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 - 미사키 요스케의 귀환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6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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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선물입니다' 라는 홍보문구를 보고 두근두근 설레며 읽어나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일단 이 책을 읽기 전인 독자들에게 이 홍보문구를 전적으로 믿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세계 중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인 미사키 요스케는 물론, 과묵하고 우직한 열혈 와타세 경부와 그를 존경하고 떠받드는 고테가와 형사, 과거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속죄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신랄한 언변의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와  법의학 교실의 멤버들까지 그야말로 시치리 월드의 히어로가 총출동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시치리 세계의 '어벤저스'라고나 할까. 오호라, 그래서 제목에 '합창'이 들어간 것인가!

 

마약 투여 상태에서 유치원에 침입하여 교사 두 명과 다섯 살 아이들을 살해한 센가이 후히토. 그의 담당 검사가 된 아모는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를 주장하려는 센가이의 살의를 증명하기 위해 의지를 다진다. 하지만 피의자 센가이를 소환하여 조사하던 도중 갑자기 졸음이 오는 것을 느끼고 쓰러진 아모. 정신을 차리고보니 센가이는 총상을 입어 사망한 뒤다. 범행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드러나며 아모는 범인으로 몰리고, 꼼짝없이 재판을 받아 실형을 살아야 하는 상황. 그 앞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사람은, 옛 친구 미사키 요스케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사키 요스케가 아모의 변호를 의뢰한 인물은 당연히 미코시바 레이지. 사건의 개요를 들려주는 사람은 와타세 경부, 센가이의 부검을 맡은 이는 괴짜 법의학자로 알려진 미쓰자키다!

 

익숙한 인물들이 속속 등장할수록 반가운 탄성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아무리 주요 캐릭터들이 총출동했다고 해도 이 작품의 주인공은 미사키 요스케. 그의 주인공으로서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는 선에서 각 캐릭터들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미코시바 레이지가 아모 검사의 변호를 맡게 된 이후로 '어라? 이러다가는 이건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가 아니라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 로 가겠는데??!!' 라고 생각한 찰나, 역시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작가님은 그에 걸맞는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셨다. 사건 뒤에 숨겨진 진상, 숨겨져 있던 사연에는 마음이 아팠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쏘아진 분노의 화살은 결국 자신마저 상처입히게 마련이다. 

 

여느 때의 <미사키 요스케> 가 등장하는 작품들과는 달리 작품 대부분을 음악이 채우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미사키 요스케의 매력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였다. 여기에 애정하는 캐릭터들의 대거 출동에는, 감사합니다-하며 넙죽 엎드리고 싶었을 정도. 작가가 선사하는 작품들을 대부분 즐겨 읽는 편이지만, 역시 나는 와타세 경부, 미코시바 레이지, 미쓰자키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굉장한 매력을 느낀다. 

 

이 한 권의 책을 정말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진심으로 너무 아쉽다. 2022년에는 한 달에 한 권씩 작품을 써내겠다고 공표했으니 또 한 달이 지나면 시치리 월드를 다시 맛볼 수 있으려나. 


** <블루홀식스>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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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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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 이디스 워턴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미적미적 읽게 된 이유는, '삼각관계'라는 설정 때문이었습니다. 사랑과 연애에 있어서 삼각관계란, 얼마나 긴장감 뿜뿜하는 것인가요. 과연 이 경쟁(?)에서 승자는 누가 될 지, 어떤 과정으로 그 혹은 그녀의 사랑을 쟁취하게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죠. 하지만 모든 일에는 도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삼각관계라도 저는 불륜, 바람 이런 건 참 싫어해요. 개인적으로 그런 경험을 해본 바, 당하는 사람은 말 그대로 딛고 서 있는 땅이 흔들리고 눈앞이 캄캄해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게 되거든요. 

 

작품 초반부터 등장하는 엘런의 등장이, 그래서 저는 매우 불안했습니다. 뉴런드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메이가 있었지만, 어쩐지 강하게 엘런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뉴런드의 심리가 의심스러웠어요. 혹시 그런 경험 없을까요? 관심 가지면 안돼, 좋아하면 안돼!-라고 생각할 수록 자꾸만 더 눈이 가고 마음이 향하는 상대를 만난 경험이요. 저는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은 없지만 이런저런 소설과 드라마를 애정하는 덕분에 이런 심리를 알 것도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겉으로는 메이를 아끼고 소중히 생각하는 것 같지만 눈길은 엘런에게 향한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부터, 뉴런드는 저에게 '몹쓸놈'이 되었습니다. 

 

작품은 뉴런드의 시각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메이와 엘런의 정확한 마음을 알기란 어려웠습니다. 과연 엘런은 어땠을까요? 원하지 않는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돌아온 뉴욕에서 만난 어린 시절 친구. 자꾸 마음이 가지만 그 남자는 자신의 사촌과 약혼한 상태. 남자는 모든 것을 버리고 함께 떠나자고 하지만 엘런의 입장에서 그게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엄청나게 고민하고 번민했겠죠. 그렇다면 메이는요? 여자의 직감이 얼마나 예리하고 정확한지는 들어보셨겠죠. 뉴런드는 메이가 자신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결국 그도 깨닫습니다. 사교계가 전부 메이의 눈으로 자신과 엘런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엘런과 메이의 고통에 비하면 뉴런드의 고뇌는 별 거 아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같이 도망을 간다고 해도 추문의 화살이 향하는 것은 결국 여성. 그리고 메이 또한 오래오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을 것이 틀림없죠. 두 여성이 자신으로 인해 얼마나 괴로워할지는 마치 안중에도 없는 듯한 뉴런드의 태도와 시각. 저에게 그는 마치 철이 덜 든 어린아이같은 느낌이었어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감정, 근시안적인 대처, 모두 실망스러웠습니다. 

 

솔직히 엘런이 등장했을 때부터 저에게 엘런은 눈엣가시같은 존재였어요. 그야 당연히 가만히 있는 뉴런드와 메이의 사이를 흔들어놓는 악녀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작품을 완독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녀야말로 뉴런드와 메이 사이에서 가장 상처받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연민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상처받은 마음을 끌어안고 평생을 살아야했던 사람이 엘런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메이에게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미스터리급 반전이라고 할까요. 

 

작품의 제목인 [순수의 시대] 가 의미하는 바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뉴런드가 젊고 순수했기 때문에 사랑을 위해 엘런과의 도피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순수라기 보다 '치기'라는 단어가 더 어울려요. 저는 오히려 제목 자체가 뉴런드의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비판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인간이길 바라면서 결국 다를 바 없었던 뉴런드. 그토록 타인과의 차별성을 외쳤던 이유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 또한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여성이 속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대와 그 시대만큼 경직된 시선과 꾸며낸 미소, 교양의 탈을 쓰고 타인의 언행을 주시했던 사교계의 분위기는 물론, 절제된 문장과 인간의 내면에 대해 깊은 탐구를 보여준 [순수의 시대]. 뉴런드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술술 읽기는 힘들었지만 작가 이디스 워턴을 향한 애정으로 극복했습니다. 퓰리처상을 수상했다고 들은 작품인만큼 그 동안 한 번은 읽어야지 했는데, 소중한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아 소원 성취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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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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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초반만 해도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던 엘런. 그야 당연히 가만히 있는 뉴런드와 메이의 사이를 흔들어놓는 악녀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작품을 완독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녀야말로 뉴런드와 메이 사이에서 가장 상처받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연민이 생겼습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상처받은 마음을 끌어안고 평생을 살아야했던 사람이 엘런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메이에게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미스터리급 반전이라고 할까요.

작품의 제목[ 순수의 시대] 가 정말 '순수'를 의미하는 걸까요. 어쩌면 여성인 작가는 뉴런드의 시각으로 작품을 완성해냄으로써 오히려 그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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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의 손길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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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등장인물들이 전해주는 주어진 시간에 대한 소중함,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에 대한 각성. 이런 감정들을 그 어떤 작품들보다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의학소설인 것 같다.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자꾸 읽게 되는 것일텐데, 비슷한 책들을 계속 읽게 되면 으레 그렇듯 -의학소설도 이제는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 라는 마음이 고개를 들 때 읽은 책은 치넨 미키토의 [구원자의 손길]. 여러 개의 수식어 중에서도 가장 내 눈길을 끈 것은 '일본 전국 서점 직원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이라는 문구였다. 서점대상을 받은 책들과 서점 직원들이 추천하는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당연히 읽고 싶어질 수밖에.

 

주인공은 대학병원 흉부외과에서 힘들게 근무하는 다이라 유스케. 가족조차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만나는 것이 다인 그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흉부외과 의사이자 의국 최고의 권위자인 아카시 과장을 존경하며, 언젠가는 자신도 그런 의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아카시 과장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다이라에게 내린 지시는 인턴 세 명을 지도해 그 중 두 명 이상은 반드시 흉부외과로 입국 시키라는 것. 그렇게 되면 다이라가 원하는 병원으로 파견을 보내주겠다는 당근을 거부하지 못하고, 다이라는 결국 인턴 세 명-고노, 마키, 우사미-의 지도를 맡게 된다. 꿈을 향한 여정이지만 순탄하지만은 않다. 아카시 과장의 조카이자 같은 흉부외과 의사인 하리야 준을 향한 열등감, 이용만 당하고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열패감 속에서 인턴들과의 관계도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이런 와중에 아카시가 돈을 받고 논문을 날조했다고 고발하는 괴문서가 돌기 시작하고, 유스케는 범인 찾기 역시 지시받게 된다.

 

지금까지 읽은 의학소설 속의 의사들은 하나같이 우수하고 능력이 출중했다. 개인적으로 사정은 있을지언정 실력 면에서 뒤지는 캐릭터는 없었던 듯한데, 다이라는 그에 비하면 예상 외의 인물이라고 할까. 의국 안에서 중요인물도 아니고 수술의 기술적인 면도 하리야에 비해 낮은 다이라. 하지만 그에게는 하리야나 다른 흉부외과 의사들에게는 없는 장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따뜻한 가슴으로 진료한다는 것. 그리고 응급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하며 외과 및 내과 처치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라 자신은 스스로를 평범한 의사, 주어진 상황에서 아등바등 발버둥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그의 장점을 주위 사람은 알아봐준다. 초반에는 삐걱거렸던 인턴들과의 관계도, 인턴들이 다이라의 진심과 능력을 알아봐주면서 따뜻하게 변화해 가는데, 그 과정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한 페이지에서 오열은 아니어도 눈과 코가 시큰해지며 눈물이 맺혔을 정도!!

 

대개의 작품은 주인공이 원했던 방향으로 결말을 맺는다. 이번에는 어떨까. 다이라는 과연 괴문서를 돌린 범인을 잡고, 인턴 세 명 중 두 명도 흉부외과에 입국시키고, 자신이 원하던 병원으로 파견을 나가게 될까. 여기서 다 언급하면 재미가 없어지니 꼭 작품으로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책은, 중간중간 오타가 있어 처음에는 오타 찾기에 열중하기도 했다가 나중에는 오타고 뭐고 상관없어질 정도로 정말 재미있다!

 

치넨 미키토의 작품 중 [기도의 카르테]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스와노 료타. 이 스와노 료타를 [구원자의 손길] 에서도 다이라의 조언자로 만날 수 있다. [기도의 카르테] 때는 못 느꼈는데 어째 이번 작품에서는 살짝 가벼운 이미지. 그래도 다이라의 곁에서 진심으로 그를 아껴주고 충고해주는 그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 종영되고 한동안 마음이 허했는데, 그 허한 마음을 가득 채워주었던 작품. 의학소설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꼭 추천드립니다~!!

 

**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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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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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줄 오르골 소리가 벌써부터 귓가에 울려퍼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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