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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평점 :

언젠가 이런 꿈을 꾼 적이 있다. 한 2,3년 정도 되었는데 꿈속에서 어린이집을 다니던 첫째가 여자아이를 밀어서 그 여자아이가 다쳤다거나, 사망했다거나 하는 그런 연락을 받았다. 평소의 신념대로라면 피하지 않고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꿈 속에서의 나는 어떻게든 이 사태를 피하고만 싶었다. 그 여자아이가 걱정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혹여나 우리 첫째가 나중에 컸을 때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고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할까 봐, 내 아이가 충격을 당할까 봐 그것이 먼저 걱정되었다.
꿈 속 상황이 너무 참담해서 깨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그 꿈을 옆지기에게 이야기했더니 옆지기는,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지만 정말로 만약에 그런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절대 피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벌을 받아야 할 것은 받아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여전히 같은 생각이지만, 과연 나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 결심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핀치는 니나의 소중한 외아들이었다. 포근하고 따스한 어린 시절을 지나 단정하고 멋진 외모와 지성을 갖춰 지금은 프린스턴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 통지를 받아놓은 상태. 하지만 그 아들이 친구 집에서 열린 파티 도중 라일라의 가슴이 드러난 사진을 찍고, 그것을 친한 사람들에게 뿌려 결국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 부유한 환경을 이용해 돈으로 라일라의 아빠 톰을 매수하려는 커크와 그런 아빠의 조력에 힘입어 상황을 빠져나가려는 핀치.
이 두 사람 사이에서 니나는 아들이 '처벌을 피하지 않게' 하려고 몸부림 친다. 아들이 돈의 힘만을 믿고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 사태가 올까봐 진심으로 두려워한다. 그런 두려움의 저변에는 과거 강간당한 자신의 과거가 깔려 있다. 당시 사귀고 있던 테디에게 상처가 될까 진실을 말하지 못한 채 이별을 맞이하고 평생 가슴 한 쪽에 담아두고 아파해야 했던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이 일이 라일라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을지 진심으로 공감하고 도우려는 니나. 딸 라일라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고민하면서 진정한 '부모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는 톰과 함께 교감을 나누면서, 니나는 자신의 진짜 인생까지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발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최악의 결정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너는 여전히 니나의 소중한 아들이라고 핀치를 향해 소리없이 울부짖었다. 니나는 핀치를 사랑한다. 사랑하니까 더욱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 결정으로 오랜 시간 아들로부터 외면당하지만 그녀의 아들을 향한 사랑은 한없이 깊고 넓다. 아들을 향한 오랜 기다림의 시간. 그리고 사랑의 표현.
나는 아들에게 다가가 볼에 키스하며 속삭인다. "우리 핀치, 넌 언제까지나 엄마의 아기야.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는 너를 언제까지나 사랑할 거야."
그저 10대들의 스캔들을 다룬 평범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결말로 치달을수록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니나의 결심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엄마로서, 부모로서 어떤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물질적인 것말고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잘못을 덮어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강인한 니나의 모습이 아름답다. 나도 그렇게 아름답고 강한 사람이 되자고, 아이를 진심으로 '포기하는' 일은 하지 말자고 되뇌어본다. 부모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할 작품.
** 출판사 <미래지향>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