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언제 프로가 되는가. 

이건 오늘 새벽 보고 도움 받은 동영상. 

"네가 막으려 해도 나오고야 마는 그것. 그것을 모른다면 (예술) 하지 마라." 이걸 기조로 

예술가에게 생산이란 자연스러운, 자연발생적인 것이라 말하는 찰스 부코스키의 시를 인용하고 나서 

부코스키의 저 도저한 낭만적 관념이 맞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보다는 쪽에 초점을 두어 

예술 생산이란 언제 어떻게 일어나나 말하는 내용이다. 

아무리 쓰려 해도 써지지 않는 것. 그래도 매일, 강하게, 끝까지, 버틸 때 써지기 시작하고 알게 되는 것들. 


집중해서 생각하면서 봤던 건 아니라서 (다시 보아야 한다) 

이 내용에서 나는 뭐에 동의하고 뭐에 유보적인가. 분명히 생각하게 되던 건 아니긴 한데

버티면 열리는 길이 있다. :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진짜 중요하다 생각했다. 글쓰기가 중요한 건 바로 

이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에로서 잘 쓴다, 이런 차원은 중요하지 않고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글쓰는 주체가 체험하는 자기 변화. 자기 주제의 심화를 통한 자기 변화. 글쓰기에서 어려움이 할 말이 없기 때문에 오는 어려움이 아니라 주제와 삶 사이의 간격 때문에 오는 어려움이라면, 그 어려움이 극복될 때 (주제의 심화, 주제와 삶의 간격의 해소) 반드시 일어나는 변화. 


인문학 전공자에게는 흔한 체험일 것이다. 

내 삶이 따라가지 못하는 드높은 주제로 글을 쓸 때. 

계속 따라가지 못하면서 분열 상태로 쓰기도 하지만, 어떤 때 따라가고야 마는 일도 일어난다는 것. 

그게 글쓰기 동안에만 지속되는 것일지언정, 그게 어디냐. 글쓰기 동안에만 지속되는 것일지라도 

그러므로 힘겹게 획득하는 보상이고 정당하게 자기 것으로 받아야 할 보상일 거라는 것. 


흐으. 그래서 뭐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잘 쓰고 있으시냐 한다면 

그러니까 여기서 또 이 삶과 주제 사이의 분열이. (쓴웃음). 어쨌든 누구에게나 시간은 없고 

쓰기가 당신 삶의 일부라면, 버틸 일이라는 것. 




그건 그렇고 지금 무려 "강의록" 쓰는 중이다. 

코로나 사태로 개강 연기되면서 원격 강의로 교체하는 내용. 

4일 강의에 해당하는 내용을 녹음해야 하는데, 일단 양도 적지 않은 편이고 

양도 양이지만 듣는 학생들이 모니터나 전화기를 던지고 싶어지지는 않을 정도까지는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어야겠어서, 강의록처럼 작성하고 있다. (.....) 아도르노의 그 엄청난 미친 강의록들, 그 엄청난 

문장들을 (책들이 바로 옆에 있어서 그냥 아무데나 펴보기도 한다) 생각하면 


내가 쓰는 이 문장들이 참으로  

가장 좋게 보면 귀엽고........ (가장 좋게만 보는 것으로). 무엇을 하기엔 너무 늦거나 이른 시각이던가, 세시가? 

세시 전후 달라지는 오후 햇빛. 맥주와 연결되는 나른, 아른한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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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3-1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신 동영상에 제가 지난 주에 본 영화도 들어가있네요. 돌턴 트럼보에 관한 영화 <Trumbo>요.
이번에 각 대학 온라인 강의를 시작으로 앞으로 이런 강의가 점점 일반화 되어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상상해보게 되어요.
미국은 우리 나라보다 더 해서, 아예 이번 학기까지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기로 결정된 학교들이 꽤 있네요.

몰리 2020-03-12 13:14   좋아요 0 | URL
이 동영상 좀 특이하게 인용을 너무 많이 하고 있지 않나요. 저건 Californication이고 저건 Leaving Las Vegas던가? Californication 빼고는 다 모르겠다.... 했는데 Trumbo, 이 영화 찾아서 보고 싶어집니다. 언젠가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뭔가 변화가 있을 거 같기도 해요 정말.
저도 처음엔 오직 부담만 있었다가 예상 못한 무엇인가 발견하고 알아가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내용 면에서는 오히려 더 양질이 될 거 같기도 (무얼 해야 하나 먼저 다 정해두고 확인해가면서 하니) 하고, 그게 그런 거라면 그게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