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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이영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마루야마
겐지’의
글을 읽으면 늘 들뜬다.
그의 글이 나를 선동하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고무되어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동안 나의 들뜸은 소설의 주인공이 나에게 투영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수필집을 읽으면서 또 들뜬다.
가슴이 벅차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다.
70세를
바라보는 노 작가의 글은 달관의 경지에 있고,
그것은
나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그렇다고 이 책이 데모를 부추기는 사상서란 말은 아니다.
그리고 나도 선동을 당할 말한 나이도 아니다.
이
책은 정원을 가꾸는 정원 집사의 사계절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런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은 그의 글 솜씨 탓이기도
하겠지만
사계절의 정원에서 피고 지는 꽃과 나무를 통해 말하는 인생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겨울을 뚫고 찾아온 생명.
이
생명이 움트고,
꽃을
피울 때 그는 꽃의 화려함에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꽃이 져버리는 슬픔 때문에 그는 절망에 가득 차 한탄
늘어 놓는다.
용맹한 자로 인식되던 ‘마루야마
겐지’
의
절망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정말 즐겁다.
그러나 나의 즐거움은 잠깐 이고
그는 곧 꽃을 보내고 푸른 잎의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의미를
찾아내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 한다.
P80-81
“풀잎도
나뭇잎도 한계까지 짙푸르러지고 도톰해지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종국에는 행복의 부스러기마저 소멸시켜 버린 듯 한 표정의 나를 향해 계몽적인 말을 던져 준다.
끝없는
변화가 당연한 이 세계에서 꽃의 계절만을 돌아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쾌락과
고통이 나뉘기 어려운 이 생애를 뚫고 나가야 하는 존재이므로,
결코
한때의 더 나은 상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 한다.
늘
현재에 밖에 존재하지 않는 자신을 파악하고,
그때그때
자신을 다스리자고,
또
그리하며 살아가도록 된 숙명이고 끝을 맺는다.”
최근에 읽은 수필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등에서
추상 같은 호령으로 나를 일깨웠다.
위에 언급한 책들 보다 먼저 쓴 이 책에서는 한없이 자연에 승복하는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 모습을
느낀다.
마루야마 겐지의 글을 읽으며 자연의 힘을 다시 한 번
인식한다.
어느 누구의 지배 받지 않을 것 같은 마루야마 겐지가 나무와 꽃의 집사로 헌신하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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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생도 죽음을 가진 유한한 생명체이기에 늙어간다.
그의 말 대로 자연의 사계에서 꽃의 계절만 집착해서는 안
되겠지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나에게
그의 말을 빌려서 말한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