐거운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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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9-25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몰리님의 이 페이퍼 보고 ‘메리 맥카시‘가 궁금해서 알라딘에 검색했는데 번역서가 검색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네이버에 넣고 검색했다가 [터프 이너프]란 책을 알게 되어서 지금 부랴부랴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데보라 넬슨‘이 지은 여성 지식인 여섯명에 대한 글이라는데, 거기에 메리 매카시가 포함되어 있어요. 아 너무 떨리네요 이런거 .. 너무 좋아요... 제가 어떤 글을 만나게 될지, 어떤 인물을 만나게 될지 너무 흥분됩니다!! >.<

몰리 2020-09-25 18:46   좋아요 1 | URL
우왕 터프 이너프!
데보라 넬슨!
제 옛 쌤의 친구세요. 데보라 넬슨.
저는 본 적도 있는데 주디스 버틀러보다 더 멋. ;
터프 이너프, 저도 빨랑 구해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