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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동이 사라졌다
조정희 지음 / BG북갤러리 / 2022년 1월
평점 :
가족이야기 인줄 알았다.
가족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족을 이야기 했으나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프롤로그의 문체가 아름다웠다.
“가을 햇살이 맑다.
아침나절 찬기운이 따가운 볕속에서 힘을 잃는다.
담장과 집채에 둘러싸인 텃밭엔 바람 한점 없다.
온갖 밭작물이 어깨를 펴고 햇살을 맞이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넓은 배춧잎이 흔들리고 있다.”
책 속에 빨려 들었다.
단숨에 복동이 되고 재신, 성신, 명신, 아신을 느낀다.
곳곳에 포진해 있는 아름다운 문체, 저자 ‘조정희’의 통찰력은
내가 가진 세상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을 깨트려 준다.
그리고 특별한 줄 알았던 나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세상의
일반적인 시선을 기준으로 하는 평범함 인지.
재미있게 읽었다.
가슴 속에 한줄기 파문이 일었다.
스포일러가 될까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을 수는 없다.
소설 속 복동, 영감, 재신, 성신, 명신, 아신의 이야기는 각각 주인공으로 충분히 다른 소설로 만들 수 있을 만큼 각 주인공의 성격이 뚜렷하고 현실 적이다.
현실적인 주인공들은 저자의 소설 속에서 저자의 통찰력으로 그들의 각각의 자리가 공감이 되는 구도로 잘 어우러져 있다.
그 어우러짐 속에는 오늘날의 화두 미투도 등장하고 갈등과 미움과 불신이 있다.
저자 ‘조정희’는 갈등, 미움, 불신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촌철살인 문장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타인에게 들이대는 엄격한 편견도 고쳐 준다.
그토록 얄미웠던 명신, 좀 더 적극적이였으면 했던 재신, 그리고 가슴을 저리게 한 성신, 공감이 갔던 아신 그리고 물리적 정신적으로 격변하던 시대를 살아 낸 우리들의 부모 복동과 영감.
소설이 끝났다.
세상은 변했고 .지금은 진정 빨리 변화하고 있다.
나역시 허겁지겁 따라가느라 바쁘다.
변화하는 세상에 그리고 세상이 보여주는 모습에 분노하고 비판했던 나의 마음이
복동의 시선 속에 녹아내렸다.
삼라만상의 모든 모습에 옳고 그름의 티끌을 가져다 붙일 수 없다.
그것이 신이 우리를 바라보는 마음이고, 부모의 마음이고, 복동의 마음이다.
나 또한 저자가 만들어낸 소설 속 주인공 중에 한명일 것이고
돌아가신 엄마 앞에서는 할말이 없다.
복동을 통해 우리엄마의 시선을 느낀다.
울 엄마가 웃고 있다.
<책속에서> 두사람이 같은 나무를 보면 같은 모습으로 인지할까. 보고 있는 눈이 의식이 다른 존재의 인식이 같을거라 단정할 수 있을까? 만약 같다면, 인식이 같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몸은 성인이 될때까지 자라지만 의식은 언제까지 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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