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외전 아르테 오리지널 5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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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저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잠중록]이 외전으로 돌아왔습니다! 본편의 표지들도 예뻤지만, 외전의 이 표지 뭔가요!! 보라색과 핑쿠의 아름다운 색감에 한참을 표지만 보고 있어도 너무 행복합니다!! 게다가 양장!!

본편을 아직 1권밖에 읽지 않아서 외전을 읽어도 되나 망설여지지만, 이 유혹을 차마 떨치지 못했습니다. 외전 먼저 읽고 본편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괜찮지 않겠어요??!! 안 본 사이 사랑의 결실을 맺은 이서백과 황재하가 혼례를 앞둔 어느 날, 황재하의 예전 정혼자인 왕온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봅니다. 어서어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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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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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라는 말은 여러 번 들어보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은 [메트로폴리스]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저자는 고대 도시 '우르크'를 소개하며 '길가메시 서사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놓았는데, 그 내용이 무척 흥미로워 언젠가 '길가메시 서사시'도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하던 참. 마침 영화에서 마블리님이 '길가메시'라는 역할을 맡아서인지 때에 맞춰 여러 출판사에서 [길가메시 서사시]를 출간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중 현대지성의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책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부분에서 출판사의 자부심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편역자인 앤드류 조지의 전문성에 깜짝 놀랐다. 1983년부터 런던대학교 수메르/아카드어 교수로 재직했다는데, 그렇다면 훨씬 이전부터 고대 문자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거듭해왔다는 의미 아닌가. 그 안에는 물론 개인적인 성취의 기쁨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고대의 서사시를 이렇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에 대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쐐기 문자 원판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여 번역하였으며 중간중간 쐐기 문자 판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도 좋았고, 친절하고 구체적인 해제, 고대 근동 지도라든지 리딩 가이드 등의 부수적인 보충 자료도 상당하다. 이런 노력들 덕분이었는지 흔히 접할 수 없는 형식의 글을 읽는데도 그리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던 듯 하다.

 

책의 구성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인 <바빌로니아 길가메시 서사시 표준 판본>은 기원전 10세기에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의 표준어였던 아카드어로 되어 있고, 점토판에서 훼손된 부분은 더 오래된 자료를 참조하여 채워져 있다.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인에게는 '심연을 본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2부 <수메르어 길가메시 시들>은 세계 최초로 수메르어로 된 서사시 5편이 영어로 번역된 것이다. 수메르어는 친족 언어를 찾기 힘든 인류 최초의 언어라고 하니 저자에 대한 감동과 격려의 마음이 더 깊어지는 듯 하다. 3부 <바빌로니아 길가메시 서사시의 구버전 파편들>은 아카드어로 되어 있고 1부보다 더 오래된 자료의 번역본이다. 4부 <다양한 바빌로니아 파편들>에는 기원전 20세기의 아카드어 파편들과 고대 서쪽 지역에서 나온 여러 개의 시 조각들이 포함되어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서로 다른 서너 시기에 서너 가지 언어로, 점토판의 형태로 현재도 활발하게 출토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한다면 현재 접하고 있는 [길가메시 서사시]는 최신판이지만, 후에 다른 점토판이 출토되어 내용이 추가된다면 언제든지 '최신판'이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

 

길가메시는 초반에 폭정을 휘두루는 왕으로 등장한다. 초야권까지 챙기는 그의 모습에 제목이 '길가메시 서사시'임에도 불구, 처음에는 그가 주인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개의 영웅은 그런 폭군이나 악당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 창조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의 압제에 못이긴 백성들은 신들에게 하소연을 하고, 신들은 길가메시의 맞수로서 엔키두를 만들어낸다. 야생동물들에 의해 길러진 엔키두는 덫 사냥꾼과 매춘부에 의해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오고, 길가메시와 맞서 싸운다. 길가메시의 우월함을 인정한 엔키두와 길가메시는 친구가 되어 삼나무 숲을 지키는 신인 훔바바와 대결해 승리하지만, 신들의 계획으로 엔키두는 병을 얻어 죽음에 이른다. 친구의 죽음을 지켜본 길가메시는 자신도 언젠가는 결국 죽음을 맞이할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영생을 얻은 우타나피쉬티를 만나 그 비결을 얻고자 한다.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인은 어째서 길가메시를 '심연을 본 사람'이라고 불렀을까. 그것은 아마도 그의 죽음의 여정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영생의 비결을 알기 위해 우타나피쉬티를 찾아 가는 과정에서 그가 건너는 '죽음의 물'은 지하의 강을 가리킨 것은 아니었을지. 길가메시가 얻은 불로초를 뱀에게 빼앗기는 장면은,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음을 암시하는 듯 하다. 결국 인간인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고대의 사람들 또한 현대의 우리들과 다름없이 생과 사를 고민하며 자신들의 존재의 이유와 의미있는 인생에 대해 숙고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특히 시의 운율을 느낄 수 있었던 1부와 3부를 읽고 있자니 마치 고대인들이 집단으로 부르는 노래가 들리는 듯 하다. 시라는 것은 원래 노래이기도 하니까. 어쩐지 그들이 어떤 의식이나 제의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이 떠올라 그 엄숙함과 신비함에 마음이 경건해진다. 직접 경험해볼 수 없는 그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던 [길가메시 서사시]. 앞으로 출토될 점토판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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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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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와 대적하게 된 엔키두. 하지만 길가메시를 인정하고 그와 친구가 됩니다. 힘을 합쳐 삼나무 숲을 지키는 신인 훔바바를 물리치기도 하지만, 결국 엔키두는 신들의 계획에 의해 병으로 목숨을 잃어요. 이에 유한한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길가메시. 영생의 비결을 얻고자 우타나피쉬티를 찾아 떠납니다.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인은 길가메시를 '심연을 본 사람'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그것은 아마도 그의 죽음의 여정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됩니다. 고대인들 또한 현재의 우리와 다름 없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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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마영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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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 그만 선입견을 가져버렸습니다. 이 책에는 분명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을 것이라고, 엄마들이 얼마나 고생해가며 자식들을 키우고 집안을 지켜왔는지 그 처절한 삶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요. 그런데 난생 처음 보는 엄마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었어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엄마의 얼굴을 한 여자가 아니라 여자의 얼굴을 한 엄마의 모습들이요.

 

자녀들이 부모의 성(性)적인 부분을 깊게 생각하며 살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만 그런가요? 수줍었던(?!) 소녀 시절에는 자신이 남녀관계를 통해 태어났다는 것이 쉽게 상상되지도 않았고, 설사 상상을 했더라도 도리질을 치면서 떨쳐내기에 바빴었죠. 엄마는 엄마, 아빠는 아빠일 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어쩌면 우리 자식들이 부모님에게 부모로서의 얼굴만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드라마에서 '엄마도 여자였어'를 실감하는 등장인물들이 나오기도 하잖아요.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어쩌면 우리 엄마한테도 있을지도 모를 또다른 얼굴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본 기분이었어요.

 

만화 속에서 엄마들은 자신들 각각의 사랑 때문에 애태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쉽게 헤어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계속하기도 어려운 관계를 지속하는 소연을 비롯해, 남편 몰래 연하남과 만나는 경아, 매번 나쁜 남자에게 걸려 돈을 떼먹히기도 하는 연순 등 여전히 사랑이 이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소올직히 저는 여기 등장하는 그녀들이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도대체 이런 남자가 뭐가 좋다고 헤어지지 못하나, 대체 뭘 믿고 만난 지 얼마 안되는 남자에게 덜컥 돈을 빌려주나, 남편 몰래 연하남과 관계를 가질 정도로 그 나이에 여전히 남자가 좋은가.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 한켠에서는 그들을 비난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신체적인 나이가 몇 살이든, 우리 모두 마음은 청춘이잖아요.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 새 나이는 이마안큼 먹었는데 외롭기도 하고 마음 붙일 누군가가 곁에 없다면, 내가 그녀들의 나이에 같은 처지가 된다면 어떨까 진심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품에 끼고 살았던 자식들은 어느새 다 커서 자기 앞길 찾아 떠나고, 남편과 살갑게 오순도순 사는 여성이 아니라면 누구나 사랑에 목마름을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게다가 여전히 여성을 공격하는 남성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직장 내 성희롱에 업무적인 압박. 그 모든 것을 견뎌가며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엄마들은 참으로 용감한 사람들인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한 인간으로 인정받고 싶은만큼 나도 나의 엄마를 한 인간으로 인식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중에 엄마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엄마를 행복하게 하고 즐겁게 한다면 딸이랍시고 나서서 반대하지는 않겠다고요. 우리가 몰랐던, 혹은 모르고 싶었던 엄마들의 사생활. 그 모든 것이 여기, 이 책에 담겨 있었네요.

 

**출판사 <휴머니스트>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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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모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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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려 눈물샘을 자극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의 핫한 소재는 '선행성 기억 상실증'인 걸까요.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며칠 사이에 같은 소재를 다루는 작품을 두 권이나 읽게 되었어요. 특히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장식하는 수식어가 무척 화려합니다. 출간 3개월 만에 10만부 돌파, 2021년외국소설 1위, 온오프라인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지금 SNS에서 가장 핫한 소설. 홍보문구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저로서는 약간 과장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게다가 한 줄의 독자리뷰.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일 뿐이었다'라니, 요즘 저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기에 이거이거,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목석같다 싶을 정도로 감성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의심스러웠던 저도,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라, 무거운 소재에 비해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이 아닐까 추측했지만 사고로 인해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히노 마오리를 위해 가미야 도루가 쌓아올려주는 일상은 결코 가볍지 않았어요. 시작은 짓궂은 장난 때문이었지만 안타까운 마오리의 사연을 알게 된 도루는, 최선을 다해 그녀의 일상을 새롭고 즐거운 일들로 가득 채워주기 위해 굉장히 노력합니다. 병 때문에 아침마다 깊은 좌절과 허무를 느꼈을 마오리. 주위에 자신의 병이 밝혀지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하는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도루는, 심지어 그녀를 위해 자신이 진심으로 고백했다는 것, 자신이 그녀의 병을 알고 있다는 것은 기록하지 말라고 할 정도예요. 어떻게든 마오리의 곁에 있고 싶었던 거죠.

 

이 가미야 도루라는 캐릭터, 아주 매력적입니다. 비록 넉넉지 않은 살림에 하나 뿐인 누나의 행방은 알 수 없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어 그 역시 사연 있는 사람. 그럼에도 어딘가 묘하게 기품 있고 단단한 심지 같은 것이 엿보이는, 흔한 고등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면 그렇게 오래 마오리의 곁에 있을 수 없었겠죠. 데이트를 할 때 도시락을 만들어가고, 항상 모든 것이 새로운 마오리를 위해 같은 일도 몇 번이나 반복할 수 있는 다정한 남자.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이 '어쩔 수 없는' 다정함 뿐이라고 자조하지만, 마오리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그의 다정함에 이끌렸던 게 아닐까요.


내일의 히노도 내가 즐겁게 해줄게.


p 135

 

문득, 좋아하는 마음이란 과연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10대 소녀도 아니고, 결혼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너무 느닷없는 의문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금의 저에게 꼭 필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매일 아이들과 즐거우면서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면서 그 안에 아이들이나 옆지기를 좋아하는 마음은 과연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 걸까 하는 생각에 도루의 마오리를 향한 마음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내일의 마오리도 자신이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것. 좋아하니까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의무로 하는 일이 아닌 좋아하니까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순수한 그 사랑의 마음이 다시 새겨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결말에서는 정말, 누구라도 작가님을 원망하게 될 겁니다. 아니, 꼭 이렇게 했어야만 했나, 너무 느닷없는 설정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저 진심으로 분노했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 애틋하고 아련하게 우리 마음 속에 남을 작품. 마치 한 편의 감성 짙은 영화를 본 듯한 기분에 지금도 울컥합니다. 아마도 벚꽃이 내리는 봄이 되면 또 생각날 것 같은 이야기. 여운 깊은 이 러브 스토리, 추천합니다.

 

**출판사 <모모>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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