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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는 코코아를 ㅣ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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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라는 단어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어디선가 달짝지근한 그 향도 풍기는 것 같아요. 입 안에 살짝 침도 고이는 듯 합니다. 저는 주로 겨울에 코코아를 마셔요. 예전에는 굳이 챙겨먹지 않았는데 아이들과 함께 나눌 차를 찾다보니 자연스레 코코아를 마시게 되더라고요. 참 신기하죠. 차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 긴장이 누그러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다니요. 여러분의 삶에서 '코코아'는 무엇일까요.
얇은 두께의 책을 보고 처음에는 코코아를 소재로 한 단순한 단편집인 줄 알았습니다. 비도 오고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이야기들을 읽다가 문득 깨달았어요. 앞 이야기에 등장했던 인물 중 한 사람이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을요. 각 이야기의 챕터 표지에는 색깔과 장소가 적혀 있는데요, 장소는 이야기의 배경을, 색깔은 이야기와 관계된 핵심컬러를 나타냅니다.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보물찾기를 하는 심정으로 읽은 것 같아요. 각각의 이야기도 그리 길지 않지만 핵심 내용은 정확하게 드러나 있는 데다가 뭉클한 내용들이라 무척 알차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록 우리는 자신이 다른 누군가와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평소에 깨닫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소설로나마 접하다보면 사람은 역시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순간에는, 뭐랄까,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기란 참 어렵지만, 혹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시는 분들이라면 우영우가 뭔가를 깨닫는 순간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고래가 헤엄치는 장면을 상상하시면 어떨까 싶어요. 마음이 벅차오르면서 무언가가 채워지는 듯한 기분에 기분 좋은 미소와 뭉클한 눈물이 같이 나오는 그런 기분입니다.
"......나는 되도록 곧은 길을 가려고 해왔고, 남들에게도 그러길 바랐는데......어디가 잘못된 걸까요?"
"으음......길이 곧은가 어떤가보다 구불거리는 길을 곧게 걸어가려고 애쓴다면 좋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P68
아오야마 미치코는 [도서실에 있어요] 로 2021년 서점대상 2위에 오른 작가입니다. 저는 [도서실에 있어요] 로 이 작가를 처음 접했는데요, 서점대상 2위 수상작인만큼 역시 무척 재미있고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이름만으로 믿고 선택했던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한 번에 휘리릭 읽기보다 조금조금 아껴가며 읽고 싶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문예춘추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