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 1부는 지금 로마 시대를 지나는 중인데 

로마 제국의 영광이, 이 정신 없는 패키지 투어 (*교수 자신이, 이 수업은 

너무 많은 곳을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다다다 찍고 가는 패키지 투어라고...) 와중에도 

실감되었다. 중고교 시절엔 성추행이 거의 본업이던 교사들께서 역사를 담당하여 배운 게 없고 

대학 시절 교양으로 들은 것도 없어서 로마사에 대해 아는 게 없음이 한편 좋은 일 같다. 기막히게 재밌을 수도. 

오늘 들은 기막힌 한 대목이 이런 거였다. 로마의 유한계급은 공공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목욕탕 내부 시설이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로마의 목욕탕을 지금 우리의 기준으로 상상해서는 안된다. --- 목욕탕에는 두 곳의 부속 도서관이 있었다. --- 목욕탕은 한 번에 3천명을 수용했다. 로마의 목욕탕은 로마의 교육받은 계급이 그들의 여유와 그들의 교양을 즐기던 곳이었다. 


덕후들이 선생이 되어 덕질 영업에 성공하고. 

그리하여 덕 중 최고는 양덕이고. 그렇다고 이런 대중 교양 강좌에서 실감한다. 


다래끼가 나았어도 낫지 않은 상태인가 하면 

계속 감기 몸살 기운도 있어서 골골 앓고 주로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데 

방바닥이 절절 끓게 한 다음 잠깐 지질 때 (지지다가 이불 밖으로 나오긴 나와야 한다. 너무 오래 지지면 뼈가 아파오므로)  


로마 제국의 성취에 대해 

아니면 저 위의 책, 시간을 주제로 아인슈타인과 베르그송이 했던 논쟁에 관한 책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무려 시공간이 붕괴하는 거 같은 


지금이 18년이 아니며 

여기가 서울이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역사에서 이탈하기. 역사라는 악몽에서 깨어나기. --> 이런 게 역사를 공부할 때 얻는 이득인지도. 


로마 제국이 후대에 남긴 유산으로 

1. 하나인 유럽의 비전, 2. 라틴어의 보편성, 3. 위대한 과거의 기억. 이 셋을 과학사 교수는 말하던데 

이런 건 제국주의적 관점 아닌가 하다가 이 중 2. 라틴어의 보편성, 이것에 대해선 계속 생각해 보게 된다. 

제국 로마에서 교육받은 이들은 어디서든 라틴어로 소통할 수 있었다. "보편" 언어는 있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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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2-17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아인슈타인과 베르그송의 논쟁에 대해서 포스팅해주세요!! 평소부터 되게 궁금했거든요.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아인슈타인 책 쪽에서는 베르그송과의 논쟁 같은 ‘사소한 사건‘ 따위는 지면을 할애할 가치가 없다는 느낌으로 대충 건너뛰고, 베르그송 책 쪽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는 하지 못하겠으나 어쩐지 쉬쉬하거나 스리슬쩍 뭉개고 지나가는 느낌이고 그래서....

몰리 2018-12-17 19:00   좋아요 0 | URL
22년에 있었던 논쟁 당시
베르그송은 이미 대단히 유명한 철학자
아인슈타인은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물리학자였는데
논쟁 후 (거의 직후) 사정이 완전히 바뀜에 대해서 말하는 걸로 시작하더라고요.
베르그송 완패.

도대체 무슨 얘길 한 거야?
일단 두 사람이 무슨 얘길 했나 찾아보려 했더니 (Einstein Bergson debate transcript 등으로 검색) 아직 찾아지지 않네요. 위의 책 저자도

내가 이 책으로 베르그송을 구제하려는 건 아니다......... 투이기도 해요.
그의 구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누가 일어나게 할 수 있으랴.

아니 도대체 철학자가 어떻게 스펙타클하게 망했길래?

syo 2018-12-17 19:14   좋아요 0 | URL
저도 베르그송 입문서 읽으면서 베르그송의 시간 개념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거 상대성 이론이랑 완전 다른 길을 가겠다는 건데, 이러고 괜찮나? 였거든요.

아인슈타인이 시간을 철학에서 물리학으로 훔쳐가는데 끝까지 저항하려다 눈에 띄게 얻어터짐, 그리고 그 이후 철학자들은 베르그송 털리는 거 보고 시공간은 과학에 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입 다뭄, 뭐 이런 분위기라고 제 내부적으로는 요약이 되었는데..... 꼴랑 입문서 나부랭이만 읽은 거라, 어디 제대로 물어보고 싶었으나 물어볼 데도 없고.....

몰리 2018-12-17 19:42   좋아요 0 | URL
심지어 저 책 리뷰를 보면
베르그송을 혐오하는 (철학한다는 자의 녹은 뇌..... 거의 이런 말 쓰면서)
독자들이 남긴 별점 테러도 있더라고요. 얼마나 어떻게 털린 건지, 구제의 가능성이 1도 없는지. 확인 요망됩니다. 바슐라르가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 주제로 쓴 글들도 있고 시간, 지속에 대해 쓴 글들도 있는데 이 글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나도 봐야하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