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평온을 아껴주세요 - 마인드풀tv 정민 마음챙김 안내서
정민 지음 / 비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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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평온'이라. 나는 하루 중 언제 평온함을 느끼나 생각해보니, 그 때는 단연 곰돌이 세 남자가 모두 잠든 새벽 시간이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 오롯이 책을 읽거나 리뷰를 작성하는 이 시간. 하지만 그런 이 시간도 읽어야 하는 책이 밀리거나, 써야 할 리뷰가 밀리거나 하면 마음이 급해져서 마음의 평온 따위!! 가 되기 십상인데, 이렇게 되면 하루 중 마음이 쉬는 때가 거의 없다는 생각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시작했다는 것은 이런 생각을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나는 뭔가에 쫓기는지도 모른 채 항상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요즘들어 특히 몸과 마음이 힘들다. 옆지기는 곧잘 나이를 들먹이며 놀려대지만, 비단 나이 탓만은 아닌 것으로! 일단 엄마의 건강이 좋지 않아 수술을 앞두고 계시고,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많아 이런저런 욕심은 부리고 있지만 마음대로 잘 되는 것 같지 않고, 어쨌거나 나만의 시간도 소중하니 욕심껏 책을 쌓아두고 읽고는 있는데 과연 이게 맞는 것인가 싶은 갈등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는 일종의 자괴감, 무력감이 찾아온 듯 하다. 내 욕심을 앞세우지 말고 읽고 싶은 책을 조금 줄여야 하나 싶다가도 일단 나는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뱀파이어라도 되고 싶어!'라고 생각하는, 읽을 책을 줄인다 한들 그 '줄임'에 대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성향의 인간인 것이다! 이렇게저렇게,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 [내 안의 평온을 아껴주세요]를 읽었다.

 

명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저는 늘 '매일 아침저녁으로 세수와 양치를 하듯, 마음도 깨끗이 닦아주어야 한다'고 표현해요. 당연한 일이지만 평생 안 하고 살아온 일이죠. 그래서 전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저녁이면 한번씩 호흡을 고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하루를 돌아보고 몸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습관을 들이면 저녁 시간의 질이 한껏 높아질 거예요.

p58-59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을 즐기지 않는다. 결국 나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자신의 상처를 고스란히 내보이는 사람에게 약하다. 조금 고루할지도 모르지만, 고통을 겪어본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저자, 자신의 힘들었던 부분을 담담하게 내보인다.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었는지, 부모로부터 받은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은, 한 사람의 상처와 관계된 대부분은 부모와 연관이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오히려 엄마에게 서운한 점이 많아졌다. '엄마는 그 때 나한테 왜 그랬을까, 내가 엄마라면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는 말 못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커지면서 자꾸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그 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일들이 꿈인듯 현실인듯 떠올랐고 그럴 때마다 서운함에 옆지기와 이야기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무서운 일은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 행동, 시선들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 책도 많이 읽어봤고, 심리치유 같은 것도 받아봤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내 안의 상처. 그 상처들이 명상으로 인해 치유될 수 있을까. 여전히 확신은 들지 않지만, 꾸준히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게다가 아이가 있는 저자가 아이와 함께 명상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와 함께 명상을 진행할 수 있는지 그 부분도 상세히 들어보고 싶다.

 

소개되어 있는 여러 가지 명상법 중에서 <막연한 불안을 해소하는 나무 명상>이 참 좋았다. 나이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나무나 꽃, 풀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나이도 무시하기는 어렵겠다. 으흑. 웬만한 비바람엔 끄떡없는 강인함을 가진 나무가 되고 싶었다는 저자. 세상에 마법이 존재한다면 자연의 정화력이 아닐까 생각했다는 부분에도 크게 공감했던 것 같다.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 잠시라도 산책을 하거나 산이나 바다를 보고 오면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가슴이 답답할 때 사람들이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던 말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인드풀TV를 찾아 조금 들어보았다. 조곤조곤한 목소리, 편안해보이는 표정. 이런 모습을 갖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지 책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모습이 더욱 빛나 보인다. 모두가 새로운 시작을 다시 한 번 다짐하는 3월, 나는 명상을 시작했다.

 

**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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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내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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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신주쿠 변두리 쇠락한 거리에 있는 '와타나베 탐정사무소'. 그 낡은 문을 노크하고 한 '신사'가 탐정사무소 안으로 들어온다. 어느 새 오십대에 들어선 사와자키가 마주한 남자는 모치즈키 고이치. 그는 밀레니엄 파이낸스 신주쿠 지점 지점장으로 회사에서 대출이 예정된 아카사카 요정 여주인의 사생활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한다. 대상은 요정 '나리히라'의 여주인인 히라오카 시즈코. 업무적인 이유를 들며 가급적 먼저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의뢰인. 결코 싸지않은 탐정료를 선지급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 진짜 목적은 다른 데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과는 달리, 그는 참된 '신사'의 모습으로 탐정사무소를 떠난다. 그런데 하라오카 시즈코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조사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 고민하던 사와자키는 고심 끝에 그를 만나러 밀레니엄 파이낸스 신주쿠 지점으로 향하고, 뜻밖의 강도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이후 2년 반만에 다시 만난 '낭만 마초' 사와자키. 우리나라에서는 2년 반이지만, 일본에서는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이후 14년만에 출간되어 더욱 화제를 모은 시즌2의 두 번째 작품이다. 내 머리속에는 차가운 신주쿠 밤거리를 쓸쓸하게 누비던 이미지로 남아있던 사와자키는, 이번 작품에서 약간은 힘이 빠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힘이 빠졌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 기운이 없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만사를 조금은 덜 심각하게 보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이번에도 강도 사건에 얽히면서 조직폭력배와 끊을 수 없는 인연은 계속되고, 의뢰인이었던 모치즈키 고이치는 탐정사무소를 찾은 그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 되어버리면서 사건은 빙글빙글 미궁 속으로 빠져들지만, 묘하게도 예전 작품들에서 느꼈던 '엄청난'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느끼게 된 이유는 작가에게 있는 것인가, 사와자키에게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있는 것인가.

 

나름 심각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읽다 중간중간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문장들에 있다. '방출 통보를 받은 운동 선수처럼 패기 없는 옅은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 속에'와 같은 묘사는 정말 멋졌고, 좀처럼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와자키의 화법, 여기에 '이놈들을 방패 삼아 한판 뜰까!'라고 말하는 중견 대장에게 '그렇게까지 희생할 의리는 없잖습니까'라고 대꾸하는 젋은 폭력배 단원의 '헛'하게 만드는 대사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오히려 나중에는 사건의 진상이 궁금해서라기 보다도 이런 문장들을 발견하는 기쁨으로 책을 읽어내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게다가 작품 안에 아련한 연심이 적절히 녹여져 있어 '과연!'이라는 감탄사를 절로 뱉을 수밖에 없었다.

 

문득 사와자키와의 첫만남을 떠올리면서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의 리뷰를 찾아보았다. 작성일은 2008년 12월. 그 리뷰에 나는 '깜짝 놀랄만한 사건현장도 없고, 숨막히는 추격신도 없으며 작품 전체에서도 그다지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는 하얀 담배연기 같은 모호함이랄까. 사건을 수사하는 사와자키의 행동마저 때로는 느긋하고 여유로워보인다. 게다가 투덜거리고 구박하면서도 사와자키를 도와주는 니시고리 경부와, 알코올 중독자이고 도망자이면서 종이비행기로 슬쩍 정보를 알려주는 와타나베 모두 개성이 살아있다. 서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 하지만 무작정 미워할 수만도 없는 관계, 좋다' 라고 적었다. 이런 관계는 [지금부터의 내일]에서도 계속되어져 이제 사와자키와 관계를 맺고 있는 남성들 사이에서 은근한 브로맨스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또. 그 후속편이 기다려지는 멋진 이야기다' 라고도 적었다.
 

 

지난 시간들을 반추해보며 사와자키 탐정과 관련된 리뷰를 읽는데 왜 눈물이 나는 건가. 내 리뷰에 혼자 감동을 받아서가 아니라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와 출판사와 맺어왔던 인연, 그 시간의 깊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울컥해졌다. 그 후로 어느 새 13년. 나도 나이가 들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지금의 내가 있고, 사와자키를 조금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이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는 아주 젊은 층보다 세월의 파도를 넘어 지금에 이른 사람들에게 더 잘 맞는 이야기일지도.

 

오십 년 이상 살다 보면 놀랄 일이 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이었다. 탐정 업무를 하는 탓에 죽음의 위협에 빈번히 노출되기도 하지만, 땅속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폭력이 상대라면 악담을 내뱉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에 들린 담배를 다시 물고 연기를 천천히 빨아들였다. 나는 아무래도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았다.

p 422-423

워낙 과작으로 이름난 작가지만, 그렇기에 더 가치가 있고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살아주어 고마워요, 작가님. 사와자키를 살려주어 고마워요. 다음 작품, 당연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이들 책이 늘어나 내 책의 대부분을 친정집에 보내놓은 상태인데, 다시 생각하니 후회스럽다. 이번 주말,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자를 뒤져내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를 찾아내리라!

 

**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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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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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첫 연재작이라니, 과연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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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하여 - 작가가 된다는 것에 관한 여섯 번의 강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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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라는 소재를 통해 그녀의 머리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건 큰 즐거움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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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웃는 엄마
이윤정 지음 / 델피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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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웃을 수 없는 상황도 웃음으로 이겨낸 엄마. 존경합니다!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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