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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루몽 2 - 혼탁의 장場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12월
평점 :

1권 말미에서 양창곡은 회군하고 홍혼탈은 홍도국을 정벌하라는 천자의 명을 받은 양창곡과 홍혼탈. 설마 두 사람이 이대로 또 헤어지는 것인가 싶었지만, 양창곡이 천자에게 표문을 올려 강남홍과 함께 오랑캐의 침략을 막으러 떠난다. 그들 앞을 가로막는 오계의 시련. 때마침 홍혼탈의 몸마저 약해져 기운이 쇠약해진 가운데 근심에 처한 양창곡 일행 앞에, 강남홍에게 재주를 가르쳐 준 백운도사가 나타나 도움을 준다.
그러나 오랑캐의 적장 탈해의 아내인 소보살의 간계로 양창곡이 죽었다 여긴 강남홍. 그야말로 혈안이 되어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어가 양창곡의 행방을 찾게 되고, 소보살의 간계에 빠진 것을 분하게 생각해 지략을 펼친다. 알고보니 소보살은 예전 강남홍이 백운도사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을 때 밖에서 몰래 술법을 엿들었던 여우 정령. 탈해의 목을 베고 명나라로 향하던 양창곡과 강남홍은 마침 벽성선이 기거하고 있는 유마산 점화관에 들러 벽성선과 조우한다. 한때 벽성선은 암자에 머물다 춘월의 계략으로 무뢰배들에게 겁탈당하고 목숨을 잃을 지경에 처했지만, 마침 양창곡의 표문을 들고 길을 오가던 마달 장군에게 기적적으로 구해져 점화관에 머물게 된 것이다. 아직 시댁에서 쫓겨난 몸인지라 같이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훗날을 기약하는 사람들.
이렇게 공을 세우고 태평성대를 마련해줬더니, 천자의 마음 속에 스멀스멀 벌레가 들끓는다. 정사를 돌보는 데 소홀해지고 음악에만 빠져 지내게 되면서 동홍이라는 소년의 연주에 매혹당한 것이다. 동홍이 천자에게 예쁨을 받자, 이를 이용하려는 간악한 노균. 양창곡이 분연히 일어나 상소문을 올리지만, 이미 정신을 빼앗긴 천자의 귀에 옳은 소리가 들릴 리 없다. 결국 유배를 떠나게 되는 양창곡과 하인으로 분장해 그를 따르는 강남홍. 가는 도중에도 노균에 의해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양창곡이 떠난 뒤 더욱 기세등등해진 노균과 동홍. 어느 날 천자가 기이한 꿈을 꾼 뒤 민간의 소년들을 모아 그들을 좌우에서 시종하게 만드려는 계획을 세우는데, 벽성선이 납치된다. 천자에게 음악으로 간언하는 벽성선과 그런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인 천자. 때마침(?) 다시 오랑캐 무리가 출몰하고, 정신차린 천자는 양창곡에게 도움을 청한다.
2권의 이야기가 1권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유는 바로 간악한 무리의 계략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위기를 양창곡과 강남홍이 과연 어떻게 뛰어넘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비록 천자가 아주 오랫동안 정신을 못차려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나마 뒤늦게라도 정신을 차리는 것이 어디인가. 그런데 또 우습다고 해야 할지, 재미있다고 해야 할지. 양창곡이 그렇게 상소문을 올려도 노균의 간악한 혓바닥 위에서 놓여나지 않던 천자가, 벽성선이 연주한 음악 몇 곡에 바로 눈이 맑아진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무언가를 깨우치는 방법은 제각각이라는 것을, 이 천자를 통해 또 깨닫는다.
그런데 작품 속에서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양창곡의 여인들의 태도다. 1권에서도 강남홍은 정실 배필로 윤소저를 추천하지 않나, 2권에서도 벽성선을 만나 놀리는 마음에 조금의 티끌도 없다. 나라면 내 남편이 여러 명의 부인을 두는 것에 무척 속이 상하고 질투가 날만도 한데, 그런 것을 담담하니,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여인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았다. 오히려 투기에 사로잡혀 벽성선을 해하려 한 황소저가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으로 다가왔는데, 이 황소저마저도 새사람으로 태어나 다른 여인들과 화합을 이루게 되니, 이는 작품을 통해 여인들에게 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양창곡과 강남홍, 벽성선, 윤소저, 황소저, 일지련의 이야기는 3권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권은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