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도 많고, 신경쓰이는 일도 많은 상황에서 하필 고른 책이
900쪽에 육박하는 두께의 '빈 서판'이라니...
당장 이번 주까지 끝내야 하는 일들이 세 가지 정도 밀려있는데,
나는 현재 책도 안 읽고, 일도 안 하고,
오늘부터 독서 일기를 쓰기로 해버렸다.
리뷰를 쓸만한 내공도 아니어서, 그저 나혼자 여기서 가볍게 책읽고 난 감상이나 몇 줄 끄적거려야지.
아, 하지만 이 책은 너무 두껍다.
같은 저자의 '사로잡힌 영혼'은 오랜만에 책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책이다. 그래서 이 책도 집어들게 되었는데, 문학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이 이렇게 느껴지는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큰 즐거움을 안겨주게 된다. 작가들의 초상화도 멋지고, 라니츠키 특유의 솔직함과 유머,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학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글도 멋지다. 독문학에 한 발 들어서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입문서까지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가벼운 안내서 정도는 될 것이다. 하지만, 40명의 인물 중 이름이라도 들어본 사람이 열 명 남짓인 나로서는 흥미진진하게 읽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중에는 책장을 대강 넘겨가며 훑었고, '사로잡힌 영혼'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한 리뷰를 굳이 쓰는 이유는 뒷부분의 부록에 붙은 '인명해설' 때문이다. 이 생소한 작가들의 저작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책을 일일이 찾아낸 편집자의 이런 정성은 감동이다.
우리에게 닥쳐온 환경의 위기가 각자 집에서 물을 아껴쓰자라든지, 쓰레기 분리 수거를 잘 하자는 어설픈 캠페인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 문제는 한 개인을 넘어서서 우리 전체 사회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이 책에서는 물 위기에 대한 아주 심각한 묘사에 뒤이어, 이러한 물 위기를 거대 자본들이 얼마나 더 악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서술이 뒤따른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인간의 생존이 더 많은 돈을 벌려는 대기업들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이.물은 인간의 필요가 아닌 '권리'이며, 이를 대기업들의 이윤을 위한 상품화와 사유화로부터 지켜내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저자들은 '물'에만 집중하였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단지 물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이콜라이(E.coli)는 그냥 대장균으로 번역했어도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