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사람을 위한 미스터리 입문
아라이 히사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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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와 스릴러를 즐겨 읽는 장르소설 독자지만, 저는 굳이 범인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읽고 있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뒷통수를 쳐줄 것인가, 두근두근, 기대하며 읽는 사람이예요. 뒷통수 맞는 것을 즐긴다고 할까요.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범인을 맞춰보려고 한 번도 노력을 안 해본 것은 아니나, 저의 예상은 거의 빗나가더라고요. 몇 번 그런 과정을 겪고 나니 어느 때인가는 미스터리를 읽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 노노,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냥 마음 턱 놓고, 편안하게(?) 범인이 밝혀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작가님이 준비한 트릭에 아주 즐거이 빠져드리는 편이랍니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으시는 분들 중 자신의 책을 출간하는 것이 꿈이라고 하는 분들을 이렇게저렇게 보고 들었어요. 한때 저도!! 모모모모 출판사 분에게 책 한 번 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아본 적이 있지만, 일찌감치 그런 꿈은 접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창의력과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거든요. 게다가 책은 읽는 것, 그리고 사서 모으는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인지 무언가를 써보겠다는 의지는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 [쓰고 싶은 사람을 위한 미스터리 입문]을 읽었다고 해서 '설마, 앞으로 미스터리를 써보겠다는 의지 표명??!!' 이라고 오해하시면 굉장히 곤란합니다. 

 

이 책은 출판사 <내 친구의 서재> 대표님이 한 번 읽어보라고 선물해주신 책이에요. 처음에는 살짝 망설였으나 '저자가 상황별로 추천하는 미스터리 작품들도 잘 소개되어 있다'는 추천 말씀에 혹했습니다. 저자 아라이 히사유키는 편집자로서 20년 가까이 신인상 1차 심사를 담당한 유명인사입니다. '신초 미스터리 클럽상', '호러 서스펜스 대상', '신초 엔터테인먼트 대상', '신초 미스터리 대상' 등등 그 이력도 화려해요. 학창시절 '추리소설 연구회'라는 동아리에도 소속되어 있었는데 그런 동아리 활동과 편집자 일을 하는 도중 깨닫게 된 미스터리의 '약속' 혹은 '법칙'을 초보자를 대상으로 이해하기 쉽게 쓴 것이 바로 요 책입니다. 신인상을 꿈꾸는 사람은 참고할만한 사항일 것이고, 독자라면 미스터리를 이해하고 더 사랑하게 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라 생각해요. 

 

미스터리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수수께끼를 만드는 상황, '시점'의 문제, 범인 맞히기와 관련된 조건들, 복선과 해결방법, 제목 센스를 기르기 위한 훈련 메뉴 등 생각보다 재미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어 술술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정말로 저자가 추천하는 미스터리 작품들이 깔끔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미스터리 독자로서는 여기 실린 책을 모조리 사고 싶다는 욕구가 활활 불타오르게 된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있어요!! 

 

저는 감동받았던 게 <막간 독서 모임>이라는 챕터에서 작가 '렌조 미키히코'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이 작가 책을 읽은 것이 [회귀천 정사]라는 작품이었는데요, 저자의 언급대로 '미스터리와 연애의 결합'을 노렸다고 여겨지는 이야기에요. 시대물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면서 사랑을 위해 자살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던, 오묘한 매력을 내뿜는 작품입니다. 저는 그 뒤를 이어 [저녁싸리 정사]도 구매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아름다우면서도 으스스했던 표지도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지금은 절판! 다행히 저는 두 권 모두 소장중이라쥬!! 룰루~다만 어디에 꽂혀 있는지 모른다는 것. 털썩;; 이 책에 소개된 작품은 렌조 미키히코 전체 작품 중에서도 굴지의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화학의 부]로, 이 작품에 담긴 트릭의 추리 과정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책의 뒷표지에는 우리나라 추리소설가들의 추천서가 요약되어 있어요. 나혁진님은 '이 책에서 배운 바를 얼른 써먹고 싶어 참을 수 없을 지경이다'라고 평했고, 윤자영님은 '내 조언은 이 책이다'라고 호평해 주셨습니다. 미스터리 작가를 꿈꾸신다면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미스터리 전문편집자가 쓴 추리소설 작법서인만큼 분명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 단, 독자들이 더 많이 읽는다면 아마 매의 눈으로 변신해서 작품 속에 숨어 있는 트릭과 반전을 찾아내기 위해 더 노력할테니 각오하시고요!!

 

** 출판사 <내 친구의 서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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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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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구가 겪은 비극에도 마음 아팠지만 같은 여성의 입장이었기 때문인지 새소녀가 겪은 일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납치되고, 유린 당하고, 아이를 통해 희망을 꿈꾸었으나 그 미래도 빼앗긴 그녀를 끝내는 분노하게 만든 것은 사랑하는 이들까지 모욕당하는 현실. 그 현실을 벗어나고자 유령처럼 움직였던 그 밤의 새소녀. 마땅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그녀의 고통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처입고 다친 다구와 새소녀가 안식을 찾은 곳은, 그토록 떠나고자 발버둥쳤던 무리. 떠나는 아이들은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일까. 미래를 믿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다구와 새소녀의 삶은 묘한 동질감과 함께 동경하는 감정까지 생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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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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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따라간 일이 그렇게 나쁜 결정이었을까? 꿈을 따라 무리를 떠난 새소녀는 언젠가 무리가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라 희망하지만 그녀는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납치당하고 만다. 독립적인 삶은 커녕 이제 노예로 가혹하게 유린당하는 새소녀.

다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리의 남자들이 살해당하고 이제 책임을 짊어지게 된 다구. '해의 땅'을 따라 가겠다는 꿈을 접은 채 이제 생존을 위해 싸워야만 했다. 겨우 나선 길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지만 비극 속에 빠져버린 다구. 과연 다구와 새소녀의 운명은 그들을 어디로 이끌어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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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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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는 이 땅과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요. 저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우리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들이 저는 궁금해요. 아버지는 궁금하지 않으세요?
p 19

무리가 정한 규칙대로 사냥꾼이 될 수 없었던 소년과, 역시 자신의 무리들 여느 평범한 여인들처럼 살아갈 수는 없었던 소녀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마치 오랜 전설을 마주하는 듯한 묵직함과 동화를 읽는 듯한 순수함이 한 데 뒤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삽화까지!! 대체 이 이야기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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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 뒤란에서 소설 읽기 2
V. E. 슈와브 지음, 황성연 옮김 / 뒤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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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린에게는 가져서는 안 되는, 절대 가지기를 원해서는 안되는 욕구가 있습니다. 다른 여인들과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는 의지, 마을 가장자리 너머 무언가를 꿈꿔보겠다는 희망. 하지만 1714년의 아들린에게는 선택지가 별로 없어요. 여자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는 부모님의 종용에 원치 않는 결혼식을 앞둔 그녀는, 결국 절대 찾아서는 안 되는 신을 향해 소원을 빌며 숲 속을 내달립니다. 아들린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자유로운 삶. 그녀의 영혼을 대가로 아들린의 소원을 들어주는 어둠의 신. 하지만 그 때는 몰랐겠죠. 그 자유가,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을 삶이, 결국은 모든 것으로부터 기억될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을.


내 이름은 아들린 라뤼다......그녀는 그 이름을 사랑한 적이 없었고, 심지어 지금은 말을 할 수도 없다. 자신을 뭐라고 부르든 그것은 머릿속에만 있을 것이다. 아들린은 원치 않았던 결혼식 전날 밤에 비용에 버리고 온 여인이다. 하지만 애디. 애디는 에스텔이 준 선물이었다. 더 짧고, 더 날카로운 이름으로, 말을 타고 시장으로 갔던, 지붕 너머를 보려고 애를 썼던 여자를 위한 이름. 더 큰 이야기들, 더 큰 세상을 그리고 꿈꾸었던, 모험으로 가득 찬 삶을 꿈꾸었던 여자를 위해 살짝 변화를 준 이름이었다. 내 이름은 애디 라뤼다......


p 115

 

그녀의 존재는 이제 마치 한 줄기 바람같은 것. 잠시만 시선을 돌려도, 그녀와 함께 있던 자리를 벗어나기만 해도, 문 너머로 사라지기만 해도, 하룻밤 꿈결같은 시간을 보냈을지라도 잠들어버리면, 사람들은 그녀를 잊어버립니다. 애디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소리내어 말할 수도 없고, 그 어떤 수단으로도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없어요. 고통은 느끼되 죽을 수 없었던 시간들. 30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어둠, 뤽은 그녀를 조롱하고 비웃으며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부추기죠. 하지만 그런 삶이었음에도 애디에게 중요한 것은 '살아있다는 것'. 고통과 외로움은 떨쳐낼 수 없을망정,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이런 삶조차도 소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데자뷔, 데자쉬, 데자베퀴.

이미 보았음. 이미 알고 있음. 이미 살아보았음.


p 100

 

처음이 아니나 처음인 것처럼 반응하는 사람들 속에서 발견한 서점 직원 헨리. <오디세이>를 훔친 그녀를 기억하는 단 한 명의 사람입니다. 기적과도 같은 사랑에 기뻐하는 두 사람. 여느 연인들처럼 사랑하고 다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들 앞에, 역시나 두고볼 수 없다는 듯 어둠이 등장하죠. 그들이 만날 수 있었던 이유,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를 들먹이는 뤽 앞에서 애디는 결국 선택합니다. 비록 두 사람이 평생 함께할 수 없을지라도 '살아낼 수 있는' 방법을요. 애디는 300년 전의, 헨리를 만나기 전의 그 애디가 아니라는 것을, 그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둠조차 알아채지 못할 방법. 그녀에게는 앞으로도 시간이 많고, 헨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끝.

그것은 현재, 오로지 현재만을 사는 것이다. 그것은 계속 이어지는 문장이다. 헨리는 이야기의 완벽한 쉼표였고, 그녀가 숨을 고를 기회였다......하지만 그것은 선물이었다.


p 697

 

700페이지나 되는 벽돌책이라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손가락 사이로 문장들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술술 읽혀서 글자들을 붙잡고 싶을 지경이었어요. 게다가 작가님이 창조해낸 문장들, 왜 이리 시적이고 아름다워서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지. 한번에 쭉쭉 읽는 게 너무 아까워서 집중하다가도 한 번씩 고개를 들고 크게 숨을 쉬며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애디의 300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이었을지도 몰라요. 그저 순식간에 읽어버리기에 너무나 안타까워서, 애틋해서, 그럼에도 이 시간 속에 나는 살아간다는 것에 작은 안도감을 느끼면서.

 

스스로는 흔적을 남길 수 없었지만, 수많은 예술가들을 통해 결국에는 자신의 이름을 남겨왔던 애디. 부모님과 에스텔로부터 '몽상가'라는 조롱과 경고를 들었던 그녀의 삶이 어떤지 보세요. 비록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고, 평범하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늘 꿈을 꾸고 있었던 그녀가 결국 무엇을 느끼고 보게 되었는지. 강인한 그녀는 이번에도 어둠에 지지 않을 거라 믿어요. 애디는 지금 이 순간 더 넓은 세상을 꿈꾸고 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캐릭터가 될 것입니다.

 

 

빅토리아 슈와브의 작품이 국내에 이 한 편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워요. 작가님이 선물해주었던 꿈같은 시간들. 파리의 거리,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맛보았던 짜릿한 시간들이 지나가버렸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기다림 후에 또다시 그녀의 작품들을 만나고 싶어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로맨스와 판타지의 결합. 또 어떤 꿈을 꾸게 해줄지 벌써 기대됩니다!

 

** 출판사 <뒤란>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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