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
안나 스노에크스트라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스포를 눈치채실 수도 있습니다]

제목만 슬쩍 보고 고전소설의 향기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현대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소설입니다. 왠지 외동딸이라는 제목에서 대저택에 사는 귀한 집 아가씨가 떠올랐었거든요. 귀한 집 아가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은 가출한 채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경비원에게 붙잡히는데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얼마 전 TV에서 본, 자신과 외모가 흡사한 10년 전에 사라진 레베카 윈터라는 소녀를 떠올리고, 자신이 바로 그 레베카 윈터라며 거짓진술을 합니다. 10년 전에 납치당했다는 폭탄선언을 한 뒤 임기응변으로 윈터 가족의 집에서 생활하게 되지만 그녀가 감추고 있는 비밀을 캐내려는 수사관 안도폴리스의 눈은 날카롭죠. 이대로 계속 자신의 거짓 삶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녀의 휴대폰으로 이 집에서 나가라는 문자가 한 통 도착하고,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느낌마저 받습니다.

 

이야기는 10년 전 레베카의 시선과 10년 후 주인공의 시선이 교차되며 진행됩니다. 10년 전 레베카는 평범한 소녀였어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좋아하는 남자가 있고, 친구 리지와 시시덕거리며 때때로 일탈을 즐기던. 하지만 그녀는 가끔씩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을 느낍니다. 자신의 방 안에서 기괴한 형체의 검은 그림자를 발견하기도 하고, 어느 날 잠에서 깨보니 피로 범벅이 된 자신을 보기도 해요. 불가사의하고도 공포스러운 상황 속에서 어느 날 문득, 그녀는 진실을 깨닫게 되고 결국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대체 레베카는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여정을 따라가보면 작품은 속도감 있게 읽힙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의심의 대상이 되고, 주인공이 과연 거짓 삶을 계속 할 수 있게 될지 궁금해지죠. 진행이 빠른 편임에도 범인이 궁금해서 뒷장으로 바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는데요, 범인의 정체는 정말 대반전이었습니다. 동시에 무척 소름끼치도록 무서웠어요. 범인의 정체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 정체를 알면서도 감싸주는 존재란. 부모의 올바른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 부모의 역할과는 별개로 선천적인 사이코패스는 정말 제어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범인의 정체는 대반전이기도 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갑작스럽게, 그리고 조금 억지스럽게 밝혀진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실제로 끔찍한 여러 가지 일이 있었음에도, 어떻게 그 기억이 그렇게 완벽하게 차단될 수 있었을까요.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해도 그 낌새를 느꼈다면 처음부터 무척 두려웠을 것 같은데요. 심지어 죽음의 위협까지 당한 마당에 분명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다는 결말도 살짝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재미있는 편입니다. 뭔가 이상한 점을 날카롭게 포착할 수 있는 독자라면 어쩌면 범인도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 이번 작품에서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