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6 - 너구리 잠든 체하기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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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몇 권만 읽고 중간을 건너뛰었던 [콩고양이]6권부터 다시 읽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 콩고양이에 나오는 동물이며 사람이며 다들 왜 이렇게 귀여운 거죠?!!! 읽을 책이 넘쳐나는 책의 홍수 속에 살았을 때는 잘 몰랐던 이들의 매력이 이렇게 다가올 수 있다니, 과장 조금 보태서 기적과도 같은 일이 아닌가 싶어요. 책을 모으는 것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펼쳐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더구나 크게 와닿지 않았던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옵니다. . 고양이를 좋아하거나, 고양이는 싫지만 강아지는 좋아하는 분들, 혹은 이도 저도 싫지만 너구리는 좋아! 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정말 깊이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마성의 책이옵니당.

 

6권의 부제는 <너구리 잠든 체하기>인데요, 과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일본의 속담인가 싶었지만 한때 일본의 속담을 무지하게 외웠던 저로서는 이런 속담을 외운 기억이 없고, 설사 외우지 못했더라도 들어본 적은 있을 터이니까욥!! <너구리 잠든 체하기>는 너구리가 강한 상대를 맞닥뜨렸을 때 벌러덩 드러누워 죽은 척 하는 것을 말합니다. 고양이 콩알이와 팥알, (강아지라기보다는 개-라는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두식이가 사는 집에 어느 날 너구리 한 마리가 찾아오는데요, 이 너구리에게 콩알, 팥알, 두식이가 가르침을 받습니다. 싫어하는 상대, 귀찮게 하는 상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배운 기술이지만, 과연, 그 가르침이 쓸모가 있었을까요.

 

굳이굳이 캣타워에 올라가려 하고, 사자춤패 무리를 정말 사자로 오해해서 그 입에 먹힐까봐 질겁을 하는 두식이는 물론, 콩알이와 팥알이는 존재 자체로도 귀여웠어요. 여러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저를 정말 즐겁게 해 준 이야기는 열 세 번째 콩깍지-였어요. 집에 들어오는 순서대로 온 가족이 차례대로 대청마루에서 잠들어버리는, 그로 인해 방문자로부터 범죄가 일어났다는 신고에 경찰까지 출동한 에피소드인데 이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든 꼭 읽어보시기 바라옵니당. 전 아기 낮잠 자는 옆에서 읽다가 빵 터져서 숨죽이고 끅끅대며 웃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힘들게 재운 아기가 깨면 안되니까욥!!

 

이 시리즈의 또 하나의 매력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번역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맛깔나게 번역을 하셨는지 읽다가 번역가가 누구인가 들춰볼 정도였어요. 장선정-이라는 분이 옮기셨는데 어떻게 이런 번역 컨셉을 잡으셨는지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 아주 이 [콩고양이]의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계속 다시 읽고, 또 읽고 반복 재생 중이옵니당.

 

혹 중간중간 등장하는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면, [콩고양이]를 읽고 귀여워지고 싶었던 저의 재롱이라 여겨주시옵소서. 냥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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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안나 가발다 지음, 김민정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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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함께 있을 수 있다면]과 달리 이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매우 짧고 간결한 소설들의 모음집입니다.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도 작고 아담한 사이즈에 놀랐지만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생각보다 더 짧은 내용에 살짝 어리둥절했습니다. 사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뭔가 맥이 끊기는 듯한, 혹은 뒷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책장을 넘길수록 이 짧은 이야기들이 갖는 매력에 차츰 젖어들기 시작합니다. 이야기들은 때로 통통 튀는 유머감각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서정적인 매력을 자랑하기도 하며, 안타까운 느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한 작품집 안에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맛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모여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또 어쩐지 프랑스 소설 특유의 매력도 느껴져 읽는 재미가 무척 강했습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이 작고 아담한 책이 안나 가발다의 데뷔작이며 초판으로는 999부밖에 직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중들의 입소문으로 장기간 베스트셀러가 된 놀라운 작품집. 마리프랑스 지의 평처럼 마음을 끄는 제목이자, 웃기면서 슬픈 묘한 매력을 지닌 이야기들. 이 이야기들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읽어보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를 끌어들인 중요한 포인트는 책 표지이기도 했어요. 고양이가 나비를 바라보는 듯한, 그림자로 된 것만 같은 무늬. 이 무늬가 원본에도 찍혀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작품집에 딱 어울리는 귀엽고 독특한 무늬라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귀엽고도 서정적인 글들, 안나 가발다의 매력에 푹 빠져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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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마지막 강의 - 하버드는 졸업생에게 마지막으로 무엇을 가르칠까?
제임스 라이언 지음, 노지양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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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이나 종업식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은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너무 유치하지도, 너무 신파적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어른인 척 하지도 않으면서 마음속에 전달될만한 이야기를 찾는 것은 참 어렵고도 부끄러운 숙제 같은 것이었어요. 내내 고민하다가도 막상 그 날이 되면 변변한 이야기 하나 들려주지 못한 채, 감상에 젖어 결국 혼자 눈물을 보이거나, 어색한 마지막 인사를 남긴 채 작별인사를 하기 일쑤였던 것 같아요. 가슴 속에 남는 인상적인 이야기, 그 단 하나의 말을 찾는다는 것이 왜 그렇게도 어려웠는지. 어쩌면 저는 들려줄만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아이들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그들을 살짝 무시했거나, 민망하고 쑥스러운 그 순간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제 가슴 속 이야기를 모른 척 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생각해보곤 합니다. 그래서 이 [하버드 마지막 강의]라는 책에 더 손이 갔는지도 모르겠어요. 일류 대학에서도 최고라 일컬어지는 그 하버드에서는 졸업생에게 마지막으로 무엇을 가르칠지, 저도 그 가르침 한 수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강의라고 하면 으레 지식이나 학문에 관한 사항을 떠올리기 마련이죠. 하지만 졸업 축사이니만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인생에 대한 질문입니다.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타인의 인생까지도 배려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들이라고 할까요. 저자인 제임스 라이언은 제11대 하버드 교육대학원 학장으로 2016년 하버드 교육대학원 졸업 축사의 주제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이 축사 동영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결국 이 책까지 집필하게 된 거죠. 그가 선정한 다섯 개의 질문은 <잠깐만요, 뭐라고요? -Wait, What?>, <나는 궁금한데요?-I Wonder...?>, <우리가 적어도 ···할 수 있지 않을까?-Couldn’t We at Least...?>, <내가 어떻게 도울까요?-How Can I Help?>,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What Truly Matters?> 그리고 보너스 질문 <그럼에도 당신은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얻었는가?- And Did You Get What You Wanted From This Life, Even So?>입니다. 각각의 질문을 선정한 이유인 듯, 챕터의 가장 앞부분에는 <모든 이해와 소통의 근원에 있는 질문>, <나와 세상을 알게 하고 통찰로 이끄는 질문>, <우리 삶을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질문>, <배려와 경청으로 좋은 관계를 만드는 질문>, <내가 원하는 삶의 핵심으로 나를 이끄는 질문>, <“라고 답할 때까지 끊임없이 질문하라>는 문구들이 쓰여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히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 있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입양과 친모찾기 같은,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민감하게 여겨질 수 있는 주제도 덤덤하고 온화하게 풀어냈고, 각 챕터마다 자신이 선정한 질문들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실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혀 어렵지 않고 정말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죠. 그가 제시한 질문의 바탕에 깔려있는 타인에 대한 태도는 겸손과 온화, 배려였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의견 대립이 생기면 이기려는 본능이 생기죠. 때로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관철시키려고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 저자가 제시한 다섯 가지 질문과 그 바탕에 깔려 있는 태도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그토록 바랐던 경청의 자세, 배려심 넘치는 사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신의 인생에 충실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다만, 여기 있는 이야기를 고등학교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그 가교를 마련하는 것은 저의 몫이겠지요. 저자가 들려준 감동적인 이야기, 다섯 가지 질문+보너스 질문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잘 들려줄 수 있을지 한 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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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랜드
신정순 지음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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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순, 낯선 이름의 작가입니다. 게다가 아메리칸드림에 관련된 소설집이라니 살짝 읽기가 망설여졌어요. 뭔가 어두운 내용일 거라는 짐작에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우울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그런 예감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건 저의 기우였다는 걸,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깨달았습니다. 한 번 펼쳐 읽기 시작하자 멈출 수가 없었거든요. 타국에서, 드림랜드라는 곳에서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진솔하고 서정적인 이야기에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리뷰를 쓰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왜 그랬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저는 그들의 생활을 경험해본 적이 없잖아요. 쉽게 말할 수 없는 그 삶을 저같은 문 밖의 사람이 언급해도 되는 걸까, 망설였던 것 같습니다.

 

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영주권을 위해 남편 대신 가정폭력의 혐의를 쓰고 감옥에 다녀온 여자,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지만 지금 그 사람의 죽음 앞에 서 있는 여자, 늘 쌍둥이 오빠와 비교당하며 살아온 탓에 지긋지긋한 한국을 떠나고 싶었고 결국 결혼으로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으며 엄마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잠시 귀국한 여자, 그 누구보다 출중했지만 문둥병이라는 굴레에 갇혀 몸을 숨겨야 했던,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남자, 배신한 아내의 죽음의 자리에 열달 만에 찾아간 남자.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 사람들의 삶이 무척 단순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건 저의 표현 부족 탓일 거에요. 작품 속 사람들의 인생은 결코 단순하지도 자로 잰 듯 정확하지도, 간단하지도 않거든요. 리뷰로는 나타낼 수 없는 정서가 작품 안에 녹아있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선택>, 위에서 늘 쌍둥이 오빠와 비교당하며 살아왔고, 엄마의 폭언과 차별 속에서 새로운 환경을 바랐던, 싫지만 한국을 떠나고 싶어 억지로 선택한 결혼은 아니었으나 어느 정도 결정에 영향은 끼쳤던, 그렇데 떠나 살다가 엄마의 임종을 듣고 귀국한 한 여자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여자, 혜진은 병약하던 오빠와 비교당하며 뱃속에서부터 오빠 앞길을 막았다는 폭언을 들으며 자라왔습니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엄마 생일에 정성껏 선물을 골라도 돌아오는 것은 기대와는 다른, 엄마의 무시와 언어 폭력이었죠. 성인이 되고 난 다음에도 마음 둘 곳 없던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납니다. 미국 시카고에서 세탁소를 운영한다는 진실되어 보이는 남자, 석훈. 그와 결혼한 혜진은 미국에서의 녹록치 않은 생활 속에서도 열심히 일했고 미국으로 갓 이민 온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 일까지 맡았으며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어요. 그런 와중에 들려온 엄마의 임종과 그녀 앞에 닥친 선택.

 

특별히 이 작품이 남았던 이유는 혜진의 선택도, 그녀의 오빠와 새언니의 만행도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혜진의 남편 석훈 때문이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형과의 재산분쟁이 싫어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고, 그 후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일궈온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혜진과의 첫만남의 자리에서도 허풍이나 가식없이 진실된 모습을 보이는 사람, 한 여자가 품에 안겨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 허구의 세상이었지만 저도 또 하나의 혜진이 되어 석훈에게서 위로받는 듯한, 인간적인 애정을 느꼈습니다.

 

우연히 읽게 된 어떤 작품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명작이 되는 경험을 해보신 적 있을 거예요. 저에게는 이 작품이 그 중 하나에 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적인 기교나 구성의 우수함, 문장의 수려함 등은 저는 잘 모르지만 석훈처럼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 그래서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신정순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앞으로도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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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딸
안나 스노에크스트라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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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포를 눈치채실 수도 있습니다]

제목만 슬쩍 보고 고전소설의 향기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현대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소설입니다. 왠지 외동딸이라는 제목에서 대저택에 사는 귀한 집 아가씨가 떠올랐었거든요. 귀한 집 아가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은 가출한 채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경비원에게 붙잡히는데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얼마 전 TV에서 본, 자신과 외모가 흡사한 10년 전에 사라진 레베카 윈터라는 소녀를 떠올리고, 자신이 바로 그 레베카 윈터라며 거짓진술을 합니다. 10년 전에 납치당했다는 폭탄선언을 한 뒤 임기응변으로 윈터 가족의 집에서 생활하게 되지만 그녀가 감추고 있는 비밀을 캐내려는 수사관 안도폴리스의 눈은 날카롭죠. 이대로 계속 자신의 거짓 삶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녀의 휴대폰으로 이 집에서 나가라는 문자가 한 통 도착하고,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느낌마저 받습니다.

 

이야기는 10년 전 레베카의 시선과 10년 후 주인공의 시선이 교차되며 진행됩니다. 10년 전 레베카는 평범한 소녀였어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좋아하는 남자가 있고, 친구 리지와 시시덕거리며 때때로 일탈을 즐기던. 하지만 그녀는 가끔씩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을 느낍니다. 자신의 방 안에서 기괴한 형체의 검은 그림자를 발견하기도 하고, 어느 날 잠에서 깨보니 피로 범벅이 된 자신을 보기도 해요. 불가사의하고도 공포스러운 상황 속에서 어느 날 문득, 그녀는 진실을 깨닫게 되고 결국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대체 레베카는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여정을 따라가보면 작품은 속도감 있게 읽힙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의심의 대상이 되고, 주인공이 과연 거짓 삶을 계속 할 수 있게 될지 궁금해지죠. 진행이 빠른 편임에도 범인이 궁금해서 뒷장으로 바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는데요, 범인의 정체는 정말 대반전이었습니다. 동시에 무척 소름끼치도록 무서웠어요. 범인의 정체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 정체를 알면서도 감싸주는 존재란. 부모의 올바른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 부모의 역할과는 별개로 선천적인 사이코패스는 정말 제어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범인의 정체는 대반전이기도 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갑작스럽게, 그리고 조금 억지스럽게 밝혀진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실제로 끔찍한 여러 가지 일이 있었음에도, 어떻게 그 기억이 그렇게 완벽하게 차단될 수 있었을까요.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해도 그 낌새를 느꼈다면 처음부터 무척 두려웠을 것 같은데요. 심지어 죽음의 위협까지 당한 마당에 분명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다는 결말도 살짝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재미있는 편입니다. 뭔가 이상한 점을 날카롭게 포착할 수 있는 독자라면 어쩌면 범인도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 이번 작품에서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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