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sessed by Memory: The Inward Light of Criticism.
해럴드 블룸이 86세? 89세? 적어도 85세 넘어서 낸 책. 제목만으로는
비평집으로 보일 만한데, 문학 연구자의 문학과 삶 회고록.
발자크의 짧고 강렬했던 삶에 대해 말하면서
"그가 끝없이 마셨던 그, oceans of strong coffee" 이런 구절 쓴다.
oceans of strong coffee.
발자크는 하루 수십 잔을 마셨다던가?
수십 잔 마시면서, 보통 인간이면 필사도 못할 양을 쓰고 또 썼다던가.
그리고 그의 뇌혈관이 (심혈관이?) 터졌다던가. 그러고 보니 발자크 책도 꽤 사들였고
호평받은 발자크 전기도 집에 있다. 그러게 그는 어떻게 길지 않은 삶 강렬하게 살았나
얼른 알아보고 싶기도 하다. (.....) 그러나 발자크 책들, 발자크 전기 읽을 시간은 올해도 없겠지.
아무튼 오래 두고두고 감탄했던 표현. oceans of strong coffee.
19년 동안엔 새벽 2시 전에 일어나는 날이 많았고 (어떤 날들은 자정 전에, 심지어 11시쯤. 자기 시작하는 시각은
7시 반부터 늦으면 9시까지) 가장 늦은 시각이라 해도 새벽 4시 쯤. 이렇게라도 확보되는 긴 오전 시간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이런 패턴이 유지되었던 것일 것이다. 읽고 쓰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그리고 방해, 끊김 없는 3-4시간. 이걸 매일 확보하려면 그래야 했다.
이런 패턴 정착 후에 엄청나게 진한 커피를 연달아 마시게 되었고 (깨고 아침 먹기 전까지 4-6잔)
아직까지 아무 이상 느끼지 않긴 하지만 이게 몸에 좋을 리가 (위가 오래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을 거 같고, 어제의 허기 습격도 어쩌면 너무 일찍 일어남 + 너무 커피 많이 마심과 관련이 있을 거 같기도
하여, 연말부터 하던 생각이지만 올해는 조금 늦게 자고 조금 늦게 일어나기, 시간 확보할 다른 길을 찾아내기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고 있다.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일인데
논문을 쓰지 않고(못하고) 보낸 몇 년이 있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인생에 손놓음" "커리어의 사보타주"란 뭐냐 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내 사례다.
어디까지 망할 수 있나, 망하고도 살 수 있나 보자면서 보낸 세월 같기도 하고. 사보타주에 협력한 여러
외부 요소들이 있긴 했다. 아무튼 지원 최소 요건을 만든 게 19년의 일이고 19년 연말부터 지원하기 시작했다.
1월에도 지원해야 할 곳들이 있어서 서류 만들어 보내느라 여기저기 걸어서 (문방구로, 우체국으로, 예전 재직했던 곳으로...) 오가야 했고 그러다 어제, 1월 8일, 몸살 비슷한 게 났던 거 같기도 하다.
좋은 논문 많이 쓰고
그 논문들 힘으로 바슐라르 전기도 쓰고
그런 꿈이 있다. 새벽에 커피 연달아 마시면서 책 읽다 보면
문장들이 유독 다 선명하게 보이고 다 의미심장해 보이고 내가 그것들의 해석에 할 일이 있을 거 같고
..... 충만하거나 짜릿한 시간이 있다. 그걸 꼭 2시, 1시에 일어나서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있게 된다면 (안정적인 직장에 있게 된다면) 미친 생산력이 가능할 수도. 오 신이여. 제발 한 번만 미친 생산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