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기묘한 조선환담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괴담실록 지음 / 북스고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희미한 기억 속에 어릴 때 본 <전설의 고향> 이 남아있습니다. 무섭기도 했지만 저 정말 그 프로그램 좋아했거든요! 아이 때는 제대로 못 쳐다보기는 했지만 억울한 원혼들이 한을 풀어내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때문인지 지금도 이야기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번 책은 무려 괴담!! 무서워하면서 읽는 게 또 묘미 아니겠습니까!

 

한국사에 속하는 [괴담실록] 중 제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기이한 역사 속 비범한 인물들의 이야기>였어요. 아이들이 역사를 무척 어려워하는데, 시작하기 전이나 수업 중에 한 꼭지씩 들려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주인공은 아니어도 정몽주 같은 위인도 등장하고, 여자의 한은 당연히 등장하고, 귀신도 등장합니다. <귀신과의 동침>은 예전 '전설의 고향'에 단골로 등장하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요. 외딴 곳에 등장하는 여인, 그것도 매우 아름답죠. 마음이 동하여 동침을 하고 그 여인이 귀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정성껏 장례를 치러주고 가문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렸다는 이야기들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어요.

 

무서운 이야기하면 또 과부, 구렁이, 핏빛 비 이런 것도 빠질 수 없겠죠. 왜 옛날 과부들은 그리도 어여뻐 화를 입게 되는 것인가요. 하필 또 심보 사납고 욕심 많은 남자가 과부를 눈독 들이고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면 목숨까지 빼앗기게 되는 이야기.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옛날에는 하도 이런 일이 많이 벌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구전되다가 결국 기록으로 남은 것이 아닐까요.

 


 

 

생명을 우습게 여기는 자가 빚을 갚는 방법은 자신의 목숨. 한낱 물고기라 하더라도 욕심이 과하면 화를 입는 법이지요. 필요한 것에 비해 욕심을 못이겨 무참히 생명을 해한 군수는 결국 해를 입고 맙니다. 무서운 이야기에는 대부분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괴담들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볍게 읽고 무겁게 느낄 수 있는 [괴담실록]. 바쁜 일상 중에서 쉬어가는 기분으로 한편한편 읽어나가기 좋은 책입니다. 스릴러 소설만 읽다가 괴담을 읽으니 추억도 생각나고 색다른 재미가 있네요!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북스고>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야흐로 '이케이도 준'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읽은 작가의 책만 두 권째. 사놓고 읽지 않은 책도 책장에 몇 권 꽂혀 있어요. 읽을 때마다 매번 통쾌함과 강렬함을 선사하는 그이기에 신간이 나올 때마다 기대를 갖게 되는데요, 특히 이번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제136회 나오키 상 및 제2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입니다. 작가의 근간이 되는 작품으로서 이후 <한자와 나오키> 와 <변두리 로켓> 시리즈로 이어지는 활약의 시초를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어우, 첫 장면부터 터진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달리던 트레일러에서 빠진 타이어가 길을 걷던 엄마와 아이를 덮쳐 엄마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거든요.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어찌나 감정이입이 되는지 엄청 흐느끼며 읽었네요. 제조사인 대기업 호프 그룹의 계열사 호프자동차는 사고 트레일러의 소유주인 아카마쓰운송의 정비 불량이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카마쓰운송의 사장 아카마쓰 도쿠로는 회사 내의 기록과 증거들을 통해 정비 불량일 리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상대인 호프자동차는 세간에 알려진 재벌 기업. 경찰은 물론 여론까지 아카마쓰 운송을 비난하며 궁지에 몰린 도쿠로는 사고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분투하지만, 경영에까지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여기에 가족 문제까지 얽혀 그야말로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는 시간을 보내는 도쿠로는 몇 번이나 포기할까도 생각하지만 예기치 않은 도움들을 받으며 결국 난관을 헤쳐나갑니다!!

 

이케이도 준이 선사하는 사이다를 마시기 위해서는 절반 정도는 고구마를 드셔야 해요. 저도 당장이라도 시원한 사이다를 마시고 싶어 뒷부분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아카마쓰 도쿠로에게 닥치는 불행들에 제 숨이 막힐 지경이었거든요. 한 가정의 어머니는 사망했지, 사고 책임자로 찍혀 거래가 끊어져 경영은 어려워지지,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도 어려움이 생기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무리 뛰어도 재벌기업의 횡포로 손 쓸 도리가 없지, 이렇게 적고 있는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도쿠로라는 인물에게 정말 잘 견뎌주었다고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거쳐 맞이한 단비. 저의 마음도 같이 상쾌해지는 것 같았어요!

 

작품에서 그려지는 대기업의 횡포는 독자들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아이는 이제 다시는 엄마 얼굴을 볼 수 없고 대화도 할 수 없는데, 오직 이윤만을 위해 사실을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니 울화가 터졌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비리와 잘못이 숨겨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고 가슴이 답답해져옵니다. 작가에 의해 소설 속에서나마 사이다를 마시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 하나, 씁쓸해요.

 

한때 잘못된 선택을 할 뻔한 도쿠로지만 묵묵하게 잘 이겨내는 그를 보면서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신의 시험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에 대해 애정이 있는가 없는가를 지켜보는 신의 시험이요. 정말 폭탄처럼 던져지는 고난 속에서 자욱한 연기가 사라진 뒤에도 우뚝 서 있는 아카마쓰 도쿠로. 하지만 절대 그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어요. 그의 뒤에서 기다려주고 응원해준 직원들, 사고 조사를 하는 도쿠로에게 자료를 제공해주는 사람들, 용기를 주는 가족. 이 이야기는 사회파 소설이자 따뜻한 인간애를 강조하는 작품입니다.

 

매우 두꺼운 분량이지만 잠을 아껴가며 읽었어요. 쉴 새 없이 넘어가는 페이지 속에서 울분과 슬픔과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맛집. 이제 이케이도 준-이라는 이름이 보인다면 주저없이 읽을 겁니다. 어느새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이케이도 준.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원자의 손길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치넨 미키토가 전할 의학 감동소설! 몇 편 그의 작품을 접해왔던지라 이번에도 궁금,기대기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로 먼저 접했던 작품이 소설로 나왔군요! 여러 작품을 기획한 작가의 작품이라니 기대돼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왕비
팻 바커 지음, 고유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역사를 이어가는 것은 다름아닌 여성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다른 사람이 받은 영예로운 상을 앗아갈 권리를 갖는 건 아닙니다. 그것은 그의 소유가 아니죠. 그가 쟁취한 게 아닙니다.

p150-151

수많은 작품에서 트로이 전쟁의 주인공은 남성들이다. 여신의 아들인 빛나는 아킬레우스와 그의 친구이자 연인으로 묘사되는 파트로클로스, 욕심과 욕망의 화신인 아가멤논, 전쟁이 끝난 뒤에도 한참 뒤에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와 그리스의 적으로 그려지는 헥토르와 헬레네를 유혹한 파리스 등. 그 어디에서도 여성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까지 접했던 이야기들 속에서 중심은 대부분 아킬레우스. 그가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면,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에서의 주인공은 (처음으로!) 아킬레우스가 아니라 그가 전투의 보상으로 받은 브리세이스다. 그리스의 침략으로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을 잃고, 남동생을 죽인 남자와 매일밤 잠자리를 같이 해야 했던 여자.

 

아킬레우스에게 브리세이스는 보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다. 잘 싸웠으니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영예. 브리세이스가 바다 냄새와 소금기로 어머니 테티스를 연상시키지 않았다면 매일 밤 그녀를 찾았을지도 미지수다. 덕분에 그녀는 사제의 딸인 크리세이스 대신 아가멤논의 손아귀에 떨어졌고, '그것'이라 불리며 모욕당한다. 그것. 사람이 아닌 물건. 전쟁에서 앞으로 나서서 영광을 차지하는 것은 남자들이지만, 그 상처는 고스란히 여성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라는 한 단어에 압축되어 있다.

 

자신의 나라를 침략하고 아버지와 아들들, 남자 형제들을 죽인 사람들 앞에서 웃으며 술을 따르는 여자들. 혹시라도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아들을 갖길 원하는 여자들. 당연하게도 저주는 여자들의 마음 속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크리세이스를 찾으러 온 그녀의 아버지의 저주가 브리세이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이제 그것은 주문처럼 그녀의 입속에서 굴러간다.

은제 활의 신이시여, 멀리서 화살을 쏴도 명중시키는 신이시여, 쥐의 복수를......

사제이자 아버지인 남자의 저주와 여성들의 분노를 접목시킨 작가의 안목이 놀랍다. 비록 사제일지라도 그 강력한 역병이 비단 한 명의 아버지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여겼던 것일까. 신화 속에서, 역사 속에서 남자들에게 가려졌던 여성의 목소리가 거대한 천둥처럼 울려퍼지는 것 같다.

 

그 수모를 당하고도 파트로클로스보다도, 아킬레우스보다도 살아남은 브리세이스. 이제 그녀는 한 명의 여성이 아니라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강인해질 것이다. 그러고보면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이 대부분 남자일지라도 그 역사를 이어갔던 사람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의 상흔을 입고도 살아남아 생명을 잉태하고 미래라는 시간으로 걸어가는 여성들. 침묵으로 지켜온 여성들의 희생과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비에이블>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